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읽어줄 이야기

★🌸 《꽃비가 내리던 날, 태연이》

newb1230 2025. 5. 2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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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잊힌 계절

태연이는 꽃을 아주 좋아하는 아이였어. 벚꽃이 피는 봄이면 하루 종일 공원에서 놀았고, 들길에 핀 작은 민들레에게도 이름을 붙여줄 정도였지. 하지만 올해의 봄은 좀 달랐어. 도시의 하늘은 회색이었고, 언제 피어야 할 꽃들도 하나둘 피지 못했어.

“꽃이 봄을 잊은 걸까?”
태연이는 슬픈 마음으로 고개를 떨구었어.

그날 밤, 태연이는 오래된 일기장을 발견했어. 그것은 바로 돌아가신 할머니의 것이었지. 일기장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어.

“꽃이 하늘에서 내리는 날, 그 아이는 길을 찾을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일까? 태연이는 일기장을 품에 안고 잠이 들었고, 그날 밤 이상한 꿈을 꾸었어.

2장. 꽃씨 바람

꿈 속에서 태연이는 거대한 꽃씨가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나는 장면을 보았어. 수많은 꽃씨들은 무언가를 찾아 떠나는 것처럼 보였지. 그중 하나의 꽃씨가 태연이의 손에 살포시 내려앉았어.

“너는… 꽃비를 부르는 아이야,”
꽃씨가 속삭였어. 태연이는 깜짝 놀랐지만, 따뜻한 느낌에 마음이 편안해졌지.

꽃씨는 태연이의 손에서 작은 열쇠로 변했어. 그리고 하늘에서 빛줄기가 떨어졌고, 그 빛은 커다란 꽃으로 변하더니 문처럼 열리기 시작했지.

“이곳은 ‘플로리아’,” 목소리가 들렸어. “잊힌 계절의 정원이야.”

태연이는 조심스레 꽃문 안으로 들어갔고, 그 순간 공기가 바뀌었어. 코끝에 향긋한 꽃내음이 퍼졌고, 눈 앞에는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 펼쳐졌지.

3장. 플로리아의 정원

플로리아는 꽃들이 사는 세계였어. 코스모스 나무, 튤립 분수, 장미로 된 다리, 그리고 날아다니는 꽃잎나비들… 모든 것이 아름다웠지. 그곳엔 작은 생명체들이 살고 있었어. 그들은 ‘플로잉’이라 불리는 꽃의 정령들이었지.

“여긴 우리가 지키는 정원, 꽃의 근원이야,”
파란 수국모양의 플로잉, ‘블루미’가 말했어.

“하지만 요즘 꽃이 피지 않아. 너처럼 지상의 아이가 와야만 꽃비가 다시 내릴 수 있어.”

태연이는 고개를 갸웃했어. “내가 어떻게?”

블루미는 작은 꽃램프를 태연이에게 건넸어. “마음속의 봄을 찾는 거야. 이 꽃램프에 네 기억과 감정을 담아, 꽃비의 샘으로 가면 돼.”

그 말과 함께, 태연이의 여정은 시작되었어.

4장. 잃어버린 색깔들

태연이는 플로잉 친구들과 함께 여정을 떠났어.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잃어버린 색의 계곡이었어. 이곳은 원래 형형색색의 꽃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온통 회색뿐이었지.

“이곳의 색은 모두 슬픔에 묻혔어,” 노란 민들레 플로잉 ‘델리’가 말했어.

태연이는 눈을 감고 생각했어. 자신이 가장 기뻤던 순간을.

그건 바로… 엄마가 놀이터에서 안아주며, “내 꽃같은 아이”라고 말해주던 날이었지. 그 기억이 마음속에서 피어나자, 꽃램프가 환하게 빛났고, 회색 계곡에 노란 민들레가 한 송이 피어났어.

곧 이어 다른 꽃들도 피기 시작했고, 계곡은 다시 색을 되찾았지.

“좋아, 하나 찾았어!” 태연이는 미소를 지었어.

5장. 바람의 언덕

다음은 바람의 언덕이었어. 이곳은 꽃이 피려면 특별한 노래가 필요했지만, 모두 그 멜로디를 잊어버렸대.

태연이는 생각했어. 자신이 가장 자주 부르던 노래를.
그건 잠자기 전 엄마와 함께 부르던 자장가였지.

“♪ 바람 따라 흐르는 꽃잎이여,
나를 안고 잠들게 해줘 ♪”

태연이가 노래를 부르자, 언덕 위의 바람이 부드럽게 흔들렸고, 멀리서 무지개 꽃잎이 날아와 하나 둘 피어나기 시작했어.

그리고 꽃램프도 더 환하게 빛났지.

블루미가 말했어. “꽃비의 샘이 가까워졌어!”

6장. 사라진 꽃비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꽃비의 샘이었어. 하지만 그곳은 텅 비어 있었어. 꽃들이 말라있었고, 하늘도 어두웠지.

“마지막은 네 안의 눈물을 보여줘야 해,” 블루미가 말했어.

태연이는 망설였어. 슬픔을 꺼내 보이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지.

그 순간, 그녀는 생각했어. 할머니와의 마지막 인사.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보내드렸던 기억. 그 기억을 떠올리자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고, 그 눈물이 꽃램프 속으로 스며들었어.

곧, 빛이 샘 안으로 퍼졌고, 하늘에서 첫 꽃비가 내리기 시작했어.

하늘에서 떨어지는 건 단순한 꽃잎이 아니었어. 그것은 기억, 감정, 사랑… 태연이가 지닌 모든 소중한 것들의 형태였지.

꽃비는 온 플로리아를 감쌌고, 모든 꽃들이 활짝 피어났어.

7장. 지상으로의 귀환

블루미와 플로잉들은 환하게 웃었어.

“넌 꽃비를 불러낸 아이. 우리는 너를 잊지 않을 거야.”

태연이는 이제 돌아갈 시간이란 걸 느꼈어. 꽃비 속에서, 다시 그 빛의 문이 열렸고 태연이는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왔어.

눈을 떴을 때, 태연이는 자기 방 창가에 앉아 있었어.

그리고…
진짜로 꽃비가 내리고 있었어.

창밖에는 흐드러진 벚꽃비가 조용히 떨어지고 있었고, 아이들은 우산을 들고 웃으며 달리고 있었지.

책상 위에는 작은 꽃램프 하나가 놓여 있었어.
그 안에는 은은한 빛이 남아 있었고, 태연이는 속삭였지.

“다녀왔어, 플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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