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투성이 속옷가게
태연이는 조용한 마을, 별빛고개 마을에 사는 열 살 소녀였다. 이 마을에는 특별한 것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이상한 곳은 골목 끝에 있는 낡은 간판의 **“딱 맞는 모순 속옷가게”**였다.
이 가게는 낮에는 절대 열지 않았다. 밤 9시가 되면 간판이 은은한 달빛처럼 빛나고, 문이 삐걱 소리를 내며 혼자서 열렸다. 간판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들어올 땐 반값, 나갈 땐 두 배. 하지만 만족은 무한대!”
사람들은 이 가게를 이상하게 여겨 가까이 가지 않았지만, 태연이는 매일 가게 앞을 지나며 궁금해했다. "속옷가게인데 왜 모순이 있을까?" 태연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매일같이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태연이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어떤 보라빛 고양이가 말했다.
“모순의 가게는 단지 속옷을 파는 곳이 아니야. 진짜 너의 마음을 입혀주는 곳이지.”
그날 밤, 태연이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가게 문 앞에 섰다. 문은 저절로 열렸고, 벨소리는 “딩동댕~”이 아니라 “똥딩댕~” 이상한 소리를 냈다.
가게 안은 마법의 공간처럼 넓었다. 한 쪽에는 날아다니는 팬티, 다른 쪽에는 노래하는 브래지어, 또 어떤 코너에는 웃는 속옷과 우는 속옷이 진열되어 있었다.
“어서 오세요! 모순투성이 속옷가게에 온 걸 환영합니다아~”
말하는 속옷이 태연이에게 인사했다. 목소리는 무려… 아주머니처럼 깊고, 아이처럼 높고, 동시에 고양이처럼 야옹거렸다.
“너… 누구야?”
“나는 매니저 팬티! 이곳의 가이드죠~ 속옷마다 마음의 색이 담겨 있어요. 당신의 마음을 보여드릴게요~”
태연이는 조금 무서웠지만 호기심이 더 컸다. 팬티 매니저는 태연이를 따라오라며 붕붕 날며 인도했다.
첫 번째 속옷 – “용기의 팬티”
용기의 팬티는 용처럼 생긴 팬티였다. 뿔이 달려 있었고 입은 불을 뿜고 있었다.
태연이는 그 팬티를 만져보았다. 그 순간, 심장이 두근거리며 예전에 무서워했던 무대 발표 시간이 떠올랐다. 팬티는 태연이의 과거 속 ‘겁먹은 순간’을 보여줬고, 동시에 그걸 이겨내던 마음도 보여줬다.
“이 팬티는 네 안의 용기를 꺼내주지. 대신 겁도 같이 꺼내주지.”
“둘 다요?”
“그래, 모순의 가게니까!”
두 번째 속옷 – “슬픔의 브래지어”
이번엔 구름 모양의 브래지어였다. 입으면 비가 내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태연이는 가슴이 뻐근했다. 가장 친한 친구 민지와 싸운 날이 떠올랐다.
“이 브래지어는 네 슬픔을 꺼내주는 동시에 위로도 해줘. 하지만… 입고 있으면 웃을 수 없어.”
“그럼 안 입는 게 낫지 않나요?”
“슬픔은 꺼내야 웃을 수 있단다. 입을 땐 눈물이 나고, 벗을 땐 웃음이 나지.”
“모순이네요.”
“정답이야!”
세 번째 속옷 – “반짝이 팬티”
이건 금색 반짝이가 자글자글 붙어있는 팬티였다. 입자마자 태연이는 세상에서 제일 멋진 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모두가 자신을 칭찬했고, 박수가 터졌다.
하지만 팬티는 점점 무거워졌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무서워졌다.
“이 팬티는 자존감과 허영심이 함께 들어 있어. 넌 네가 멋지다고 느끼지만, 다른 사람들의 기대가 짐처럼 무거워지기도 하지.”
태연이는 고개를 숙였다. “그럼 진짜 멋짐은 뭘까요?”
“진짜 멋짐은 팬티가 아니라… 속마음에서 시작된단다. 멋지려고 애쓰는 너의 진심이 이미 멋져.”
네 번째 속옷 – “거짓말 브라”
이 브라는 입으면 속마음을 숨길 수 있었다. 아무리 속이 울고 있어도 겉으로는 웃는 얼굴을 만들었다. 선생님께 혼나도 웃을 수 있었고, 부모님이 다그쳐도 쿨하게 말할 수 있었다.
“편하긴 해요… 그런데 마음이 이상해요.”
“마음은 말하지 않으면, 쌓이다가 터지지. 거짓말 브라는 네 감정을 가려주는 동시에, 네 안을 꽉 막아버리지.”
태연이는 브라를 벗으며 말했다.
“저… 진짜 감정도 입고 싶어요.”
다섯 번째 속옷 – “마법 속옷세트”
마지막 코너에는 태연이 맞춤 속옷세트가 놓여 있었다. 태연이가 직접 고른 속성들 – 용기, 슬픔, 자존감, 진심, 웃음 – 이 한데 엮여 있었다.
속옷은 알록달록했고, 모순투성이였다. 슬플 땐 웃음이 나고, 무서울 땐 힘이 나고, 자랑하고 싶지만 동시에 부끄러운… 그런 이상한 속옷이었다.
“이건… 나같아요.”
“그래, 맞아. 너는 모순투성이야. 그런데 그게 너의 진짜 아름다움이란다.”
태연이는 속옷세트를 품에 안고 말했다.
“이건 팔지 말아요. 이건… 그냥 나일 뿐이에요.”
그 순간 가게가 반짝이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말하던 속옷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천장이 열리며 달빛이 쏟아졌다. 태연이는 몸이 공중으로 둥실 떠오르더니 다시 눈을 떴다.
그녀는 침대에 있었다. 품에 안고 있던 건… 그냥 평범한 하얀 팬티 한 장. 하지만 어디선가 속삭임이 들렸다.
“너는 모순이지만, 그러니까 더 특별해.”
그날 이후, 태연이는 더 이상 자신의 복잡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울 땐 울고, 웃고 싶을 땐 웃었다. 친구와도 진심을 나누었고, 부모님께도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매일 밤, 골목 끝의 가게 간판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내 마
음을 입는다는 건… 진짜 나로 사는 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