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읽어줄 이야기

★반지 고리의 비밀

newb1230 2025. 4. 1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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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이는 보통의 열 살 아이들과 조금 달랐어. 친구들과 잘 어울리긴 했지만, 늘 마음 한 구석이 이상하게 허전했지. 이유는 몰랐지만, 태연이는 언제나 뭔가를 기다리는 기분이었어.
봄이 막 시작된 어느 날, 할머니 집 다락방을 정리하던 태연이는 오래된 보석함을 발견했어.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지만, 그 안에는 놀랍게도 금색으로 빛나는 고리가 달린 작은 반지가 있었지.
태연이는 그 반지를 손에 끼워보았어. 순간, 반지가 반짝이며 고리에서 은은한 빛이 퍼져나갔어. 그리고... 방 안이 돌면서, 모든 것이 조용해졌어.

눈을 떠보니 태연이는 이상한 숲 한가운데에 서 있었어. 나무들은 푸른빛이 감돌았고, 하늘은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지. 주변엔 반딧불처럼 작은 날개 달린 생명체들이 날아다니고 있었어. 그들 중 하나가 태연이 앞에 다가와 말했어.

“넌 선택된 아이야. 반지 고리의 수호자, 태연.”

태연이는 깜짝 놀랐지만, 이 생명체가 해치는 존재는 아니라는 걸 느꼈어. 생명체는 자기 이름이 ‘핑루’라고 소개했어. 핑루는 ‘감정의 반지 세계’를 지키는 티니핑 중 하나였지.

핑루는 태연이를 이끌어 작은 마을로 데려갔어. 그 마을은 마치 장난감 나라처럼 반짝이고 귀엽게 꾸며져 있었지만, 마을 사람들(작은 요정 같은 존재들)의 얼굴엔 걱정이 가득했어.

“우리 세계의 중심, 감정 반지의 고리가 점점 어두워지고 있어.” 핑루가 말했어.
“반지는 세 개의 고리로 구성돼. 기쁨, 용기, 우정. 그런데 지금 그 고리들 중 두 개가 사라졌고, 마지막 하나도 금이 가고 있어.”

태연이는 물었어. “왜 그런 일이 벌어진 거야?”

핑루는 슬프게 웃으며 말했어.
“사람들이 점점 진심으로 감정을 느끼는 걸 잊고 있어. 이 세계는 인간들의 감정 에너지로 유지되거든. 너처럼 특별한 감정을 가진 아이만이 고리를 되찾을 수 있어.”

그렇게 태연이의 여정이 시작됐어.
첫 번째 고리는 ‘기쁨의 고리’. 핑루와 함께 태연이는 웃음이 사라진 숲 ‘검은비웃음 숲’으로 향했어. 숲 속에는 괴물처럼 생긴 슬픔의 정령들이 있었고, 이들은 웃음을 먹고 자랐지.
태연이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 놀던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며 노래를 불렀어. 그 노래가 퍼지자 슬픔의 정령들은 조금씩 웃음을 되찾았고, 나무들 위에서 황금색 고리가 반짝였어.

두 번째 고리는 ‘용기의 고리’. 이번엔 태연이는 거대한 고양이 괴물이 지키는 ‘거울 협곡’으로 향했어. 이 고양이는 상대의 약점을 들춰보는 능력을 가졌고, 태연이에게도 “너는 혼자야. 아무도 널 믿지 않아.”라고 속삭였어.
하지만 태연이는 속으로 속삭였어. “나는 혼자가 아냐. 내 마음속엔 사랑과 기억이 있어.”
그 순간, 거울 속에서 용감한 자신이 나타나 고양이 괴물을 끌어안았고, 고양이는 작고 귀여운 고양이로 변해 사라졌어. 그리고 두 번째 고리가 태연이 손에 떨어졌지.

마지막은 ‘우정의 고리’. 핑루는 말했어. “이건 가장 어려운 고리야. 넌 다른 누군가를 진심으로 용서해야 해.”

태연이는 멈칫했어. 초등학교에서 자신을 괴롭히던 아이, 민희가 떠올랐거든. 민희는 태연이의 그림을 찢고, 친구들에게 이상한 소문도 퍼뜨렸었어. 하지만, 태연이는 어느 날 민희가 혼자 울고 있는 걸 본 기억이 있었지.

“그 아이도 외로웠을까?” 태연이가 중얼이듯 말하자, 핑루는 고개를 끄덕였어.
“네 마음이 열린 거야.”

그 순간, 핑루는 투명한 거울 같은 공간을 열었어. 그 안엔 민희가 서 있었고, 두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지. 태연이는 조용히 다가가 민희의 손을 잡았어.
“괜찮아. 나도 가끔 외로워.”

그 말에 민희는 고개를 끄덕였고, 눈물이 반짝이는 빛으로 변해 태연이의 반지 속으로 흘러들어갔어.
마지막 고리, ‘우정의 고리’가 완성된 순간, 반지는 무지갯빛으로 빛났고, 감정 반지 세계는 다시 평화를 되찾았어.

핑루와 마을 사람들은 환호했어.
“태연이, 네가 우리의 세계를 구했어. 이제 너는 진정한 수호자야.”

하지만 태연이는 말했어. “난 돌아가야 해. 친구들과 가족이 기다려.”

핑루는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반딧불 하나를 태연이에게 건넸어. “이건 반지의 빛.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이게 널 지켜줄 거야.”

태연이가 눈을 감자, 다시 다락방. 시간은 한참도 흐르지 않은 듯했어. 하지만 반지는 여전히 그녀의 손가락에 있었고, 고리에는 무지갯빛이 감돌고 있었지.

그날 이후 태연이는 더 이상 허전하지 않았어. 가끔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았고, 친구들과 더 잘 지낼 수 있었어.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속에서 반짝이는 고리의 힘을 늘 느낄 수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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