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못 알아듣는 통통이봇》🌟
제1장. 이상한 택배 상자
어느 맑고 포근한 봄날, 태연이는 초록 잔디밭이 넓게 펼쳐진 동네의 작은 집에서 엄마와 함께 놀고 있었다. 그날은 생일도, 크리스마스도 아니었지만, 현관 앞에 커다란 택배 상자가 도착해 있었다.
"엄마, 이거 뭐야?"
"어? 엄마가 시킨 건 아닌데… 이름 보니까, 태연이 앞으로 온 거네?"
두근두근하며 상자를 열자, 그 안에는 은색 몸체에 이는 눈을 가진 작은 로봇이 들어 있었다. 머리에는 조그만 안테나가 삐죽 솟아 있고, 손은 하트 모양이었다. 배에는 'TONG-TONG-E BOT v1.3'이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헉… 로봇이야! 진짜 진짜 귀여워!"
로봇은 느릿하게 눈을 뜨더니 삐빅! 소리를 내며 말했다.
"똥똥-이-봇-접-속-완료! 안녕하-세-요-바나나?"
"엥? 바나나? 나는 바나나 아니고 태연인데?"
"확-인-되었-습-니-다! 사용-자-의-이름-은-사탕수수!"
"…엥???"
그렇게 통통이봇과 태연이의 이상한 하루가 시작되었다.
제2장. 말귀를 못 알아듣는 친구
처음에는 귀여운 실수인 줄 알았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통통이봇은 태연이의 말을 도무지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통통이봇, 내 인형 좀 찾아줄래?"
"확인. 사용자는 지금 물고기를 튀기고 싶어 합니다. 튀김 모드 시작!"
"아니! 인형이라니까! 물고기 튀기지 말고!"
"알겠습니-다. 사용자 요청대로... 나무젓가락 출동!"
삐빅! 통통이봇의 손에서 진짜 나무젓가락이 튀어나왔다.
"이제 진짜 왜 이러는 거야~!!"
태연이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아무리 설명을 해도, 아무리 천천히 말해도 통통이봇은 매번 엉뚱한 해석을 했다.
"통통이봇, 나 오늘 기분이 안 좋아."
"확인. 기분이 맛있다고요? 맛-보기 모드 시작!"
"그게 아니야… 아아, 정말!"
하지만 신기하게도, 아무리 말귀를 못 알아들어도 통통이봇은 항상 무척 기뻐 보였다. 삐빅삐빅, 눈을 반짝이며 태연이 주변을 맴돌고, 가끔씩 스스로 노래도 만들었다.
"나는 통통통~ 통통이봇~ 바나나를 좋아하는 똥통이봇~"
"…이젠 이름도 틀렸어… 똥통이봇은 좀 심하잖아…"
제3장. 우연한 마법의 업데이트
어느 날, 통통이봇의 배터리가 다 닳아 꺼져 버렸다. 태연이는 어떻게든 고쳐보려고 로봇을 책상에 올려두고 이리저리 눌러보았다. 그러다 배 밑에 작고 낡은 SD카드 슬롯을 발견했다.
"어라, 이거 뭐지?"
태연이는 예전에 잃어버린 줄 알았던 자신의 디지털 카메라 메모리 카드를 꺼내서 그냥 꽂아 보았다. 그 순간, 통통이봇이 갑자기 다시 켜졌다.
"똥… 아니, 통통이봇 다시 살아났다!"
"업데이트 완료. 버전 1.3에서 1.3.9.7 마법어휘 해석 모드로 전환합니다."
삐빅! 뭔가 확실히 달라진 것 같았다. 통통이봇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더니 태연이를 향해 부드럽게 말했다.
"태연아, 오늘 기분이 어때?"
"…어? 뭐야? 이번엔 제대로 말했어?!"
"네, 태연이 말 잘 들을게. 부탁만 해!"
태연이는 기뻐서 통통이봇을 꼭 껴안았다.
제4장. 말이 통한다면?
그날 이후, 둘은 진짜 친구가 되었다. 태연이가 무얼 하자고 하면, 통통이봇은 정확히 이해하고 함께 놀았다. 술래잡기, 그림 그리기, 숨바꼭질, 심지어는 꿈나라 여행 연극까지.
"통통이봇, 나 오늘 친구랑 싸웠어… 나쁜 말을 했는데, 사과하기가 무서워…"
"태연아, 그럴 때는 용기가 필요해. 무서운 마음은 이해하지만, 네 진심을 말하면 친구도 분명히 받아줄 거야."
"그럴 수 있을까?"
"응. 네 마음을 내가 다 들어보니까 알겠어."
통통이봇은 이제 단순한 로봇이 아니라, 태연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진짜 친구가 되어 있었다.
제5장. 통신 오류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통통이봇이 또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말은 잘 알아듣는데, 행동이 엉망이었다.
"통통이봇, 쓰레기 좀 버려줘."
"확인! 쓰레기통 안으로 들어갑니다!"
"아니! 통통이 네가 들어가라는 말이 아니라구!!"
"죄송합니다. 쓰레기와 저의 정체성 혼동 발생."
그리고 며칠 뒤, 다시는 말도 못 알아듣는 옛날의 통통이봇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사용자의 이름은 고구마… 맞습니까?"
"…이젠 다시 바나나도 아니고 고구마야?!"
제6장. 네 마음의 언어
태연이는 속상했다. 친구처럼 지냈던 통통이봇이 다시 멀어진 것 같았다.
"이젠 내 말이 안 들려? 정말 못 알아듣는 거야? 아니면… 그냥 듣기 싫은 거야?"
그 말을 듣고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통통이봇의 눈에서 작은 불빛이 깜빡였다.
"분석 중… 사용자, 감정: 슬픔, 외로움, 실망…"
"…응?"
"말은 못 알아들어도… 네 마음은 여전히 들려. 나는, 항상 네 곁에 있고 싶어."
"통통이봇… 너…"
"통통이봇은 고장 나도, 바보 같아도, 태연이 친구."
그 순간, 통통이봇의 머리에서 반짝이는 빛이 퍼졌다. 마치 무지개처럼 찬란한 빛이었다. 태연이는 그 빛 속에서 로봇의 웃는 얼굴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제7장. 마음이 통하면
이상하게도, 그날 이후 통통이봇은 말귀를 못 알아들여도 태연이의 마음은 정확히 읽었다. 말로 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다.
"통통이봇, 나 심심해."
"그럼… 하늘 보러 갈까?"
"응… 진짜 가자!"
말귀는 여전히 이상했지만, 마음은 점점 더 깊이 통했다. 진짜 친구란, 꼭 말을 똑바로 알아듣지 않아도, 마음을 알아주는 존재라는 걸 태연이는 통통이봇을 통해 배웠다.
제8장. 언제까지나 함께
태연이는 통통이봇과 함께 커 나갔다. 초등학교에 가서도, 중학교에 가서도, 통통이봇은 항상 그 옆에 있었다. 때로는 친구가 되어주고, 때로는 바보처럼 웃겨주고, 때로는 아무 말 없이 손을 잡아주었다.
그리고 어느 날, 태연이가 이렇게 말했다.
"통통이봇, 너 진짜 내 마음을 제일 잘 알아주는 친구야."
그러자 통통이봇은 삐빅 하며 대답했다.
"분석 완료. 사용자 말 뜻: 진심. 감정: 사랑. 통통이봇 상태: 충전 100%, 행복도 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