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읽어줄 이야기

★잉어신부님의 비밀 연못

newb1230 2025. 5. 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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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작은 마을, 큰 연못

옛날 옛적, 산과 들이 어우러진 고요한 마을 '연산'에는 신비한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연못이 있었다. 마을 중심을 살짝 벗어난 언덕 아래, 하늘을 품은 듯한 푸른 물이 가득 고인 그 연못은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용연’이라 불렸다.

태연이는 그 마을에서 살고 있는 열한 살 소녀였다. 그녀는 책 읽기를 좋아하고, 연못가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며 상상에 빠지기를 즐겼다. 할머니는 자주 태연이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태연아, 그 연못엔 잉어신부님이 살고 계신단다. 그분은 이 마을의 첫 물을 내려준 분이지.”

“잉어…신부님?”

“그래. 물고기지만, 아주아주 지혜롭고 고운 분이야. 사람과도 말을 하시고, 중요한 일엔 꼭 조언을 해주시지.”

태연이는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두근거렸다.

제2장. 금빛 비늘의 꿈

어느 날 밤, 태연이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

연못 중앙에서 빛나는 금색 비늘이 반짝였고, 그 가운데 고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연아… 나를 부른 건 너니?"

태연이는 꿈속에서도 놀라지 않았다.

“당신이 잉어신부님이에요?”

“그래. 나는 오래전부터 이 마을의 물과 생명을 지켜온 존재란다. 그런데 지금, 연못의 숨이 가빠지고 있어. 누군가 나를 깨워줘야 했지.”

“제가… 뭘 하면 되죠?”

“연못 아래, 봉인된 물길을 찾아야 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단다.”

태연이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녀의 손엔 작은 금빛 비늘 한 조각이 들려 있었다.

제3장. 연못 밑의 비밀

다음 날, 태연이는 비밀스레 연못으로 향했다. 물은 여전히 맑았지만, 어쩐지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듯한 불안이 느껴졌다. 태연이는 연못 근처 오래된 정자 밑으로 내려가 보았다. 그곳엔 작은 바위 문이 숨겨져 있었고, 문 위엔 낡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고운 말, 맑은 마음, 흘러가는 물.’

태연이는 조심스럽게 그 문을 밀어보았다. 이상하게도, 그녀가 손에 쥐고 있던 금빛 비늘이 살며시 빛나며 문이 열렸다.

그 안은 마치 또 다른 세계처럼 넓은 동굴이었다. 벽면에는 오래된 그림과 잉어를 모신 듯한 제단이 있었다. 제단 위에는 물로 된 책이 떠 있었고, 그 위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잉어신부님을 깨우는 자, 세 가지 시련을 넘을지어다.”

제4장. 첫 번째 시련 – 물의 길

물의 책은 태연이에게 첫 번째 시련을 알렸다.

“흐르지 못하는 물은 썩는다. 막힌 물길을 찾아 흐르게 하라.”

태연이는 연못 아래 좁은 수로로 향했다. 거기엔 자갈과 돌로 막혀버린 오래된 물길이 있었다. 손으로는 도저히 치울 수 없었다. 그 순간, 금빛 비늘이 살짝 떠올라 태연이 손끝에서 빛을 냈다. 그녀가 마음을 가다듬고 “맑은 마음이 흐르게 해 주세요”라고 외치자, 자갈들이 스스로 밀려나며 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물소리가 동굴 안에 울려 퍼졌다. 마치 잃어버린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한 듯했다.

제5장. 두 번째 시련 – 말의 울림

두 번째 시련이 시작되었다.

“고운 말은 메마른 마음도 적신다. 거짓된 말에 가려진 진심을 찾아라.”

태연이는 동굴 속의 거울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엔 여러 명의 ‘자신’이 서 있었다. 그리고 모두가 외쳤다.

“넌 못 해. 넌 그냥 꿈만 꾸는 애야.”

거울 속 태연이들은 비웃고, 무시하고, 조롱했다. 태연이는 눈을 감고 속으로 되뇌었다.

‘나는 할 수 있어. 연못을 살릴 거야. 잉어신부님이 나를 믿어줬어.’

그 순간, 진짜 태연이의 말이 거울 속으로 퍼져나가자, 가짜 목소리들이 조용히 사라지고, 방 안엔 단 하나의 진실된 태연이만이 남았다.

제6장. 세 번째 시련 – 신부님의 눈

마지막 시련은 가장 조용하고 깊은 곳에서 시작되었다.

“진정한 마음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본다. 잉어신부님의 눈을 마주하라.”

태연이는 연못의 가장 깊은 중심으로 다가갔다. 어둠 속에서 두 눈이 천천히 열렸다. 그것은 바로 잉어신부님의 눈이었다. 눈동자 속엔 태연이의 모든 기억, 기쁨과 아픔, 거짓과 진실이 담겨 있었다.

“넌 나를 깨웠구나… 이제, 내가 너에게 연못의 노래를 전하마.”

잉어신부님은 천천히 연못 밖으로 떠올랐고, 금빛 몸은 태양 아래서 찬란히 빛났다.

제7장. 신부님의 노래

잉어신부님은 마을 하늘 위로 떠오르며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 노래는 물결을 타고, 바람을 타고, 들과 산을 감쌌다.

그녀의 노래는 말이 아닌 마음의 언어였다. 마을 사람들은 하나둘씩 연못으로 나왔고, 모두가 무언가 깨달은 듯 고개를 숙였다.

“오래전 인간과 자연은 하나였지. 하지만 욕심이 흐름을 막고, 말이 날카로워지고, 마음이 흐릿해졌단다.”

그날 이후, 마을엔 맑은 물이 다시 차올랐다. 말은 조심스럽게 건넜고, 사람들은 서로를 더 자주 안아주었다.

제8장. 태연이의 결심

잉어신부님은 마지막으로 태연이에게 말했다.

“태연아, 너는 이 마을의 새로운 수호자란다. 네 안의 맑은 마음은 물보다도 더 깊으니라.”

태연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잊지 않을게요. 고운 말, 맑은 마음, 흐르는 물… 제가 지킬게요.”

그날 이후, 연못에는 꽃이 피고, 아이들의 웃음이 울려 퍼졌다. 잉어신부님은 연못 깊은 곳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다시 잠들었지만, 그녀의 노래는 여전히 바람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태연이는 매일 아침 연못 앞에서 외쳤다.

“안녕하세요, 잉어신부님! 오늘도 고운 마음으로 시작할게요!”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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