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눈의 사슴과 태연이의 숲 이야기》
제1장: 달빛 아래의 초대
어느 날 밤, 태연이는 창밖으로 고요한 숲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파주의 작은 마을 끝자락, 태연이네 집 뒤뜰에는 커다란 숲이 있었지요. 달빛이 눈부시게 내리던 그 밤, 태연이는 왠지 모를 부름을 느끼고 가만히 신발을 신었어요.
“태연아... 태연아...”
누군가 부르는 듯한 목소리. 하지만 엄마, 아빠는 잠든 듯 고요했고, 소리는 숲속에서 들려왔어요.
호기심에 이끌려 태연이는 조심조심 숲으로 발을 내디뎠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무들이 부드럽게 흔들리며 태연이를 반겨주는 것 같았어요.
“누구세요?” 태연이가 물었어요.
그때였어요. 숲속에서 한 줄기 빛이 반짝이며, 커다란 사슴 한 마리가 나타났어요. 그 사슴은 눈이 아주 맑고 깊었어요. 마치 별이 그대로 옮겨진 듯했지요.
“너는... 누구야?” 태연이가 조심스레 물었어요.
“나는 맑은 눈의 사슴, 이 숲을 지키는 자란다.”
제2장: 사슴의 부탁
맑은 눈의 사슴은 태연이를 조심스럽게 바라보며 말을 이었어요.
“이 숲에는 마법이 깃들어 있단다.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마음이 맑은 아이는 우리를 볼 수 있어. 넌 지금 마음이 아주 맑구나, 태연아.”
태연이는 어리둥절했지만 뭔가 따뜻한 기분이 들었어요. 사슴의 눈 속에는 슬픔도, 기쁨도 모두 담겨 있었거든요.
“우리 숲에 어둠이 조금씩 스며들고 있어. 나쁜 기운이 마법의 꽃들을 시들게 하고 있어. 태연아, 네가 도와줄 수 있을까?”
태연이는 고민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어요. “응! 내가 도와줄게!”
제3장: 첫 번째 꽃, 희망의 벚꽃
사슴은 태연이를 ‘희망의 벚꽃나무’로 이끌었어요. 하지만 나무는 시들고 있었고, 꽃은 모두 떨어져 나가고 있었어요.
“희망이 사라지면 이 나무도 꽃을 피울 수 없단다,” 사슴이 말했어요. “너의 희망으로 이 나무를 다시 피우자.”
태연이는 두 손을 나무에 얹었어요. 그리고 엄마와 함께했던 벚꽃놀이, 친구들과의 웃음, 생일날의 행복을 떠올렸어요. 그러자 나무가 환하게 빛나며 연분홍 꽃을 피워냈어요.
사슴의 눈도 반짝였어요. “아주 잘했구나, 태연아.”
제4장: 두 번째 꽃, 용기의 붉은 백합
다음 장소는 깊은 동굴 속이었어요. “여긴 너무 무서워요,” 태연이가 말하자, 사슴은 고개를 끄덕였어요.
“용기란 무서움을 이기는 힘이란다.”
태연이는 동굴 안으로 발을 내딛었어요. 어둡고 축축한 길이 이어졌지만, 태연이는 사슴을 믿고 한 걸음씩 걸었어요. 그러다 동굴 안에서 빛나는 씨앗 하나를 발견했어요.
태연이가 손에 쥐자 씨앗은 붉은 백합이 되어 피어났고, 동굴 안을 환히 밝혔어요. 용기의 꽃이었어요.
“너는 아주 용감한 아이야,” 사슴이 말했어요.
제5장: 세 번째 꽃, 사랑의 민들레
세 번째 장소는 아주 추운 고산이었어요. 바람이 거세게 불었고, 눈보라가 휘몰아쳤어요.
“이 꽃은 사랑으로 피어나지,” 사슴이 말했어요. “너의 사랑을 떠올려봐.”
태연이는 마음속에 있는 모든 사랑을 떠올렸어요. 엄마가 감기에 걸렸을 때 간호해줬던 날, 친구가 울 때 손을 잡아주었던 기억, 그리고 강아지 ‘몽실이’가 아플 때 옆에 있어줬던 일들.
그 순간, 얼어붙은 땅 위에 노란 민들레 한 송이가 고개를 들었어요. 눈밭 속에서 피어나는 따스한 꽃. 태연이는 감탄했어요.
제6장: 마지막 꽃, 맑은 눈의 꽃
“이제 마지막 꽃이야,” 사슴이 말했어요. “그건 바로 ‘맑은 눈의 꽃’. 너의 눈으로 피워야 해.”
사슴은 태연이에게 거울을 보여줬어요. 거울 속에 비친 태연이의 눈. 너무나 맑고 투명했어요. 태연이는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맑음을 처음으로 마주했어요.
그 순간, 거울 속에서 꽃 한 송이가 피어났어요. 투명하고 빛나는 꽃. 사슴과 닮은 눈을 가진 꽃이었어요.
사슴은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어요. “이제 숲은 다시 숨을 쉴 수 있게 되었구나.”
제7장: 사슴의 고백
사슴은 태연이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어요. “사실 나는 아주 오래 전, 너처럼 사람 아이였단다. 하지만 숲을 지키기 위해 사슴의 모습이 되었지. 그리고 이제 네가 나타난 거야. 태연아, 이 숲을 계속 지켜줄래?”
태연이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응. 내가 계속 지켜줄게.”
그 순간, 사슴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고, 몸이 빛으로 변하더니 하늘로 날아올랐어요. 별이 되어 밤하늘에 걸렸고, 숲 전체가 환하게 빛났어요.
제8장: 돌아온 아침
태연이가 눈을 떴을 때, 다시 자신의 방이었어요. 새들이 지저귀고, 창문 너머로 숲이 보였어요. 이상하게도 숲이 더 푸르고 아름다워 보였어요.
책상 위에는 투명한 꽃 한 송이가 놓여 있었어요. 맑은 눈의 꽃이었지요.
태연이는 미소 지었어요. 어쩌면 지금도 사슴은 저 별 너머에서 자신을 보고 있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숲을 향해 속삭였어요.
“안녕, 다시 만날 때까지. 내가 지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