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읽어줄 이야기

★《태연이와 향기나는 마법의 핸드크림》

newb1230 2025. 5. 7.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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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겨울의 시작, 손끝의 찬바람

겨울은 태연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었다. 아침이면 창밖에 김이 서리고, 친구들과 손을 모아 하하 웃으며 입김을 불어보는 것도 좋았다. 그런데 올해 겨울은 조금 달랐다. 바람이 유난히 매서웠고, 태연이의 손은 점점 갈라지고 아파왔다.

"태연아, 손이 너무 건조해졌네."
엄마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응, 글쎄… 오늘은 연필 잡는 것도 힘들었어."

태연이는 손바닥을 펴보았다. 하얗게 일어난 피부와 살짝 벌어진 갈라진 틈들이 보였다. 평소에 멋내는 것보다 모험을 좋아하던 태연이지만, 이번엔 손이 아파서 학교도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그날 밤, 태연이는 엄마와 함께 동네 문구점 옆에 새로 생긴 작은 가게에 들렀다. 간판엔 금빛 글씨로 "소원의 향기"라고 쓰여 있었다.

2장. 마법 상점, '소원의 향기'

가게 안은 향기로 가득했다. 라벤더, 바닐라, 민트, 장미, 그리고 알 수 없는 달콤한 냄새들이 섞여 마음이 편안해졌다.

"어서 오렴."
안쪽에서 머리가 하얗고 둥글게 말린 모자를 쓴 할머니가 나왔다. 그녀는 작은 손수건으로 유리병을 닦고 있었다.

"손이 너무 아파서요…"
태연이가 손을 보여주자 할머니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이게 필요하겠구나."

그녀는 유리 진열장 안에서 반짝이는 분홍빛 병 하나를 꺼냈다. 병에는 작고 예쁜 손그림으로 '마법의 핸드크림 – 향기로 여는 마음'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건 그냥 핸드크림이 아니란다.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손에 닿은 모든 것에 사랑을 전하는 향기를 담았단다."

엄마는 웃으며 가격을 물었지만, 할머니는 고개를 저었다.

"이건 돈으로 살 수 없는 물건이란다. 대신, 네가 진심으로 누군가를 도와준다면 이 크림은 더 빛날 거야."

3장. 향기가 말해주는 비밀

태연이는 그날 밤, 핸드크림을 조심스럽게 손에 발랐다.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이 들었고, 곧이어 달콤한 오렌지꽃 향기가 퍼졌다. 놀랍게도 갈라졌던 손은 순식간에 말끔히 낫고, 따뜻한 빛이 손끝에 감돌았다.

"우와… 진짜 마법 같아!"

그날 이후, 태연이는 매일 아침 핸드크림을 발랐다. 친구들이 놀랄 정도로 부드러운 손이 되었고, 태연이가 만지는 모든 것에 기분 좋은 향기가 배어들었다. 지우개를 빌려준 친구가 "기분이 좋아졌어!"라고 말했고, 마실 물을 따라 준 친구는 "이 물은 포근한 향이 나!"라며 웃었다.

어느새, 태연이 주변에는 웃음이 더 많아졌고, 아이들은 모두 태연이 옆에 앉고 싶어했다. 그 향기는 단순한 냄새가 아닌, 마음을 감싸주는 기운이었다.

4장. 향기를 잃은 아이

그러던 어느 날, 새로운 전학생 수아가 반에 왔다. 수아는 말도 적고, 언제나 손을 꽁꽁 주머니에 숨기고 있었다. 아이들은 그녀가 다가오면 조용해졌다.

"저 친구, 향기가 없어… 이상해."

태연이는 호기심이 생겼다. 수아의 주변엔 늘 음산한 기운이 맴돌았고, 무언가 중요한 걸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점심시간, 태연이는 수아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안녕, 난 태연이야. 같이 먹을래?"

수아는 살짝 고개를 저었고, 아무 말 없이 도시락을 꺼냈다. 그녀의 손은 거칠고 굳은살이 박혀 있었으며,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5장. 마음을 여는 향기

다음 날, 태연이는 자신의 마법 핸드크림을 조금 작은 통에 담아왔다. 그리고 수아에게 살며시 건넸다.

"이거, 나만의 비밀 무기야. 손이 아플 때 바르면… 마음도 괜찮아져."

수아는 잠시 멈칫했지만, 그날 집에 돌아간 후 살짝 핸드크림을 발라보았다. 부드럽고 따뜻한 감촉이 손등을 감싸고, 어디선가 들꽃 향기가 퍼졌다. 눈물이 흘렀다.

그녀는 오랫동안 외롭고 차가운 집에서 혼자 지냈고, 엄마는 멀리 해외에서 일하며 자주 못 돌아왔다. 손도 마음도 굳어 있었던 것이다.

그날 이후 수아는 천천히 변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웃으며 인사했고, 손을 내밀어 태연이의 연필을 빌렸다. 손에서는 살짝 들꽃 향기가 풍겼다.

6장. 핸드크림의 비밀이 밝혀지다

방학 전날, 태연이는 '소원의 향기' 가게에 다시 들렀다. 그런데 놀랍게도 가게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눈이 소복이 쌓인 자리엔 작은 쪽지 하나가 놓여 있었다.

“향기는 마음에서 피어나는 것. 네가 나눈 따뜻함이 바로 마법이란다. – 향기의 마녀”

태연이는 그 쪽지를 소중히 가슴에 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마법은 병 안에 있던 것이 아니라, 나누는 마음 속에 있다는 것을.

7장. 새로운 겨울, 향기의 시작

다음 해 겨울, 태연이는 친구들과 '향기 나눔 클럽'을 만들었다. 친구들의 손도 하나둘 부드러워졌고, 반 아이들은 모두 서로의 마음을 읽는 데 익숙해졌다.

그리고 수아는 태연이와 함께 교내 미술대회에서 '향기의 온기'라는 주제로 공동 작품을 만들었다. 두 아이의 그림은 손을 잡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피어나는 빛과 향기를 표현했고, 전교에서 상을 받았다.

태연이는 이제 겨울이 오면 제일 먼저 향기를 떠올렸다. 손을 내밀어 누군가의 마음을 감싸줄 수 있는 계절. 그리고, 아주 특별한 기억을 품은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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