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구리와 마법의 미니선풍기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여름날, 작은 마을의 거리는 푹푹 찌는 더위로 가득했다. 나무 그늘에 앉아도, 얼음물을 마셔도, 부채를 부쳐도 더위는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에휴, 너무 더워!"
탱구리는 손부채를 열심히 흔들다가 힘없이 내려놓았다. 바람 한 점 없는 무더운 날씨에 지쳐버린 것이다.
그때였다. 골목길 한쪽에서 작은 가게 하나가 눈에 띄었다. 간판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마법 상점 - 여름 한정 특별 할인!"
"마법 상점…?"
탱구리는 궁금한 마음에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에는 온갖 신기한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반짝이는 유리병, 이상한 모양의 모자, 빛나는 공… 그리고 작은 선풍기들이 한쪽에 놓여 있었다.
가게 주인인 할아버지가 다가와 말했다.
"어서 오렴, 더위에 지쳐 보이는구나."
"네, 너무 더워요. 근데 여기 있는 선풍기들은 뭐예요?"
할아버지는 빙긋 웃으며 가장 작은 선풍기를 집어 들었다. 손바닥만 한 크기에 둥글고 귀여운 디자인이었다.
"이건 마법의 미니선풍기란다. 단순한 선풍기가 아니라 아주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지."
탱구리는 호기심에 반짝이는 눈으로 선풍기를 바라보았다.
"정말요? 얼마나 시원한 바람이 나오길래요?"
할아버지는 선풍기를 건네주며 말했다.
"이 선풍기는 그냥 바람만 나오는 게 아니야. 네 마음에 따라 다른 바람이 나온단다. 한번 켜볼래?"
탱구리는 기대하며 선풍기의 버튼을 눌렀다. 순간, 선풍기에서 부드럽고 시원한 바람이 나오더니, 갑자기 주변 공기가 변하기 시작했다.
"우와! 이건…"
놀랍게도 탱구리의 주변이 바닷가처럼 변해 있었다! 파도 소리가 들리고, 부드러운 모래가 발 밑에 닿는 듯했다. 선풍기에서 나오는 바람은 시원한 바닷바람처럼 상쾌했다.
"정말 신기해요! 제가 바다에 온 것 같아요!"
할아버지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법의 미니선풍기는 네가 원하는 곳의 바람을 불어주지. 네가 바다를 떠올렸기 때문에 바닷바람이 나온 거란다."
탱구리는 신이 나서 선풍기를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바람을 조절할 때마다 주위 풍경이 바뀌었다.
- 산속을 떠올리자 시원한 산들바람이 불어오고, 나무 냄새가 감돌았다.
- 눈 덮인 설원을 생각하자, 차갑고 깨끗한 겨울바람이 불어왔다.
- 봄날의 꽃밭을 떠올리자, 달콤한 꽃향기와 함께 따뜻한 바람이 감돌았다.
"와아! 이거 너무 재밌어요! 꼭 여행을 다니는 기분이에요!"
탱구리는 기뻐하며 선풍기를 꼭 끌어안았다.
"이제 더위 걱정은 없겠네요!"
하지만 그 순간, 바깥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너무 덥다… 물도 다 떨어졌어…"
길가에 어떤 아이가 더위에 지쳐 주저앉아 있었다. 탱구리는 그 모습을 보자 고민 없이 미니선풍기를 켜서 바닷바람을 불어주었다.
"자, 시원한 바람이야!"
"와! 정말 시원해! 바닷가에 온 것 같아!"
아이는 금세 기운을 차리고 활짝 웃었다.
그날 이후, 탱구리는 마법의 미니선풍기로 사람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
- 할머니에게는 꽃향기 나는 봄바람을 불어주고,
- 장사를 하는 아저씨에게는 시원한 바람을 보내주고,
- 더위에 지친 강아지에게는 산들바람을 선물했다.
탱구리가 지나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웃음을 되찾았고, 여름이 더 이상 힘들지 않게 되었다.
어느 날, 탱구리는 문득 궁금해졌다.
"할아버지, 이 선풍기의 마법은 영원한 거예요?"
할아버지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이 선풍기의 진짜 마법은 네 마음속에 있단다. 네가 누군가를 위해 좋은 바람을 불어주고 싶다는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 한, 선풍기는 언제까지나 마법을 가지고 있을 거야."
그 말을 듣자 탱구리는 더욱 행복해졌다.
"그럼 앞으로도 계속 사람들을 위해 바람을 보내줄 거예요!"
그날 밤, 침대에 누운 탱구리는 미니선풍기를 가만히 바라보며 다짐했다.
"내일도 시원한 바람으로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야지!"
그리고 그 꿈속에서도, 탱구리는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신비로운 바람을 선물하고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