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읽어줄 이야기

★탱구리와 대왕뱀의 비밀숲

newb1230 2025. 2. 26.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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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아주 먼 곳에 있는 깊고 깊은 숲 속, 사람의 발길이 좀처럼 닿지 않는 곳에 대왕뱀이 살고 있었어. 그 뱀은 몸집이 어마어마하게 커서 숲속의 가장 큰 나무도 가뿐히 감쌀 수 있었고, 검고 반짝이는 비늘은 햇빛을 받으면 은빛으로 빛났지. 이 숲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어. 그 누구도 감히 그곳에 발을 들이지 않았거든.

그런데 어느 날, 한 용감한 여자아이, 탱구리가 우연히 그 숲을 찾아가게 되었어. 탱구리는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어. 한곳에 가만히 있는 걸 못 참고, 궁금한 게 있으면 꼭 확인해야 직성이 풀렸지.

탱구리의 모험이 시작되다

탱구리는 마을에서 먼 곳까지 탐험하는 걸 좋아했어. 오늘도 그녀는 어깨에 작은 가방을 메고, 손에는 나뭇가지 하나를 들고 숲으로 향했어. 그런데 이상했어.

"응? 이 길은 처음 보는 길인데?"

탱구리는 익숙한 숲길을 지나 조금 더 깊이 들어가다가 이상한 길을 발견했어. 풀들이 높이 자라 있었고, 나무들은 빽빽해서 마치 어둠의 터널 같았지.

하지만 탱구리는 겁이 없었어. 호기심이 더 컸거든. 그래서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어.

그렇게 한참을 걷다 보니, 어느새 숲이 이상한 분위기를 풍기기 시작했어. 공기가 점점 차가워지고, 주위가 조용해졌어. 새들도 울지 않았고, 바람도 불지 않았어.

그리고 그때였어.

거대한 그림자

"쉬이익—"

어디선가 거대한 소리가 들렸어. 마치 무언가가 땅을 스치며 움직이는 듯한 소리였지. 탱구리는 가만히 서서 귀를 기울였어.

그리고 그 순간—

커다란 나무 뒤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움직였어. 길고도 굵은 검은 형체가 스르르 숲 사이로 지나갔지.

"뭐야, 저건...?"

탱구리는 깜짝 놀라 나무 뒤로 몸을 숨겼어. 그리고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지.

그곳에는 대왕뱀이 있었어.

온몸이 새까맣고, 비늘이 번쩍였어. 눈은 붉게 빛났고, 커다란 입에는 날카로운 송곳니가 보였지.

탱구리는 숨을 죽이고 가만히 지켜봤어. 대왕뱀은 천천히 움직이며 숲속을 어슬렁거렸어. 그러다 갑자기 멈춰 서서 고개를 들고 주변을 살폈어.

"혹시 나를 본 걸까?"

탱구리는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어. 하지만 이상했어. 대왕뱀이 무서운 모습이긴 했지만, 어딘가 슬퍼 보였거든.

대왕뱀의 비밀

탱구리는 용기를 내어 조금 더 다가가 보기로 했어.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며 나무 사이로 숨어서 살폈지.

그런데 그 순간, 대왕뱀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어.

"이제 더 이상 시간이 없어... 나는... 영원히 사라질지도 몰라..."

탱구리는 깜짝 놀랐어.

"뱀이 말을 한다고?"

그리고 영원히 사라질지도 모른다니, 무슨 뜻일까?

탱구리는 더욱 궁금해졌어. 하지만 아직은 섣불리 나설 수 없었지.

그래서 며칠 동안 숲에 찾아와 대왕뱀을 몰래 지켜봤어.

그런데 날이 갈수록 대왕뱀의 몸이 점점 약해지고 있었어. 힘이 없어 보였고, 먹이도 잘 먹지 않았어.

그러던 어느 날, 탱구리는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대왕뱀에게 다가갔어.

"저기... 괜찮아요?"

대왕뱀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어. 붉은 눈이 탱구리를 똑바로 바라봤지.

"넌 누구냐?"

"난 탱구리라고 해요. 우연히 이 숲에 들어오게 됐어요."

대왕뱀은 잠시 탱구리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어.

"넌 내가 무섭지 않니?"

탱구리는 고개를 저었어.

"처음엔 조금 무서웠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오히려 슬퍼 보여요."

대왕뱀은 잠시 말이 없었어.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지.

"나는 이 숲을 지키는 존재야.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살며 숲을 보호했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힘을 잃고 있어. 이제 곧 사라질지도 몰라."

"사라진다고요?"

"그래... 이 숲의 생명이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야. 나무들이 점점 시들고, 동물들이 떠나고 있어. 내가 힘을 내지 못하면 이 숲도 함께 사라질 거야."

탱구리는 가슴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어.

"그럼... 방법은 없나요?"

대왕뱀은 고개를 저었어.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하지만 아주 어려운 일이야."

탱구리의 선택

탱구리는 대왕뱀을 도와주기로 결심했어. 대왕뱀이 힘을 되찾을 수 있도록 숲의 생명을 되살리는 방법을 찾기로 한 거야.

탱구리는 마을에서 가져온 작은 씨앗을 숲에 심었어. 그리고 매일 물을 주고 정성껏 돌봤지.

시간이 지나면서 숲에 작은 변화가 생겼어. 죽어가던 나무들이 다시 푸르게 살아났고, 새들이 돌아오기 시작했어.

대왕뱀도 점점 기운을 되찾기 시작했어.

"탱구리야, 네 덕분에 숲이 다시 살아나고 있어. 정말 고맙구나."

탱구리는 기뻤어.

"이제 이 숲은 다시 건강해질 거예요!"

그리고 정말로, 몇 달 후 숲은 다시 예전처럼 푸르고 아름다운 곳으로 변했어. 대왕뱀도 완전히 회복되어 다시 숲을 지킬 수 있게 되었지.

행복한 숲, 그리고 영원한 약속

탱구리는 이제 숲을 떠나야 했어. 하지만 그녀는 대왕뱀과 약속했어.

"나는 가끔 이 숲에 올 거예요. 계속 지켜볼게요!"

대왕뱀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어.

"네가 있는 한, 이 숲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거야."

그렇게 탱구리는 용감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숲을 지켰고, 대왕뱀과 영원한 친구가 되었어.

그리고 숲은 계속해서 살아 숨 쉬었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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