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연이의 사춘기 탐험기》
― 마음이 자라는 계절 ―
1장. 그날, 거울 속 나
초등학교 마지막 학기가 시작되던 봄날 아침,
태연이는 거울 앞에 서서 한참이나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 얼굴이... 이상해졌어.”
볼은 어제보다 조금 더 부어 보였고, 코 주변엔 작은 여드름이 올라오려는 기미가 있었다.
눈도 이상하게 부어 보였고, 머리카락은 자꾸만 말 안 듣게 뻗쳤다.
“태연아! 늦는다, 얼른 내려와!”
엄마의 목소리에 태연이는 잠깐 거울에서 눈을 떼었다.
그러나 마음속엔 이상한 감정이 뭉글뭉글 피어오르고 있었다.
“나는 왜 갑자기 이렇게 된 걸까...”
그날부터 태연이는 하루에 몇 번씩 거울을 들여다보며 자신이 변해가는 걸 느꼈다.
이상한 기분, 모호한 불안, 설명할 수 없는 짜증.
그건 마치 몸 안에 낯선 태연이가 하나 더 생겨서, 자꾸만 말을 걸고, 부추기고, 헷갈리게 만드는 느낌이었다.
2장. 친구, 멀어지다
태연이에게는 민지라는 단짝이 있었다.
둘은 1학년 때부터 함께였고, 거의 모든 걸 함께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민지가 다른 친구와 놀자고 하자 태연이는 괜히 서운해졌다.
“왜? 오늘은 나랑 같이 집에 가기로 했잖아.”
“미안... 오늘은 지윤이랑 약속했어.”
민지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태연이는 그 말이 마치
‘이젠 너보다 지윤이가 더 좋아’
라고 들렸다.
그날 이후 태연이는 민지와 점점 말을 아끼기 시작했고,
마음속엔 ‘버려진 기분’이 똬리를 틀었다.
“그냥... 다들 나보다 더 재밌는 친구들이 생긴 거야.”
하지만 이런 감정조차 태연이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어쩌면, 자기만 이상한 걸까 봐 두려웠다.
3장. 나는 누구지?
사춘기의 진짜 시작은 ‘외로움’이었다.
가끔은 거울 속 얼굴도 낯설었고,
좋아하던 장난감도 시들해졌고,
부모님 목소리는 괜히 거슬렸다.
특히, 아빠의 잔소리는 요즘 더더욱 듣기 싫었다.
“너 요즘 왜 이렇게 방이 엉망이야?”
“공부 좀 신경 써야지.”
“그 표정은 또 뭐니? 말대꾸 하지 마!”
아빠가 무슨 말을 할 때마다 태연이는 자기도 모르게 눈을 굴리고,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방에 들어와 이불을 뒤집어쓰고 조용히 울었다.
“왜 이렇게 사는 게 피곤하지...”
태연이는 점점 더 조용해졌고, 친구들과도 거리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마음 깊은 곳에는 분명히 외치고 싶었다.
“나도 모르겠어요!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요!”
4장. 모르는 나와 친해지기
어느 날, 학교에서 새로 온 보건 선생님이
‘마음 일기’를 써보자고 말했다.
“몸이 자라는 만큼, 마음도 자라요.
지금 여러분은 혼란스러울 수도 있어요. 그럴 땐, 마음을 글로 써보세요.”
그날 밤, 태연이는 작고 예쁜 수첩을 꺼내 ‘마음 일기’라는 제목을 적었다.
2025년 4월 5일, 날씨 흐림
오늘 민지가 또 지윤이랑 갔다. 나랑은 요즘 별로 말 안 해.
그럴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난 계속 속상하다.
어른들은 다 쉽게 말하는데, 나는 지금 아무것도 쉽지 않다.
그렇게 시작된 마음 일기는, 어느새 태연이에게 조금씩 자신의 마음을 설명하는 친구가 되었다.
매일 쓰다 보니, 슬픔도, 화도, 외로움도 ‘그저 그런 하루의 일부’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5장. 마음은 자라는 중
마음 일기를 쓰면서, 태연이는 자신이 어떤 상황에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더 잘 알게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민지에게도 조심스럽게 말을 꺼낼 수 있게 되었다.
“요즘 내가 좀 예민했던 것 같아. 민지야, 나 너랑 멀어진 줄 알고 속상했어.”
민지는 놀란 표정으로 태연이를 바라봤다.
“어? 그런 거 아니야! 나도 태연이가 나한테 서운한 줄 알고 괜히 무서워서 말 못 걸었어.”
두 사람은 그날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고,
다시 예전처럼 웃으며 걸어갈 수 있었다.
6장. 나만의 속도
태연이는 요즘 따라, 모두가 자신보다 더 앞서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친구 민지는 수학 문제를 척척 풀고,
지윤이는 피아노 콩쿠르에 나간다고 했고,
다온이는 미술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반면, 태연이는 그저 평범했다.
학교도, 성적도, 특기활동도 다 그저 그런 느낌.
“나는 뭐가 특별하지…?”
그 질문은 하루에도 몇 번씩 머릿속을 맴돌았다.
어른들은 “그 나이에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했지만,
태연이에게는 절실한 고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태연이는 도서관에서 우연히 한 책을 펼쳤다.
책의 제목은 《달팽이의 여행》이었다.
거기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달팽이는 느리지만, 누구보다 풍경을 자세히 본다.”
태연이는 순간, 눈물이 났다.
누구보다 느리게 가고 있는 것 같은 자신에게
처음으로 ‘괜찮다’는 말을 해주는 책 같았기 때문이다.
그날 일기에 이렇게 썼다.
“나는 느려도 돼.
나는 지금, 나만의 속도로 자라고 있어.”
🌱 7장. 새로운 감정들
사춘기라는 건 마치 감정의 스위치가 수십 개쯤 되는 집에 사는 것 같았다.
기뻤다가 슬펐다가, 웃다가 눈물 나고, 괜히 누군가가 보고 싶고, 또 멀어지고 싶고.
태연이는 가끔 혼자 창가에 앉아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세상을 멍하니 바라보는 일이 많아졌다.
창밖의 하늘은 그렇게 어른스럽고 고요했지만, 마음속은 자꾸만 흔들렸다.
그리고 어느 날, 마음 일기에 처음으로 이런 문장을 썼다.
“나도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 걸까?”
같은 반 친구인 다온이는 말수가 적고 항상 조용했는데, 이상하게 요즘 들어 다온이를 보면 심장이 이상하게 두근거렸다.
무슨 말을 하려다 말고, 괜히 눈을 피하고,
친구들이 “태연아, 왜 얼굴 빨개졌어?” 하고 묻기 시작했다.
태연이는 웃으며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했지만,
밤에 이불을 덮고 나서야 조용히 속삭였다.
“이게... 좋아하는 마음인 것 같아.”
💡 8장. 마음을 표현하는 법
하지만 좋아하는 감정은 기쁨만 있는 게 아니었다.
괜히 비교하게 되고,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다온이는 미술을 정말 잘했고, 태연이는 그림 그리기에 자신이 없었다.
그날도 다온이의 멋진 그림을 보며 태연이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나는 왜 이렇게 못하지…”
그때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
“태연이는 글을 잘 쓰잖아. 네 마음 일기, 예전에 잠깐 본 적 있어. 되게 감동적이었어.”
다온이었다.
태연이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고,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하지만 그 말은 처음으로, 사춘기의 ‘불안한 나’에게 따뜻한 손을 건네는 것처럼 느껴졌다.
🎭 9장. 엄마와의 충돌
사춘기의 가장 큰 고비는 어느 날 갑작스레 찾아왔다.
어느 저녁, 태연이는 엄마와 크게 싸우고 말았다.
“너 요즘 왜 그렇게 반항적이니?”
“엄마는 나 이해 못 해! 맨날 공부, 공부! 나도 내 감정이 뭔지 모르겠다고!”
“그게 사춘기라고 다 이해받아야 된다는 뜻은 아니야!”
눈물이 주르륵 흐르던 태연이는 결국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가 버렸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뛰던 태연이는
공원 벤치에 앉아 숨을 헐떡였다.
그때 주머니 속의 마음 일기 수첩이 손에 잡혔다.
펼쳐진 페이지에 태연이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한 줄을 적었다.
“엄마가 미워. 그런데… 엄마가 날 사랑하는 것도 알아.”
🌙 10장. 한밤의 화해
한참이 지나 공원에 도착한 건, 다름 아닌 엄마였다.
잔뜩 걱정된 얼굴로, 울다 지쳐 잠든 태연이를 꼭 안아주었다.
“미안해… 엄마가 요즘 너랑 이야기 너무 못 했지.
근데 태연아, 너도 엄마한테 말해줘야 엄마도 너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어.”
둘은 말없이 오래도록 껴안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태연이는
‘사춘기란 혼자 겪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면서 함께 건너는 다리’라는 걸 알게 되었다.
🧭 11장. 내가 되는 시간
봄이 지나 여름이 오고, 태연이는 어느새 중학생이 되었다.
변한 건 많았지만,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스스로의 감정을 숨기지 않게 된 것.
슬프면 마음 일기에 적고,
기쁘면 친구에게 나누고,
화가 나면 차분히 이유를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민지와의 우정도, 다온이와의 관계도, 가족과의 대화도
모두 천천히, 하지만 단단하게 이어졌다.
이제 태연이는 예전처럼 거울을 보고 한숨짓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속삭인다.
“오늘도 수고했어, 나.”
🎀 에필로그: 끝나지 않는 이야기
사춘기는 마치 계절 같았다.
처음엔 낯설고, 혼란스럽고, 두려웠지만
그 시간을 천천히 지나면서 태연이는 알게 되었다.
내 마음을 가장 먼저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것.
그리고 그 마음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이
누군가와 진짜 친구가 되는 시작이라는 것.
태연이는 오늘도 가방 속에 조그만 수첩을 넣고
학교로 향한다.
그 수첩엔 이렇게 적혀 있다.
“나는 내가 자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야기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