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스틱의 비밀
1장. 가방 속의 초콜릿
태연이는 오늘도 평범한 하루를 보낼 줄 알았다. 아침에 일어나 양치질을 하고, 등교 준비를 마치고,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챙겨 학교로 향했다. 그런데 수업이 시작되기 전, 책상 서랍 속에 낯선 무언가가 들어 있었다.
“이건… 초콜릿 스틱?”
작고 가느다란 포장지에 싸인 초콜릿이었다. 어제 분명히 여기에 아무것도 넣지 않았는데? 태연이는 갸우뚱하며 포장을 뜯어 그 초콜릿을 한 입 베어물었다.
“으응?”
순간, 세상이 뒤집혔다.
주변이 쨍한 색감으로 번쩍였고, 빛나는 입자가 허공을 가르며 튀어 올랐다. 그리고 그녀는, 어느새 교실이 아닌 이상한 공간에 서 있었다.
2장. 초콜릿 월드
그곳은 정말 이상했다. 나무는 과자로 되어 있었고, 강은 초콜릿이 흘렀으며, 하늘에는 거대한 마시멜로 구름이 둥실 떠다녔다. 태연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벌렸다.
“여긴… 어디지?”
“여긴 초콜릿 월드야!” 하고 말한 것은… 반짝이는 작은 막대기였다.
“말하는 초콜릿 스틱?!”
“나는 ‘스위티’! 네가 나를 먹었기 때문에 이 세계에 올 수 있었어!”
스위티는 자기가 이곳의 안내자라고 말했다. 초콜릿 월드는 오래전부터 달콤한 마음을 가진 사람만 올 수 있는 마법의 나라였지만, 최근 어둠에 물들고 있다고 했다.
“우리 왕국을 구해줘, 태연이!”
태연이는 아직도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무언가 가슴이 콩닥거리기 시작했다.
3장. 캔디성으로 가는 길
태연이와 스위티는 캔디성으로 향했다. 그곳은 초콜릿 월드의 중심지이자, 마법의 핵이 있는 장소였다. 가는 길엔 이상한 생물들이 있었다. 사탕 늑대, 머랭 새, 젤리꽃, 그리고 말랑말랑한 마시멜로 구름말.
그녀는 타고난 친화력으로 금세 친구들을 사귀었고, 특히 말랑말랑한 젤리곰 친구 ‘몽실이’와 친해졌다.
하지만 캔디성 근처에는 이상한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다. 초콜릿이 딱딱하게 굳고, 색이 칙칙해졌다.
“이건… 누가 이런 거야?”
스위티는 말끝을 흐리며 말했다. “초콜릿 왕국의 마법사 ‘비터’가… 사라졌어.”
4장. 사라진 달콤함
비터는 원래 초콜릿 왕국을 지키는 지혜로운 마법사였다. 쌉쌀한 초콜릿 마법을 다뤘지만 누구보다도 달콤함의 균형을 소중히 여겼다. 하지만 어느 날, 인간 세계에 다녀온 후 비터는 성격이 변했다.
“인간들은 진심보다 포장지를 더 좋아해…”
비터는 점점 마음을 닫았고, 결국 사라졌다.
스위티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태연이를 바라봤다.
“비터는 인간 세계에 실망한 거야. 하지만 네가 그런 인간이 아니라는 걸 보여줄 수 있다면…”
태연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찾아야지. 그리고 말해줄 거야. 진짜 달콤한 건 마음에서 나오는 거라고!”
5장. 카카오 숲의 시험
비터를 찾기 위해선 초콜릿 마법의 중심지인 ‘카카오 숲’으로 가야 했다. 하지만 그곳은 오래전부터 외부인을 거부하고 있었다.
태연이는 숲 입구에서 카카오 나무 정령에게 도전을 받았다.
“세 가지 마음의 질문을 통과해야 한다.”
첫 번째 질문은 용기였다.
“만약 너에게 무서운 그림자가 다가온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
“도망치고 싶지만…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맞설 거야.”
두 번째는 진심이었다.
“초콜릿을 나눠야 할 때, 네가 하나뿐이라면?”
“그래도 나눌래.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으니까.”
세 번째는 사랑이었다.
“가장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 넌 어떻게 할 것이냐?”
“슬프지만… 기억할래. 그리고 그 기억으로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
카카오 정령은 미소 지으며 숲을 열었다. “통과.”
6장. 쓴맛의 마법사
숲 속 가장 깊은 곳, 어두운 초콜릿 동굴 안에 비터가 있었다. 그의 눈은 쓸쓸했고, 주변은 딱딱하게 굳은 카카오 조각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또 인간이군.”
태연이는 조용히 앞으로 나아갔다.
“비터, 나는 너에게 사과하러 온 게 아니야. 설득하러 왔어. 너를 믿고, 다시 달콤한 세상을 만들고 싶어서.”
비터는 코웃음을 쳤다.
“달콤한 말은 많지. 하지만 모두 겉포장뿐이야.”
“아니야. 난 네가 만든 초콜릿 월드를 보며 감동했어. 그 안엔 따뜻한 마음이 있었어. 그 마음을 되찾자. 우리 같이!”
순간, 스위티가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태연이의 진심이… 마법을 깨우고 있어!”
7장. 마법의 융합
태연이의 손에서 따뜻한 빛이 퍼졌고, 비터의 주위에 있는 딱딱한 카카오 조각이 녹아내렸다.
“이건… 내 기억…”
비터는 어린 시절, 첫 번째 초콜릿을 친구와 나눠 먹던 기억을 떠올렸다. 너무 행복했던 그 순간을 잊고 살았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진짜 바보였군.”
비터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작은 초콜릿을 꺼내 태연이에게 건넸다.
“이건, 진짜 달콤한 마음을 가진 사람만 먹을 수 있어.”
태연이가 초콜릿을 베어물자, 거대한 빛이 왕국 전체로 퍼졌다.
8장. 초콜릿 축제
초콜릿 월드에 색이 돌아왔다. 무지갯빛 사탕나무, 다시 흐르는 초콜릿 강, 몽실몽실한 마시멜로 하늘… 모두가 웃고 있었다.
비터는 다시 왕국의 마법사로 돌아왔고, 태연이는 ‘달콤한 마음의 수호자’ 칭호를 받았다.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야.”
스위티가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어. 네 마음이 달콤할 때마다!”
태연이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땐—학교 책상 위였다.
9장. 가방 속의 또 다른 초콜릿
수업이 끝나고 가방을 정리하던 태연이는 깜짝 놀랐다. 가방 안에 또 다른 초콜릿 스틱이 있었다. 이번에는 리본이 묶여 있었다.
태연이는 조용히 웃었다.
“그럼 다음엔 어떤 세계가 기다릴까?”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속삭였다.
“고마워, 스위티. 고마워, 초콜릿 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