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읽어줄 이야기

★🌕 《달의 울음소리, 늑대왕》

newb1230 2025. 4. 14.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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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숲과 높고 험한 산맥 너머, 달빛이 흐르듯 부는 바람 속에 전설처럼 들리는 한 마리의 늑대가 있었다. 눈처럼 하얀 털, 금빛으로 빛나는 눈, 그리고 한 번 울면 산 전체가 떨린다고 하는 그의 이름은 늑대왕 루가였다.
하지만 이 늑대왕은 누구도 가까이할 수 없었다. 언제나 혼자였고, 언제나 조용히 달을 올려다보며 울부짖었다. 누군가 다가오면 멀어지고, 따뜻한 무리의 손길도 차갑게 물리쳤다. 마치 자신이 고독으로 만들어진 존재인 것처럼.

그러던 어느 날, 산 아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소녀 태연이가 열한 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태연이는 남들과 조금 달랐다. 커다란 갈색 눈은 언제나 빛났고, 귀를 기울이면 바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들리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이상한 애야.” 마을 아이들은 수군거렸다.
태연이는 자주 외톨이였다. 하지만 외로움이 꼭 나쁜 건 아니라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외로운 것과 혼자인 것은 다르다는 것도.

그 해 겨울, 마을에 이상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짐승들이 사라지고, 밤마다 산에서 낮게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른들은 말하기 시작했다.
“그 늑대왕이 다시 깨어났어.”
“예전처럼 마을을 공격하려는 거야.”
하지만 태연이는 달랐다. 그녀는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려왔다. 이상하게도, 그 울음은 두렵다기보단 슬펐다.

어느 추운 밤, 태연이는 작은 등불 하나만을 들고 몰래 마을을 빠져나갔다. 눈이 소복이 쌓인 길, 나뭇가지 사이로 흐르는 달빛. 그녀는 오직 울음소리만을 따라 산 깊은 곳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 얼어붙은 호수 위, 은빛 달 아래 — 태연이는 전설의 늑대왕과 마주쳤다.

루가는 거대한 모습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정말 금빛이었고, 그 안엔 깊은 외로움이 숨어 있었다.
“왜 왔느냐, 인간아이여.”
태연이는 떨리는 손으로 가슴을 눌렀다.
“당신의 울음소리가 너무 슬퍼서요. 마음이 아팠어요.”
루가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나는 모두를 잃었다. 내 무리는 오래전 사라졌고, 사람들은 나를 괴물이라 불렀지. 그래서 나는 혼자가 되었고, 그게 나의 벌이 되었단다.”

하지만 태연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건 벌이 아니에요. 그냥… 너무 아파서 혼자가 된 거죠. 그렇다면 다시 따뜻해질 수도 있어요. 혼자가 아니라면.”

그 순간, 하늘에서 눈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태연이는 조심스럽게 루가에게 다가갔고, 늑대왕은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따뜻한 손길에 몸을 떨었다.

그 후, 태연이는 매일 루가를 찾아갔다. 둘은 함께 눈길을 걷고, 고요한 산 속을 탐험했다. 태연이는 새의 노래를 불러주고, 루가는 하늘을 달려 별을 보여주었다.
루가는 점점 달라졌다. 그의 울음은 더 이상 아프지 않았고, 눈은 따뜻한 빛으로 반짝였다.
그리고 어느 날, 태연이가 물었다.
“루가, 당신은 진짜 왕인가요?”
루가는 고요하게 대답했다.
“나는 더 이상 왕이 아니다. 내 무리가 없으니… 왕도 아니지.”
하지만 태연이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당신은 여전히 왕이에요. 외로움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지금은, 당신 곁에 제가 있잖아요.”

그 말에 루가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울었다. 하지만 그 울음은 슬픔이 아닌 희망의 소리였다.

그러던 어느 날, 태연이의 마을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늑대왕이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는 걸, 오히려 그가 이 산을 지키고 있다는 걸 알아채는 아이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나둘 태연이와 함께 루가를 찾아오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태연이는 이제 달을 친구로 삼은 소녀가 되었고, 루가는 다시 노래하는 늑대왕이 되었다.
이 둘의 이야기는 바람을 타고 다른 마을로, 다른 아이들에게로 퍼져나갔다.
그렇게 외로움이 따뜻함으로 바뀌는 마법은, 진짜로 존재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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