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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읽어줄 이야기

★초록색 앙금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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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수상한 빵 냄새

태연이는 빵을 아주 좋아하는 아이였다. 빵집 앞을 지나가면 향긋한 냄새에 이끌려 꼭 한 번은 코끝을 벌름이며 걸음을 멈추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길. 골목 어귀에 들어서자 낯선 빵 냄새가 태연이의 코를 간질였다.

“응? 이건… 고소하면서도 달고, 이상하게 시원한 냄새야!”

태연이는 그 냄새를 따라 조심조심 골목 안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작고 낡은 빵집 하나를 발견했다. 간판도 없고 창문도 빛바랜 커튼으로 가려져 있었지만, 문틈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그 초록색 냄새가 태연이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여기서 나는 거구나…”

태연이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띵- 소리와 함께 작은 종이 울렸다. 안에서는 아주 작은 할머니가 반죽을 하다가 고개를 들고 태연이를 바라보았다.

“어서 오렴, 작은 손님.”


제2장. 초록빛 앙금의 비밀

“할머니, 여기서… 혹시 시금치 같은 냄새가 나는 초록색 빵을 만드시나요?”

태연이의 질문에 할머니는 슬며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단다. 이름하여 ‘초록 앙금빵’.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빵이지.”

그 말에 태연이는 눈을 반짝이며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선반 위에는 정말로 초록색 빵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하나는 토끼 모양, 하나는 꽃 모양, 또 하나는 별 모양이었다.

“이거… 정말 먹어도 되는 거예요? 색이 너무 예뻐서 장난감처럼 보여요.”

“물론이지. 이건 마법처럼 특별한 재료로 만들었거든.”

할머니는 주방에서 작은 병 하나를 꺼내보였다. 병 안에는 반짝이는 초록가루가 담겨 있었는데, 할머니는 그것이 ‘초록별 나뭇잎 가루’라고 설명해 주었다.

“이 나뭇잎은 새벽 이슬을 머금은 시금치의 영혼이 담긴 식물이야. 먹으면 몸이 건강해지고 마음까지 맑아지지.”

태연이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빵 하나를 골랐다. 토끼 모양의 빵이었다. 할머니는 그것을 전자 오븐에 살짝 데워서 건넸다.

“자, 한 입 먹어보렴.”


제3장. 빵 속에 깃든 기억

태연이는 조심스럽게 초록 앙금빵을 한 입 베어 물었다. 부드러운 빵 속에서 달콤하면서도 상쾌한 향이 퍼져나왔다. 혀끝에서는 시금치 맛이 살짝 느껴지다가, 이내 고소한 팥과 섞여 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그런데 갑자기 눈앞이 아득해지더니, 태연이는 어느새 알 수 없는 풍경 속에 서 있었다.

“여… 여긴 어디지?”

그곳은 푸른 들판과 작은 시냇물이 흐르는 곳이었고, 하늘에는 커다란 시금치 잎이 구름처럼 떠다녔다. 나비들은 반짝이는 빛을 내며 춤추고 있었고, 작은 동물들이 태연이를 향해 다가왔다.

“초록빵을 먹은 아이가 왔다!” 라며 다람쥐, 고슴도치, 병아리들이 손뼉을 쳤다.

그 순간, 하늘에서 커다란 시금치 여왕이 내려왔다.

“용감한 태연아, 너는 초록 앙금빵을 먹고 이 마법의 세계에 들어왔단다. 우리를 도와줘야 해.”

“도… 돕는다고요?”

“초록 앙금의 힘이 약해지고 있어. 세상 아이들이 아침밥을 먹지 않고, 시금치를 싫어하니까…”


제4장. 아침밥을 지켜라

태연이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빵이 이렇게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니! 여왕은 태연이에게 반짝이는 초록 스푼을 건넸다.

“이 스푼은 네가 진심으로 시금치를 좋아하게 될 때, 진짜 힘을 발휘한단다.”

그러고는 태연이를 시금치 농장으로 안내했다. 하지만 농장은 이미 힘을 잃고 시들어가고 있었다. 동물 친구들은 시금치를 키우기 위해 매일매일 물을 주고 노래를 불렀지만, 아이들의 마음이 닫혀 있으니 회복되지 않는다고 했다.

“아이들이 아침밥으로 시금치를 먹어야 해요. 그래야 앙금의 힘이 돌아오고, 이 세계도 살아나요!”

태연이는 진심으로 외쳤다. 그리고는 마법 스푼으로 시든 잎을 살짝 건드렸다. 그러자 놀랍게도 스푼 끝에서 초록빛이 퍼지며, 시금치가 싱그럽게 살아났다.

“우와!”

태연이는 이제 시금치를 사랑하게 되었고, 마법의 스푼은 번쩍이며 진짜 힘을 보여주었다.


제5장. 빵집에서 깨어나다

눈을 떠보니 태연이는 다시 그 빵집에 앉아 있었다. 앞에는 빈 접시가 놓여 있었고, 할머니는 따뜻한 미소로 태연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잘 다녀왔니, 태연아?”

“네… 그 세계, 진짜 있었던 거예요? 시금치 여왕이랑 동물 친구들이… 진짜로…”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태연이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어 주었다.

“그건 너의 마음이 보여준 세계란다. 진짜보다 더 진짜인.”

태연이는 빵집을 나서며 결심했다. 내일부터 아침마다 시금치를 먹겠다고.

“아빠! 엄마! 나 이제 아침밥 안 거를 거예요! 특히 시금치 반찬 많이 주세요!”

엄마는 깜짝 놀랐지만 이내 웃으며 말했다.

“그래, 태연아. 내일 아침엔 맛있는 시금치 된장국 해줄게!”


제6장. 다시 찾은 빵집

며칠 뒤, 태연이는 친구들과 함께 다시 그 빵집을 찾았다. 하지만 골목 어귀에 이르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빵집이 보이지 않았다. 없어진 것이다!

“태연아, 여기 빵집이 있었단 말이지?”

친구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태연이를 바라보았고, 태연이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정말… 있었는데… 초록 앙금빵도, 할머니도, 시금치 여왕도…”

그 순간, 바람 한 줄기가 불어오더니, 태연이의 손에 작은 토끼 모양의 초록빵이 쥐어져 있었다. 따뜻하고 부드럽고 향기로운 그 빵.

태연이는 그 빵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언제든 내 마음이 열리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제7장. 시금치 전도사 태연

그날 이후 태연이는 반에서 ‘시금치 전도사’로 불렸다. 급식에 시금치가 나오면 제일 먼저 먹고, 친구들에게 시금치 요리법도 알려줬다. 할머니에게 들은 초록 앙금빵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어느 날은 친구들과 함께 직접 시금치를 키우고, 또 어느 날은 시금치로 피자, 카레, 심지어 시금치 쿠키까지 만들어 보았다. 모두 맛있고 건강한 음식이었다.

“시금치는 정말 놀라운 채소야. 힘도 나고 머리도 맑아져!”

태연이의 말에 친구들도 하나둘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태연이는 점점 많은 아이들의 마음을 열었고, 다시 어느 날 밤, 꿈속에서 시금치 여왕이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태연아. 덕분에 초록 앙금의 힘이 돌아왔어.”


제8장. 그리고 또 다른 빵

그리고 얼마 뒤, 학교 앞에 새로 생긴 작은 빵집. 그곳 진열대 한켠에는 이름 모를 빵이 하나 놓여 있었다. 초록빛이 살짝 돌고, 토끼 모양의 귀여운 모습.

“이 빵… 설마…”

태연이는 웃으며 문을 열었다. 그리고 빵을 하나 골라 친구들과 나누어 먹었다.

“얘들아, 이건 그냥 빵이 아니야. 마음으로 먹는 빵이야!”

그리고 그렇게 또 하나의 마법이 시작되었다.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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