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소리
어느 작은 마을에 사는 태연이는 밝고 호기심 많은 아홉 살 여자아이였어요.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기를 기다리며, 태연이는 매일 창밖을 내다보며 "봄은 언제 올까?" 하고 생각하곤 했어요.
하얀 눈이 사라지고, 마른 나뭇가지에 작은 초록색 새싹이 돋아날 때쯤, 태연이는 문득 엄마에게 물었어요.
"엄마, 봄이 오면 어떤 소리가 나요?"
엄마는 웃으며 대답했어요.
"봄이 오면 많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단다. 하지만 그 소리를 들으려면 아주 조용히 귀를 기울여야 해."
태연이는 궁금해졌어요. 봄의 소리라니, 어떤 소리일까? 그렇게 궁금증을 품은 태연이는 봄의 소리를 찾아 떠나기로 했어요.
첫 번째 소리: 얼음이 깨지는 소리
다음 날 아침, 태연이는 신발을 신자마자 집 앞 개울로 달려갔어요. 겨울 동안 꽁꽁 얼어 있던 개울이 녹기 시작하면서, 얼음 틈 사이로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들렸어요.
"졸졸졸…"
태연이는 조심스럽게 개울가에 앉아 귀를 기울였어요. 그리고 눈을 크게 뜨며 깜짝 놀랐어요. 얼음이 살짝 갈라지면서 "똑!" 하는 소리가 났어요.
"엄마! 봄이 얼음을 깨뜨리고 있어요!"
엄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어요.
"그래, 봄이 오면 얼음도 서서히 녹고, 개울도 다시 흐르지."
태연이는 신기한 듯 개울물을 손으로 살짝 만져 보았어요. 아직은 차가웠지만, 곧 따뜻한 봄이 오겠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두 번째 소리: 새싹이 돋아나는 소리
다음날, 태연이는 집 앞 정원으로 나갔어요. 겨울 동안 황량했던 땅에서 작은 새싹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었어요.
태연이는 땅에 귀를 가까이 대고 조용히 들어보았어요.
"쏘옥…"
"어?"
태연이는 깜짝 놀라서 고개를 들었어요. 분명히 아주 조그맣고 부드러운 소리가 들린 것 같았어요.
엄마가 태연이를 보고 웃으며 말했어요.
"태연아, 봄이 오면 새싹들이 땅을 뚫고 올라오는 소리를 낸단다."
"정말요? 새싹이 나오는 소리도 들을 수 있어요?"
"물론이지. 아주 조용히 귀를 기울이면 말이야."
태연이는 마치 마법 같은 일처럼 느껴졌어요. 새싹도 소리를 내다니!
세 번째 소리: 바람이 속삭이는 소리
어느 날, 태연이는 동네 언덕에 올라갔어요. 언덕 꼭대기에는 큰 나무가 서 있었어요. 나뭇가지들은 아직 앙상했지만,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며 "사르르…" 소리를 냈어요.
"봄 바람이 속삭이는 소리일까?"
태연이는 가만히 서서 바람 소리를 들었어요. 차가운 겨울바람과는 달리,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이었어요.
그때, 바람이 살짝 불어와 태연이의 머리카락을 간지럽혔어요.
"어? 바람이 나한테 인사하는 것 같아!"
태연이는 깔깔 웃으며 바람과 함께 춤을 추었어요.
네 번째 소리: 새들의 노래
어느새 날이 점점 따뜻해지고 있었어요. 그리고 마을 곳곳에서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요.
"짹짹! 삐이 삐이!"
태연이는 나뭇가지 위에서 노래하는 작은 참새들을 발견했어요.
"새들도 봄이 와서 기뻐하는 걸까?"
엄마가 말했어요.
"맞아. 봄이 오면 새들도 다시 돌아와서 노래를 부르지."
태연이는 두 팔을 벌려 새들처럼 빙글빙글 돌며 노래를 따라 불렀어요.
마지막 소리: 아이들의 웃음소리
날씨가 완전히 따뜻해지자, 마을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어요. 겨울 동안 집 안에서만 놀던 아이들이 밖으로 나와 함께 뛰어놀기 시작한 거예요.
"하하하!"
"우리 꽃놀이 가자!"
"연 날리러 가자!"
태연이도 친구들과 함께 뛰어다니며 신나게 웃었어요.
엄마가 말했어요.
"태연아, 이제 봄이 온 걸 알겠니?"
태연이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어요.
"네, 엄마! 봄이 오는 소리를 다 들었어요! 얼음이 깨지는 소리, 새싹이 돋아나는 소리, 바람이 속삭이는 소리, 새들의 노래, 그리고 우리들의 웃음소리까지!"
엄마는 태연이를 꼭 안아주며 말했어요.
"그래, 봄은 이렇게 우리 곁으로 온단다."
그렇게 태연이는 봄이 주는 따뜻한 소리들을 가슴에 새기며, 따스한 햇살 아래에서 친구들과 함께 봄을 마음껏 즐겼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