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연이와 감정 돋보기
― 마음의 색을 보는 작은 렌즈 ―
🌈 프롤로그: 벼룩시장에서의 작은 발견
봄이 막 시작된 날이었어요.
태연이는 엄마, 아빠와 함께 동네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에 갔어요. 여기저기에서 책, 장난감, 오래된 물건들이 놓여 있었죠.
태연이는 중고 책 더미 옆에서 작은 가죽 상자 하나를 발견했어요.
손바닥만 한 상자 안에는 낡은 금테 돋보기가 하나 들어 있었어요.
손잡이는 나무였고, 렌즈는 아주 깨끗했지만 살짝 푸른빛을 띠고 있었죠.
“엄마, 이거 사도 돼요?”
“그거? 음... 아주 오래돼 보이네. 그런데 마음에 든다면, 괜찮지.”
태연이는 그 돋보기를 손에 꼭 쥐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 1장: 이상한 렌즈
그날 저녁, 태연이는 책상 위에 돋보기를 올려두고 숙제를 하다가, 문득 장난삼아 렌즈로 주변을 들여다봤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렌즈 너머로 본 엄마의 머리 위에는 옅은 분홍색 구름이 둥실 떠 있었어요.
“엄마, 머리 위에 뭐 있어요!”
“어? 무슨 말이야?”
태연이는 다시 한번 렌즈로 엄마를 봤어요.
이번엔 구름이 살짝 흔들리며 하트 모양으로 바뀌었죠.
태연이는 어리둥절했어요.
잠시 뒤, 아빠가 방에 들어왔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아빠 머리 위엔 회색 안개처럼 보이는 흐릿한 덩어리가 떠 있었죠.
“아빠는 피곤해 보여요...”
태연이가 말하자, 아빠는 깜짝 놀랐어요.
“어떻게 알았어? 회사에서 일이 좀 많았거든.”
🧠 2장: 마음의 색을 보는 렌즈
다음 날부터 태연이는 학교에 돋보기를 가져갔어요.
친구들을 렌즈로 슬쩍 보자, 모두 각기 다른 색과 모양의 기운을 머리 위에 두르고 있었어요.
- 수민이는 노란색 방울 같은 게 보였고,
- 하준이는 짙은 파란색 물결이었어요.
- 선생님은 은은한 초록색 나뭇잎들이 떠다녔죠.
태연이는 깨달았어요.
“이건 감정을 보여주는 돋보기야...!”
기분이 좋은 친구들은 따뜻하고 밝은 색,
슬픈 친구들은 푸른 안개,
화난 친구들은 붉은 불꽃 같은 형상이었어요.
🧒 3장: 외톨이 현우의 검은 구름
태연이는 평소 조용해서 말 한 마디도 거의 하지 않는 현우를 렌즈로 보게 됐어요.
그 순간, 렌즈 너머에 보인 건 아주 짙고 무거운 검은 구름이었어요.
검은 구름은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고, 구름 안쪽엔 조그만 울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어른거렸어요.
“현우는 지금... 많이 외롭구나.”
태연이는 왠지 마음이 먹먹해졌어요.
그래서 그날 점심시간, 조심스럽게 현우 옆에 앉았어요.
“같이 도시락 먹어도 돼?”
현우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어요.
그 순간, 태연이가 렌즈로 현우를 다시 봤을 때— 검은 구름에 작은 틈이 생기고, 그 사이로 파란 나비 하나가 살짝 날아다니고 있었어요.
📘 4장: 감정 노트
그날 이후 태연이는 **‘감정 노트’**를 만들었어요.
돋보기로 본 감정의 색깔과 이유를 기록하면서, 하루하루 친구들의 기분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태연이는 알게 되었어요.
- 수민이는 집에서 강아지가 아파서 슬펐고,
- 하준이는 운동회에서 실수한 게 계속 마음에 걸리고 있었고,
- 선생님은 누구보다 아이들을 걱정하고 있었어요.
어른들도, 친구들도 겉으론 웃고 있어도 속은 다 달랐어요.
태연이는 이런 마음을 그냥 지나치지 않기로 했어요.
🐦 5장: 감정은 새처럼
어느 날, 태연이는 놀이터에서 작은 파란 새를 발견했어요.
다친 날개를 가진 새는 잔디밭 한쪽에서 홀로 울고 있었어요.
태연이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품에 안았고, 렌즈를 들이대 보았어요.
그 작은 새에게도 연한 보랏빛 감정의 안개가 어른거리고 있었어요.
“슬픔은 사람만의 것이 아니구나...”
태연이는 새에게 작은 노래를 불러줬고,
며칠 뒤 새는 날개를 펴고 하늘로 날아갔어요.
그 순간 렌즈 너머로 보인 건, 수많은 무지갯빛 깃털이 흩날리는 장면이었어요.
🧩 6장: 감정을 잃은 도시
시간이 지나면서 태연이는 렌즈로 보는 감정의 풍경이 점점 흐릿해지고, 단조롭게 변하는 걸 느꼈어요.
도시 속 사람들 대부분이 회색빛 안개에 휩싸여 있었고, 색이 없거나, 멈춰 있거나, 닫혀 있었어요.
“이건 뭔가 이상해... 모두 마음을 숨기고 있어.”
태연이는 도시가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병에 걸렸다고 느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돋보기 렌즈에 작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 7장: 돋보기의 마지막 빛
감정을 억누르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렌즈는 점점 금이 가기 시작했어요.
현우도, 수민이도, 모두 렌즈 속에선 무표정한 형체로만 보이게 되었죠.
태연이는 마지막으로 렌즈를 들고, 운동장에서 소리쳤어요.
“우리... 서로의 마음을 말해보자! 괜찮다고만 하지 말고, 진짜 감정을 보여줘요!”
조용했던 운동장이 잠시 뒤 술렁이기 시작했어요.
누군가 울기 시작했고, 누군가는 웃었고, 누군가는 큰 소리로 말했어요.
“나 요즘 많이 외로워!”
“나도 무서웠어.”
“화났었어. 근데 말할 곳이 없었어.”
그 순간, 렌즈는 하얗게 빛나며 산산조각 났어요.
하지만 태연이는 슬프지 않았어요.
이제는 돋보기가 없어도 마음을 볼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 에필로그: 진짜 돋보기는 마음 속에
태연이는 감정 노트를 책장에 꽂아두었어요.
그리고 더 이상 렌즈 없이도 친구들의 기분을 물어보고, 이야기를 들어주었어요.
“현우야, 오늘은 마음 색깔이 무슨 색 같아?”
“음... 살짝 노란색? 너랑 말하니까 기분 좋아졌어.”
태연이는 웃었어요.
진짜 감정을 보는 렌즈는... 바로 진심으로 들으려는 마음이라는 걸, 이제 알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