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연이와 감자밭의 땅속 나라》
1장. 외할머니네 뒷마당
여름방학의 중턱, 태연이는 외할머니 댁에 머물고 있었다. 뒷마당에는 넓고 싱그러운 감자밭이 펼쳐져 있었고, 태연이는 매일 아침 할머니와 함께 물을 주고, 흙을 고르고, 잡초를 뽑으며 시간을 보냈다.
감자는 평소엔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할머니가 만들어주는 버터 감자구이는 정말 맛있었다. 어느 날 아침, 태연이는 감자밭 가장자리에 희미하게 빛나는 작은 싹 하나를 발견했다.
“할머니, 이 감자... 뭔가 이상해요. 금빛이에요!”
“그건...!”
외할머니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란다. 그냥 뽑지 말고 두렴.”
하지만 태연이는 이상하게도 그 싹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밤이 되자, 태연이는 살금살금 감자밭으로 나가 금빛 싹 앞에 섰다.
그런데—그 싹이 천천히 빛나며 땅속으로 나선형으로 내려가는 빛의 구멍을 만들어냈다.
“에잇, 들어가 볼래!”
태연이는 조심스럽게 그 안으로 발을 들이밀었고, 순간 몸이 휙 돌며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2장. 땅속 감자 세계
눈앞이 아찔하게 돌더니, 태연이는 어느새 부드러운 감자 모양 쿠션 위에 착지했다.
“여긴... 어디지?”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흙과 감자로 이루어진 작은 마을이 펼쳐져 있었다. 감자들은 살아 움직이며 말도 하고 노래도 불렀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 태연이를 향해 다가오는 작고 둥근 존재가 있었다.
“안녕! 난 뿌리통통이 봇! 감자나라의 안내 로봇이야!”
태연이는 깜짝 놀라면서도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통통이 봇? 넌 전에도 수박밭에 있었잖아!”
“헤헤, 맞아. 난 뿌리 채소 전문 통통이 봇 2호야!”
통통이 봇은 태연이 손을 잡고 환한 땅속 마을을 안내했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의 표정은 어딘지 불안해 보였다.
“요즘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어. 감자들이 점점 썩어가고 있어!”
“썩어간다고요?”
태연이가 묻자 통통이 봇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무래도 뿌리괴물 트리쿨라가 감자 기운을 흡수하고 있어. 그는 마법 감자 싹을 노리고 있어.”
태연이는 움찔했지만,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럼 내가 도와줄게요. 마법 싹도 다시 찾을 수 있죠?”
“물론이지! 넌 감자 수호자 태연이니까!”
3장. 포슬포슬 강
마을에서 트리쿨라가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세 개의 관문을 통과해야 했다. 첫 번째는 포슬포슬 강이었다. 이 강은 감자 으깬물이 흐르는 곳으로, 건너려면 감자떡 배를 타야 했다.
하지만 강 중간에는 튀김요정 펑핑이 지키고 있었다. 그녀는 기름방울로 된 날개를 퍼덕이며 나타났다.
“이 강을 건너려면, 감자 요리를 골라야 해! 감자튀김, 감자칩, 감자전 중에서 진짜 따뜻한 마음의 요리를!”
태연이는 잠시 고민하다가 외할머니가 만들어준 감자전을 떠올렸다.
“감자전이요!”
펑핑은 살짝 웃으며 길을 내주었다.
“따뜻한 기억, 맞았어!”
감자떡 배는 말없이 움직이며 그들을 다음 구역으로 데려갔다.
4장. 싸라기눈 언덕
다음은 싸라기눈 언덕이었다. 여기는 차가운 감자 전분가루 눈이 계속 내리고 있었다. 이곳을 지나기 위해선 감자 수호자의 노래를 불러야 했다.
태연이는 통통이 봇과 함께 조그맣게 노래를 불렀다.
“감자꽃 피고, 뿌리 내리고, 포슬포슬 마음이 자라나요~”
그 순간, 눈이 멈추고 언덕이 부드럽게 녹기 시작했다. 그리고 길가에 감자 꽃이 피어났다.
“이제 마지막 구역이야.”
통통이 봇은 손을 꽉 잡았다.
5장. 트리쿨라의 뿌리탑
감자 에너지를 훔쳐가는 괴물 트리쿨라는 거대한 뿌리탑 위에 앉아 있었다. 그는 온몸이 썩은 감자 껍질처럼 갈라져 있었고, 눈동자는 번쩍였다.
“누구냐? 나의 감자 에너지를 훔치러 온 건가!”
“아니요! 난 이 땅을 지키러 왔어요!”
태연이는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당신도 처음엔 좋은 감자였을 거예요. 왜 이런 짓을 하세요?”
트리쿨라는 화를 내며 땅을 흔들었다.
“나는 버림받은 감자였다! 모두 나를 썩은 감자라며 땅속 깊이 묻어버렸지!”
“하지만... 다시 피어날 수도 있어요.”
태연이는 가방 속에서 몰래 가져온 외할머니네 감자 싹을 꺼내 조심스레 땅에 심었다.
“이건 햇살을 받지 않아도 자라나는 감자예요. 혼자여도 괜찮아요.”
싹은 곧 부드러운 감자잎을 틔우며 작게 빛났다.
트리쿨라는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 울컥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정말... 다시 자랄 수 있을까...?”
“그럼요. 모두 함께 도와줄 거예요.”
그 순간, 뿌리탑이 사라지고 주변은 푸른 빛으로 물들었다. 썩어가던 감자들은 다시 생기를 되찾았고, 감자 마을은 환한 햇살 같은 빛으로 가득 찼다.
6장. 다시 돌아온 태연이
태연이는 감자마을 주민들의 환송을 받으며 통통이 봇과 함께 금빛 구멍을 통해 다시 땅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마법 싹이 자라난 자리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곳엔 작고 귀여운 감자 싹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이제 정말 좋아하게 될 것 같아... 감자!”
외할머니는 살며시 태연이를 안아주며 말씀하셨다.
“우리 태연이, 참 잘 컸네.”
그리고 그날 저녁, 외할머니는 특별한 버터감자와 감자전을 해주셨다.
태연이는 눈을 감고 향기를 맡았다. 그건... 마법 세계에서 맡은 바로 그 냄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