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이와 끝없이 커지는 풍선 나라》🎈
1장. 바람보다 가벼운 소망
태연이는 조용한 마을 끝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 살고 있었어.
말도 잘하고 웃음도 많지만, 친구들 앞에선 왠지 작아지는 자신이 싫었어.
학교 발표 시간에도 태연이는 머뭇거렸고, 놀이 시간에도 잘 끼지 못했지.
어느 날, 태연이는 동네 문방구 앞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했어.
바로 “바람 상회”라는 이름이 쓰인, 오래된 작은 가게였어.
문을 열고 들어서자, 가게 안은 수천 개의 알록달록한 풍선들로 가득 차 있었지.
그리고 그 풍선들 사이에서, 커다란 안경을 쓴 할아버지가 웃고 있었어.
“어서 와, 꼬마 숙녀. 넌 어떤 바람을 품고 있니?”
“저는… 그냥… 좀 더 용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할아버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형형색색의 풍선 중 가장 투명한 걸 하나 꺼내 태연이에게 건넸어.
“이 풍선은 네 바람을 알아듣는 마법의 풍선이란다.
바람을 불면, 네 진짜 마음이 닿는 곳으로 데려다 줄 거야.”
태연이는 조심스레 풍선에 바람을 불기 시작했어.
한 번… 두 번…
그런데 풍선은 터지지 않고 점점 커지더니,
갑자기 태연이의 몸을 감싸며 하늘로 붕! 하고 날아오르기 시작했지!
“꺄아아아아아!!!”
2장. 풍선 위의 구름섬
눈을 떴을 땐, 태연이는 풍선 위에 앉아 있었고,
주변은 온통 솜사탕처럼 보들보들한 구름들로 가득했어.
구름 위엔 커다란 문 하나가 떠 있었지.
그 문 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어.
🍭 ‘마음의 바람이 자라는 나라로 입장하시겠습니까?’
태연이는 고개를 끄덕였고, 문은 스르르 열렸어.
그 안은 놀라운 세계였어.
모든 것이 풍선으로 이루어진 풍선 나라였거든!
풍선 집, 풍선 나무, 풍선 강, 심지어 풍선 동물들까지!
풍선 양, 풍선 고양이, 풍선 해파리들이 태연이 곁으로 다가와
재잘재잘 말을 걸기 시작했어.
“너는 ‘바람을 품은 자’구나!”
“바람을 품은 사람만이 이 세계에 올 수 있어!”
그리고 그곳의 여왕, 풍풍 여왕이 태연이를 궁전으로 초대했지.
풍풍 여왕은 태연이에게 중대한 제안을 했어.
“우리 세계가 점점 축 처지고 있어.
바람이 없는 아이들이 늘어나 풍선들이 힘을 잃고 있단다.
네가 가진 바람으로 이 세계를 살려줄 수 있겠니?”
태연이는 망설였지만, 여왕의 간절한 눈빛을 보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어.
3장. 바람을 먹는 그림자
풍선 세계의 한쪽 끝에는 검은 굴곡이 퍼지고 있었어.
그곳은 바람을 빨아들이는 정체불명의 존재가 살고 있었지.
이름도 무서운 “펑크림”.
펑크림은 사람들의 소망과 꿈이 담긴 바람을 빨아들여
풍선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어둠의 존재였어.
풍풍 여왕은 태연이에게 세 가지 풍선을 주었어.
- 마음 풍선 – 감정을 지켜주는 풍선
- 기억 풍선 – 소중한 추억을 보여주는 풍선
- 용기 풍선 – 무너진 마음을 다시 띄워주는 풍선
“이 풍선들은 너의 내면에서 바람이 불어야 작동할 거야.”
태연이는 풍선 동물 친구 ‘퐁퐁’과 함께
펑크림의 영역으로 향했어.
그곳은 공기가 무겁고, 색깔도 없었어.
무수한 풍선들이 터진 채 바닥에 흩어져 있었고,
펑크림은 낮고 굵은 목소리로 태연이를 비웃었지.
“너도 결국은 겁 많은 아이잖아.
이 세계는 네가 구할 수 없어.”
태연이는 흔들렸지만,
주머니 속에 있던 엄마의 손편지를 떠올렸어.
“태연아, 넌 언제나 나의 자랑이야.
네 바람은 작아도 분명히 누군가의 마음을 띄울 수 있어.”
그 말에 태연이는
첫 번째 풍선, ‘마음 풍선’을 펑크림에게 던졌어.
풍선은 터지지 않고, 펑크림의 검은 기운을 흡수하기 시작했지.
다음은 ‘기억 풍선’.
풍선 안엔 태연이가 친구와 웃고 있던 장면이 떠올랐고,
그 밝은 빛이 그림자를 밀어냈어.
마지막으로 ‘용기 풍선’을 꺼내 바람을 불어넣었을 때,
풍선이 강하게 빛나며 커다란 파도를 일으켰어!
“나는… 나는 작지만,
내 바람은 작지 않아!!!”
펑크림은 결국 그 빛 속에 스르륵 사라졌고,
풍선 세계에는 다시 환한 색이 퍼지기 시작했어.
4장. 다시 현실로, 하지만 마음에는
모든 위기를 넘긴 태연이는
풍풍 여왕에게 작별 인사를 하게 되었어.
“넌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바람이 되었단다.
그리고 네가 있는 세상에도 꼭 필요한 바람이겠지.”
여왕은 마지막 선물로
작은 풍선 씨앗 하나를 태연이에게 건넸어.
“언제든 용기가 필요하면 불어보렴.”
태연이는 커다란 풍선을 타고 다시 현실 세계로 내려왔어.
문방구 앞에 섰을 때,
‘바람 상회’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지.
하지만 태연이 손엔
작은 풍선 씨앗과 확신이 남아 있었어.
그 후, 태연이는
학교에서 발표를 할 때도,
친구가 울고 있을 때도
작은 풍선을 불어 나눠주었어.
“한 입 바람이면 기분이 좋아질 거야.”
누구도 그 풍선이 특별하단 걸 몰랐지만,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다시
하늘 높이 떠오르기 시작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