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구리와 열대과일의 나라
한여름 햇살이 강렬하게 내리쬐던 어느 날, 탱구리는 우연히 집 앞 정원에서 빛나는 씨앗 하나를 발견했다. 작고 반짝이는 씨앗에서 달콤한 과일 향이 풍겨 나왔다.
"이게 뭐지?" 탱구리는 호기심에 씨앗을 손에 쥐고 바라보았다. 순간, 씨앗이 빛을 내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탱구리의 주변이 빛으로 감싸이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그녀는 전혀 새로운 세계에 서 있었다.
그곳은 형형색색의 나무들과 알록달록한 과일들로 가득한 신비로운 나라였다. 바람이 불 때마다 달콤한 향기가 퍼졌고, 나무에는 커다란 망고, 파인애플, 바나나, 그리고 수박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우와, 여기는 어디지?"
탱구리가 주위를 둘러보자, 갑자기 커다란 파인애플 모양의 집 문이 열리며 조그만 생물들이 튀어나왔다. 그들은 작은 과일 요정들이었다. 몸은 알록달록한 열대과일처럼 생겼고, 손바닥만 한 크기의 날개를 파닥거리고 있었다.
"어서 와, 인간 친구! 우리는 열대과일 나라의 요정들이야!"
가장 앞에 있던 망고 요정이 반갑게 인사했다. 탱구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열대과일 나라? 그럼 여긴 마법이 있는 곳이야?"
"맞아! 우리 나라에서는 모든 과일들이 살아 있고, 서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지!"
요정들은 탱구리를 데리고 커다란 열대과일 궁전으로 안내했다. 궁전은 거대한 코코넛 나무와 야자수 잎으로 장식되어 있었고, 문을 열자 내부에는 황금빛으로 빛나는 과일 왕좌가 놓여 있었다.
왕좌 위에는 풍채 좋은 ‘과일 왕’이 앉아 있었다. 그는 커다란 두리안을 왕관처럼 쓰고 있었고, 손에는 긴 바나나 홀을 들고 있었다.
"어서 와라, 어린 여행자여. 나는 이 나라의 왕, 두리안 대왕이다."
탱구리는 깍듯이 인사를 하며 말했다.
"저는 탱구리예요! 우연히 신기한 씨앗을 발견했는데, 여기에 오게 되었어요!"
두리안 대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씨앗은 우리 열대과일 나라의 보물, '황금 씨앗'이다. 그것을 발견한 것은 특별한 운명을 가진 자라는 뜻이지. 어쩌면 너는 이 나라를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도와야 한다고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두리안 대왕은 한숨을 쉬며 설명했다.
"사실, 우리 나라는 지금 큰 위기에 처해 있다. 검은 바람이 불어오면서 과일들이 점점 썩어가고 있어. 만약 이 상태가 계속되면 열대과일 나라는 사라지고 말 거야!"
탱구리는 깜짝 놀랐다.
"그럼, 검은 바람을 막으면 되는 거죠? 어떻게 하면 되나요?"
"우리 나라의 심장인 '생명의 과수원'이 위태롭다. 그곳에는 모든 과일을 건강하게 자라게 하는 마법의 열매가 있는데, 검은 바람이 그 열매를 시들게 하고 있어. 네가 그곳으로 가서 생명의 열매를 되살릴 수 있다면, 이 나라를 구할 수 있을지도 몰라."
탱구리는 용기를 내어 대답했다.
"좋아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그러자 두리안 대왕은 손을 흔들어 작은 열대과일 요정들을 불렀다.
"망고, 파파야, 바나나, 너희가 이 아이를 도와 생명의 과수원으로 안내하도록 하거라!"
망고 요정, 파파야 요정, 바나나 요정은 반짝이는 날개를 파닥이며 탱구리를 향해 웃었다.
"우리가 길을 안내해 줄게! 따라와!"
탱구리는 요정들과 함께 열대과일 나라의 깊은 정글로 들어갔다. 가는 길마다 형형색색의 과일 나무들이 늘어서 있었고, 탱구리는 신기한 광경에 감탄하며 걸어갔다. 하지만 정글이 깊어질수록 공기가 점점 차가워지고, 주변의 나무들도 시들어갔다.
"이게 바로 검은 바람의 영향이야…" 망고 요정이 슬픈 얼굴로 말했다.
탱구리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저 멀리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오는 곳을 발견했다.
"저기가 생명의 과수원인가 봐요! 서둘러 가요!"
그들은 서둘러 과수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에는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크하하하! 내가 바로 검은 바람의 주인, 썩은 과일 마왕이다!"
거대한 썩은 과일 몬스터가 웃으며 나타났다. 그의 몸에서는 시커먼 연기가 피어올랐고, 그가 손을 흔들자 주변의 나무들이 점점 말라갔다.
"이 나라의 모든 과일을 썩게 만들고, 나만이 유일한 왕이 될 것이다!"
탱구리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럴 수 없어요! 열대과일 나라를 구하기 위해 왔어요!"
그러자 썩은 과일 마왕이 웃으며 말했다.
"네가 나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나의 검은 연기를 마시면 너도 나처럼 썩어버릴 것이다!"
탱구리는 한순간 무서웠지만, 주머니에서 반짝이는 황금 씨앗을 꺼내 들었다.
"이 씨앗은 열대과일 나라의 희망이야!"
황금 씨앗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오며, 생명의 과수원으로 퍼져 나갔다. 그러자 검은 바람이 점점 사라지고, 썩은 과일 마왕은 몸이 점점 작아지더니 결국 사라지고 말았다.
"해냈어!"
망고 요정과 친구들은 기뻐하며 탱구리를 둘러쌌다. 생명의 열매가 다시 빛을 내며 열대과일 나라 전체로 생명의 기운을 퍼뜨렸다.
탱구리는 두리안 대왕에게 돌아와 모든 이야기를 전했다.
"잘했다, 탱구리! 너 덕분에 열대과일 나라가 다시 살아났다!"
두리안 대왕은 기뻐하며 그녀에게 특별한 열대과일 주스를 선물했다.
"이제 너는 언제든지 우리 열대과일 나라를 방문할 수 있을 것이다."
탱구리는 활짝 웃으며 주스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어느새 눈을 떠보니, 그녀는 다시 집 앞 정원에 서 있었다. 하지만 손에는 여전히 달콤한 열대과일 주스가 들려 있었다.
"정말 신기한 모험이었어!"
그렇게 탱구리는 잊지 못할 열대과일 나라에서의 모험을 가슴속에 간직하며 집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