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이의 여름 라이딩》
1장. 바람을 가르는 두 바퀴
태연이는 자전거를 정말 좋아하는 아홉 살 여자아이야.
아침 햇살이 반짝이는 주말이면, 아빠와 함께 동네 자전거 도로를 따라 신나게 페달을 밟곤 했지.
태연이의 자전거는 민트색 프레임에 흰 바퀴, 그리고 핸들에는 반짝이는 리본이 달려 있었어.
태연이는 그걸 "바람이랑 친구 먹은 자전거"라고 불렀지.
“아빠! 오늘은 좀 더 멀리 가보고 싶어요!”
태연이는 씩씩하게 말했고, 아빠는 고개를 끄덕였어.
“그럼 오늘은 공원 호수까지 도전해볼까?”
그곳은 태연이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조금 더 먼 곳이었어.
하지만 오늘 태연이는 용기가 넘쳤고, 바람도 등을 밀어주는 것 같았지.
2장. 속도와의 친구
달리고 또 달렸어.
펄럭이는 머리카락, 타이어 소리, 그리고 아빠의 웃음소리.
태연이는 마치 진짜 바람이 된 것처럼 달렸지.
조금 험한 내리막길도 나름대로 잘 통과했고, 살짝 굽은 길도 재미있었어.
“우와, 나 진짜 잘 타는 것 같아!”
자신감이 차오르던 그때, 저 멀리서 내려오는 긴 내리막길이 보였어.
양옆으로는 나무들이 울창했고, 길은 아스팔트지만 조금 울퉁불퉁했지.
“천천히 내려가야 해, 태연아. 브레이크 잊지 말고!”
아빠가 말했지만, 태연이는 너무 신났어.
그만 페달을 멈추지 않고 그대로 내려가기 시작했지.
속도가 점점 빨라졌고, 바람은 점점 더 거세졌어.
“우와— 으악?!”
앞에 작은 돌멩이가 있었고, 바퀴가 휘청하면서 태연이는 핸들을 놓쳐버렸어.
몸이 공중으로 뜨는 느낌, 바닥이 가까워지는 속도.
“쿵!”
3장. 눈물이 뚝, 마음이 쿵
아스팔트는 차갑고 거칠었어.
무릎이 찢어지고 손바닥은 까졌고, 팔에는 붉은 상처가 생겼어.
눈물은 참으려 해도 멈추지 않았고, 입술은 떨렸지.
“아… 아야… 아빠…”
아빠가 헐레벌떡 달려왔어.
“괜찮아, 태연아! 많이 놀랐지?”
태연이는 울면서도 고개를 끄덕였어.
아빠는 조심스럽게 태연이를 안고 벤치에 앉혀 약을 발라주었어.
소독약은 따끔했고, 눈물은 한 번 더 흐르고 말았지.
“다시는 자전거 안 탈래…”
태연이는 중얼였어.
자전거는 옆에 넘어져 있었고, 핸들 리본 하나는 떨어져 있었어.
마치 자전거도 함께 울고 있는 것 같았지.
4장. 하루, 이틀, 그리고 말 없는 자전거
며칠 동안 태연이는 자전거를 쳐다보지도 않았어.
학교에 다녀오면 방에만 있었고, 상처는 조금씩 나아졌지만 마음속 상처는 그대로였지.
“무섭고, 또 아플까봐 싫어…”
태연이는 그렇게 생각했어.
하지만 아빠는 매일 태연이에게 자전거 이야기를 해줬어.
“태연아, 자전거는 넘어지기도 하고 일어나기도 하는 거야.
너무 무서웠겠지만, 그건 너한테만 일어난 일이 아니야.”
그러던 어느 날, 태연이의 책상에 작은 상자가 하나 놓여 있었어.
안에는 반짝이는 새 핸들 리본, 그리고 아빠가 직접 만든 “용기 배지”가 들어 있었지.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아이’에게 주는 특별 배지야.”
5장. 한 걸음부터, 다시
그날 오후, 태연이는 마당으로 나가 자전거를 천천히 끌었어.
그냥 끌고만 있었지만, 심장은 쿵쿵 뛰었지.
“그냥 올라만 보자… 페달은 안 밟아도 돼.”
조심조심 안장에 앉아봤고, 두 손으로 핸들을 잡아봤어.
놀랍게도 예전처럼 무섭지 않았어.
그다음 날은 살짝 페달을 밟아봤고, 또 그다음 날은 골목을 한 바퀴 돌아봤어.
아빠는 항상 옆에서 웃으며 같이 걸어주었지.
“넘어졌던 그 길도 다시 가볼까?”
6장. 다시 만난 내리막길
여름의 오후, 따스한 햇살 아래, 태연이는 다시 그 길 앞에 서 있었어.
처음보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브레이크를 잡으면서 내려가기 시작했지.
길이 무섭게 느껴졌지만, 태연이는 눈을 질끈 감지 않았어.
대신 앞을 똑바로 보고, 손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지.
“후— 됐다!”
무사히 내려왔을 때, 태연이는 너무 놀라서 그 자리에 서 있었어.
그리고는 땀을 닦으며 웃었지.
“나 해냈어! 진짜 해냈어!”
아빠는 박수를 쳤고, 자전거는 다시 반짝였어.
이번엔 리본도 두 개 다 달려 있었지.
7장. 바람보다 빠르게, 태연이처럼
그날 이후, 태연이는 매일 자전거를 탔어.
넘어진 기억은 이제 무서운 기억이 아니라, 이겨낸 기억이 되었고, 상처 자리는 조그마한 흉터로 남았지만, 그 위에 "용기 배지"가 있었지.
친구들에게도 말했어.
“넘어져도 괜찮아. 다시 일어나면 돼. 나도 그랬거든.”
여름은 점점 깊어갔고, 태연이의 바람 자전거는 공원, 강변, 그리고 가끔은 아빠의 어깨보다도 더 멀리 달렸어.
그리고 그렇게, 태연이는 넘어졌던 만큼 더 멀리 달리는 아이가 되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