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읽어줄 이야기

★🌧《태연이의 첫 우비》

newb1230 2025. 5. 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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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구름 아래서 시작된 하루

봄비가 조용히 내리는 아침이었다.
태연이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비다!”

유치원생일 때부터 비 오는 날을 무서워했던 태연이지만, 오늘은 어쩐지 설레는 기분이었다.
왜냐하면, 오늘은 처음으로 우비를 입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며칠 전 엄마와 함께 산 노란색 우비와 투명한 고무장화는 아직도 새 것 냄새가 났다.
태연이는 우비를 바라보며 속삭였다.
“오늘은 이걸 입고 학교에 갈 거야.”


제2장. 노란 우비의 첫 등장

식탁 위에는 따뜻한 달걀 프라이와 미역국이 놓여 있었다.
엄마는 태연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우비 입고 가면, 오늘은 절대 비에 젖지 않겠네.”

태연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마음 한켠엔 조금 걱정도 있었다.
‘혹시 친구들이 우비 입었다고 놀리면 어쩌지?’
‘장화 소리 너무 크면 창피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관문 앞에 서자 태연이는 깊은 숨을 들이쉬고 우비를 입었다.
지퍼를 끝까지 올리고, 모자까지 쓰자 거울 속엔 낯선 아이가 비쳤다.

“나는… 비를 이기는 기사님 같아.”


제3장. 첨벙첨벙 첫걸음

학교 가는 길은 온통 젖은 도로와 물웅덩이였다.
태연이는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뎠다.
“첨벙.”
“툭툭.”

비는 계속해서 우비 위로 떨어졌지만, 몸은 하나도 젖지 않았다.
길가에 있던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태연이를 빤히 바라보더니,
자기 털을 비 맞으며 핥고 있었다.

“너도 우비 있으면 좋겠다…”

태연이는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 살며시 고양이 위에 덮어주었다.
고양이는 작은 소리로 ‘냐옹’하고 울며 그녀를 따라 걸었다.


제4장. 우산 없는 친구들

학교 앞에 도착하니, 몇몇 친구들은 비를 피해 교문 안에서 떨고 있었다.
우산을 두고 온 아이, 비 맞고 속상한 아이, 운동화를 흠뻑 적신 아이도 있었다.

그 순간, 태연이는 우비의 따뜻함을 느꼈다.
‘나는 따뜻하고, 뽀송해…’

한 아이가 말했다.
“태연아, 너 우비 진짜 예쁘다.”

또 다른 아이도 덧붙였다.
“나도 장화 신고 싶다. 발이 너무 시려.”

태연이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말했다.
“내 우비 안에 조금 들어와 볼래?”

친구 둘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우비 안으로 셋이 꼭 붙어 비를 피했다.
비좁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아주 따뜻했다.


제5장. 교실 속 빗소리

교실 창문을 따라 물방울이 또르르 미끄러졌다.
수업 시간에도 빗소리는 조용히 귀에 울렸다.

하지만 태연이는 마음이 편안했다.
자신이 입은 노란 우비가 어딘가 든든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미술 시간엔 ‘비 오는 날 풍경’을 그리는 숙제가 주어졌다.
다른 아이들이 우산을 그릴 때, 태연이는 노란 우비 입은 자신을 그렸다.
배경에는 고양이도, 친구도 함께 서 있었다.

선생님은 그 그림을 칭찬하며 말하셨다.
“태연이는 비 오는 날도 즐거운 날로 만들 줄 아는구나.”

태연이는 웃으며 대답했다.
“우비 덕분이에요.”


제6장. 물웅덩이 속 세상

하교 시간, 비는 더 많이 내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우산을 들고 조심스럽게 걸었지만,
태연이는 일부러 물웅덩이 근처를 지나갔다.

“첨벙!”

고무장화가 물 속을 흔들자, 투명한 물방울들이 하늘로 솟았다.
그 안에는 마치 작은 세계가 들어 있는 것 같았다.

“어? 저 안에 집이 있어!”
“저기 누가 손 흔든다!”

태연이는 환상처럼 펼쳐진 물속을 바라보며 웃었다.
비 오는 날이 무섭지 않고, 오히려 마법 같다는 걸 알게 된 순간이었다.


제7장. 다시 만난 고양이

학교 근처 작은 골목에서
아침에 봤던 고양이를 다시 만났다.

이번엔 고양이가 혼자가 아니었다.
세 마리의 아기 고양이들이 고양이 품에 안겨 있었다.

태연이는 무릎을 꿇고 천천히 다가갔다.
“우비 없어도 너희는 괜찮아?”

비는 여전히 내렸지만, 어미 고양이는 조용히 아기들을 품었다.
태연이는 다시 손수건을 꺼내 고양이 가족 위에 펼쳤다.

“이건 오늘 내 기분이야. 따뜻하고, 부드럽고, 촉촉해.”


제8장. 우비 벗는 시간

집에 도착한 태연이는 현관 앞에서 우비를 벗었다.
쭈욱— 지퍼를 내리자, 바깥세상의 비 냄새가 함께 빠져나왔다.

엄마가 수건을 내밀며 말했다.
“우리 태연이, 오늘은 비를 이긴 기사였네?”
“응! 나, 우비 덕분에 하나도 안 젖었어.”

태연이는 우비를 조심스럽게 걸이에 걸었다.
그 안에는 하루의 모험과 용기가 담겨 있었다.


제9장. 마음의 우비

그날 밤, 태연이는 일기를 썼다.

‘처음으로 우비를 입고 학교에 갔다.
비가 와도 무섭지 않았다.
친구들도 나랑 우비 안에 있었고, 고양이도 만났다.
내가 입은 건 그냥 옷이 아니라, 나를 지켜주는 마법 우비였어.’

그녀는 마지막 줄에 조용히 썼다.
‘이제 마음에도 우비 하나 입고 다닐래.’


제10장. 비가 오면, 나는 걷는다

며칠 뒤, 다시 비가 왔다.
학교 친구 하나가 말하자마자 달려왔다.
“태연아! 나도 우비 샀어! 초록색이야!”

또 다른 친구는 분홍색 장화를 자랑했다.

아이들은 더 이상 비를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비가 오면 기뻐하며 말하곤 했다.

“비 오는 날엔 태연이처럼 걸어야지!”

태연이는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 사이로 아주 조금, 햇빛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다음번 비도, 나랑 같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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