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공주 태연이》
1장. 욕조 속 왕국
어느 날, 태연이는 유난히 지친 하루를 보냈어. 학교에서 친구와 다투고, 선생님께 혼도 나고, 급식도 입맛에 맞지 않았거든. 엄마는 그런 태연이를 위해 특별히 거품 목욕을 준비해주셨어.
"자, 태연아. 오늘 하루는 거품 속에 날려버리자~"
욕조에 들어간 태연이는 풍성한 거품을 손으로 떠올리며 웃었어. 그런데 그 순간, 거품들 사이에서 반짝이는 작은 물고기 한 마리가 튀어나왔어!
“으앗, 이게 뭐야?”
그 물고기는 깜찍하게 웃더니, 태연이의 손등을 톡! 치며 말을 했어.
“공주님, 드디어 오셨군요! 저희 거품 왕국이 위험해요. 어서 오세요!”
태연이가 눈을 깜빡이는 순간, 욕조의 물과 거품이 소용돌이치며 그녀를 끌어들였어.
2장. 거품의 문
정신을 차려보니, 태연이는 커다란 비눗방울 속에 떠 있었어. 사방은 핑크빛 구름처럼 부드럽고, 작은 물방울들이 음악처럼 톡톡 튀고 있었지.
“여기가... 어디지?”
“여긴 ‘버블리아 왕국’입니다. 당신은 잊힌 거품공주, 태연님이십니다!”
작은 물고기, 이름은 ‘피슈’였어. 그는 버블리아 왕국의 전령이었고, 태연이야말로 잊혀진 거품의 마법을 다시 일깨울 수 있는 존재라고 했어.
“하지만 나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야…”
피슈는 태연이의 손을 잡고 안내했어. 왕국에는 비눗방울 건물, 구름같은 동물, 물거울처럼 빛나는 호수까지 있었어. 그런데 점점 그 아름다운 곳들이 사라지고 있었지. 회색 거품, 즉 ‘불안의 거품’이 왕국을 뒤덮고 있었어.
3장. 잊혀진 마법
피슈는 말했어.
“왕국을 구하려면, 공주님의 거품 마법을 되찾아야 해요. 세 개의 거울 속 기억을 마주하셔야 합니다.”
첫 번째 거울은 ‘두려움의 거울’이었어. 태연이는 그곳에서 어린 시절의 자신을 보았어. 높은 미끄럼틀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우는 모습, 친구에게 거절당했던 날, 엄마 아빠가 다투던 밤.
“이건... 보기 싫어…”
하지만 태연이는 손을 내밀었고, 거울은 깨지며 ‘용기의 거품’을 주었어.
두 번째 거울은 ‘거짓의 거울’. 그 속엔 태연이가 남을 속이거나 스스로를 감췄던 순간들이 있었지. “나 안 슬퍼”, “괜찮아” 하며 숨긴 진심들.
“사실은 많이 외로웠어…”
눈물을 흘리자, 거울은 ‘진실의 거품’을 건넸어.
세 번째는 ‘잊힌 거울’. 그 속엔 태연이가 바랐던 꿈들이 있었어. 과학자, 마술사, 하늘을 나는 새, 바다를 달리는 인어. 하지만 크면서 하나씩 접어둔 꿈들.
“난 여전히 꿈꾸고 싶어!”
그 순간, ‘희망의 거품’이 나타났지.
4장. 거품의 심장
세 개의 거품이 모이자, 태연이의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며 찬란한 빛으로 감쌌어. 그녀의 머리엔 비누방울로 만든 왕관이 씌워졌고, 손끝에는 반짝이는 거품의 지팡이가 생겼지.
“공주님, 당신이 돌아왔어요!”
버블리아 왕국 곳곳에서 아이들이, 동물들이, 거품 생명체들이 환호했어. 하지만 가장 깊은 곳, ‘검은 욕조’라 불리는 어둠의 심장에서 불안의 거품 괴물이 솟구쳐 올랐지.
“태연아, 넌 약해. 넌 혼자야. 모두 널 떠날 거야.”
괴물은 태연이의 마음 속 불안과 슬픔을 비웃었어. 하지만 태연이는 지팡이를 높이 들고 말했어.
“그래, 나도 무서울 때 있어. 하지만 나는 그 마음까지 나야!”
거품의 지팡이에서 세 개의 빛나는 거품—용기, 진실, 희망—이 하나로 합쳐지며 거대한 무지개 방울을 만들었어. 괴물은 그것에 닿자 폭삭 꺼지며 사라졌지.
5장. 현실로 돌아온 공주
모든 것이 조용해졌을 때, 피슈가 마지막으로 말했어.
“공주님, 이제 현실로 돌아가셔야 해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언제든 거품이 당신을 부르면, 이곳은 열릴 거예요.”
태연이는 아쉬운 마음을 안고 다시 욕조로 돌아왔어. 거품은 거의 사라져 있었고, 물은 따뜻하게 식고 있었지.
“꿈이었을까…”
하지만 손에 작고 투명한 거품 반지가 끼워져 있었어. 아주 작지만, 반짝이며 무지갯빛으로 빛났지.
6장. 다시 찾은 빛
그날 이후, 태연이는 달라졌어. 친구와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마음이 힘들 때면 작은 거품을 불며 속삭였지.
“내 안엔 공주가 있어. 나를 믿어주는 마음이 있어.”
비 오는 날, 창문에 맺힌 물방울을 바라보며, 욕실에서 거품을 만들며, 태연이는 가끔씩 피슈의 웃는 얼굴을 떠올렸어.
그리고 가끔, 아주 가끔—거울 너머로 누군가가 속삭였어.
“거품공주님, 언제든 필요하시면 부르세요. 우리는 당신을 기억하고 있어요.”
태연이는 웃으며 대답했어.
“알았어, 버블리아 왕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