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와 잊혀진 꿈나라》🧸
– 애착인형의 진짜 마음 –
1장. 오래된 인형 토토
태연이는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인형이 있었어요. 이름은 ‘토토’. 동그랗고 말랑한 귀, 털이 조금 빠진 듯하지만 항상 포근하게 감싸주는 팔, 그리고 한쪽 단추가 떨어져나간 눈을 가진 인형이었죠.
토토는 아기 때부터 태연이와 함께 있었어요. 낮잠을 잘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유치원에 갈 때도 몰래 가방에 숨겨서 데려갔을 정도였죠.
하지만 요즘 들어 태연이는 점점 토토를 덜 안게 되었어요. 새 인형도 많아졌고, 학교 준비도 바빴거든요. 토토는 조용히 침대 구석에 자리 잡은 채 태연이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오늘도 날 안아주지 않았어…”
토토는 말은 하지 못하지만, 마음속으로 그렇게 중얼였죠.
2장. 꿈의 틈
어느 날 밤, 태연이는 이상한 꿈을 꾸었어요. 자신이 갑자기 인형만한 크기가 되어 인형들과 같은 크기로 줄어든 거예요. 주위를 둘러보니 침대 밑은 거대한 숲처럼 변해 있었고, 인형들이 조용히 모여 속삭이고 있었어요.
그중,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어요.
“태연아, 날… 잊었어?”
노랗고 해진 토토가 눈앞에 서 있었죠. 이상하게도 토토는 말할 수 있었고, 눈동자가 반짝였어요.
“토토! 진짜 토토야?”
“응, 여긴 ‘잊혀진 꿈나라’. 애착인형들이 마지막으로 모이는 곳이야.”
3장. 잊혀진 친구들의 나라
태연이는 토토의 손을 잡고 깊숙한 숲 속으로 들어갔어요. 거기에는 이름을 잃은 인형들, 단추가 떨어진 곰 인형, 팔이 찢어진 토끼 인형, 한쪽 다리가 없는 병정 인형들이 조용히 앉아 있었죠.
“여긴… 너무 슬퍼.”
“우린 다, 주인이 커지면서 잊힌 인형들이야. 하지만 태연이 넌… 여길 올 수 있었어. 그건 아직 날 잊지 않았다는 뜻이야.”
인형 왕국의 여왕 ‘소잉퀸’은 태연이에게 말했어요.
“하지만 잊힘은 점점 빠르게 진행돼. 네가 완전히 날 잊으면, 토토는 실로 풀려버릴 거야.”
4장. 실로 이어진 마음
태연이는 인형들이 사는 마을에서 하룻밤을 지냈어요. 인형들은 자신이 받은 사랑의 기억들을 작은 실 조각에 담아 벽에 걸어놓고 있었죠.
“이 실들은 우리가 받았던 사랑의 조각들이야. 너와 토토의 실은 무지갯빛이었단다.”
하지만 그 실은 점점 흐려지고 있었어요. 태연이 마음속에서 토토가 사라져가고 있었기 때문이죠.
“태연아, 날 꼭 기억해줘. 우린… 약속했잖아. 네가 무서워할 때, 울 때, 혼날 때 내가 옆에 있기로.”
5장. 실을 지키는 거미왕
태연이와 토토는 실을 되찾기 위해 ‘실의 동굴’로 갔어요. 그곳에는 거미왕 ‘네트로스’가 실을 모아 커다란 망을 짜고 있었죠. 잊힌 인형들의 실을 수집해 마음을 닫아버리는 존재였어요.
“넌 아직 완전히 잊은 건 아니지만, 곧 잊게 될 거다. 그럼 이 실도 내 것이지.”
토토는 용기 있게 앞에 섰어요.
“이건 태연이와 내 사랑이 담긴 실이야. 돌려줘!”
하지만 네트로스는 실을 끊어버리려 했고, 그 순간 태연이가 외쳤어요.
“안 돼! 토토는… 토토는 내 마음의 친구야!”
6장. 기억의 물
마지막 희망은 ‘기억의 연못’에 가서 태연이와 토토의 추억을 되살리는 것이었어요. 둘은 손을 잡고 빛나는 연못가에 다가갔고, 그 속엔 태연이 아기 시절부터 지금까지 토토와 함께한 장면이 흐르고 있었죠.
첫 돌 때 울던 태연이를 안고 있는 토토, 유치원 첫날 가방 안에서 몰래 응원하던 토토, 감기 걸려 이불 속에서 함께 땀 흘리며 누워있던 장면들까지.
“토토… 미안해. 잊지 않았어. 아니, 잊고 싶지 않아.”
토토는 미소를 지었어요.
“그 말이면 충분해.”
7장. 되살아나는 실
연못의 기억들이 실처럼 뻗어 나와 토토를 감싸기 시작했어요. 끊어졌던 단추 눈도 다시 달리고, 흐려진 색깔도 다시 선명하게 바뀌었죠. 무엇보다 토토의 심장이 ‘또박 또박’ 뛰기 시작했어요.
“넌 이제 나만의 기억 인형이 아니야. 너는… 내 마음의 일부야.”
8장. 꿈에서의 작별
꿈나라의 친구들이 모두 태연이를 향해 손을 흔들었어요. 잊히지 않은 인형들은 언제나 마음속에 살아있다고 말하면서요.
“현실에서도, 네가 날 믿는다면… 난 언제든 너 곁에 있을 거야.”
토토는 살짝 울먹이며 태연이에게 마지막으로 말했어요.
“사랑해, 태연아.”
“나도 사랑해, 토토.”
9장. 아침
아침 햇살이 태연이의 얼굴을 간질였어요. 눈을 뜬 태연이는 조용히 침대 옆을 보았어요. 거기엔…
“토토?!”
낡고 해진 줄 알았던 토토가 다시 말끔해져 있었고, 단추 눈도 반짝이고 있었어요. 무언가 달라졌지만, 여전히 토토는 포근했어요.
“너… 다녀온 거지?”
태연이는 토토를 꼭 끌어안고 속삭였어요.
“앞으로 매일 꼭 안아줄게. 절대 잊지 않을 거야.”
10장. 반짝이는 꿈
그날 밤, 태연이는 다시 꿈을 꾸었어요. 잊힌 인형 마을은 무지갯빛으로 빛나고 있었고, 실로 엮인 다리 위에서 토토가 태연이를 기다리고 있었죠.
“우리 추억, 계속 만들자!”
그날부터 태연이는 새 인형을 받아도 토토를 잊지 않았어요. 그리고 마음이 힘들 때마다 토토를 안고 조용히 웃었어요.
왜냐하면 알게 되었거든요.
진짜 친구는, 잊혀져도, 마음 속에선 영원히 함께한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