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읽어줄 이야기

★《태연이와 꿈의 대통령선거》

newb1230 2025. 5. 29.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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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이는 올해 열 살이 되었어요. 태연이가 사는 마을은 언제나 햇빛이 반짝이고, 이웃들이 사이좋게 지내는 평화로운 동네였죠. 그런데 어느 날, 학교에서 선생님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냈어요.

“얘들아, 우리 마을에 곧 ‘마을 어린이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열린단다. 이건 진짜 대통령은 아니지만, 우리 마을의 아이들을 대표하는 대통령이야. 누구든지 후보로 나설 수 있단다.”

“우와아아!”
교실이 들썩였어요. 누구는 자기가 할 거라 소리치고, 누구는 친구를 추천했죠. 그런데 태연이는 혼자 조용히 생각에 잠겼어요.
‘대통령이라... 내가 해볼 수 있을까?’

태연이는 평소에 소심한 편이었어요. 말도 조용히 하고, 사람들 앞에서 발표할 때면 손이 덜덜 떨렸어요. 하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따뜻하고 정의로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죠.
학교에서 왕따 당하는 친구를 몰래 도와주기도 하고,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것도 늘 태연이였어요.

집으로 돌아온 태연이는 엄마에게 물었어요.
“엄마,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 돼요?”
엄마는 웃으며 말했어요.
“대통령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모두가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결정하는 사람이야. 아주 큰 책임이 있지.”
“그럼... 조용하고 말이 느린 사람도 대통령이 될 수 있어?”
“그럼! 오히려 조용한 사람은 더 많이 듣고 생각할 줄 아니까, 더 좋은 대통령이 될 수도 있어.”

그날 밤, 태연이는 꿈을 꿨어요. 꿈속에서 자신은 대통령이 되어 마을을 둘러보고 있었어요. 놀이터는 더 깨끗해졌고, 도서관에는 재미있는 책이 가득했고, 학교 점심엔 태연이가 좋아하는 단호박 카레가 나왔죠. 아이들은 모두 웃으며 태연이에게 인사했어요.

다음 날, 태연이는 용기를 내어 손을 들었어요.
“저도 어린이 대통령 선거에 나가고 싶어요!”

처음엔 반 친구들이 놀랐지만, 이내 박수가 터졌어요.
“태연이라면 잘할 수 있어!”
“응, 평소에도 다 잘 챙겨주잖아!”

선거는 일주일 뒤였고, 태연이는 그동안 무엇을 공약으로 내세울지 고민했어요. 다른 후보들은 멋진 포스터를 만들고, 풍선을 나눠주기도 했어요. 누군가는 아이스크림을 매일 먹게 해주겠다고도 했죠.
하지만 태연이는 그런 약속보다는, 정말로 친구들이 바라는 걸 들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태연이는 친구들에게 다가가 물었어요.
“뭘 바라고 있어?”
“너희가 더 즐겁게 학교에 다니려면 뭐가 필요할까?”

처음엔 친구들이 장난처럼 말했지만, 태연이는 꼼꼼히 적어가며 들었어요.

“쉬는 시간이 너무 짧아.”
“급식이 너무 빨리 끝나.”
“왕따 문제도 있고... 말 못 하는 애들도 있어.”
“청소당번이 늘 똑같은 애들만 해.”

태연이는 놀랐어요.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아무도 귀 기울여주지 않았던 거예요.
‘그래, 이게 내가 해야 할 일이야.’

태연이는 ‘친구의 목소리를 듣는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정했어요. 그리고 발표 시간엔 조용하지만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안녕, 나는 태연이야. 말도 느리고, 때로는 발표도 떨리지만, 나는 친구들 이야기를 제일 잘 들을 수 있어. 우리가 학교에서 웃으려면, 누가 슬픈지, 뭐가 불편한지부터 알아야 해. 나는 모두의 이야기를 듣고, 작지만 진짜 변화부터 만들고 싶어.”

그날 발표가 끝나고, 선생님들도, 친구들도 고개를 끄덕였어요.
선거 날, 아이들은 각자 정해진 표에 후보 이름을 써서 투표함에 넣었어요. 떨리는 마음으로 하루가 지나고, 마침내 결과 발표가 있었죠.

“이번 어린이 대통령으로 뽑힌 사람은... 태연입니다!”

“우와아아아아!”
교실은 환호로 가득 찼어요. 태연이는 깜짝 놀랐고, 손을 입에 올렸어요. 정말 자신이 뽑힌 걸까 믿기지 않았어요.

그날부터 태연이의 바쁜 하루가 시작됐어요.
친구들의 이야기를 모아 선생님께 전달하고, 매주 열리는 ‘마음의 목소리 회의’를 주최했죠. 회의 시간엔 이름을 쓰지 않아도 되는 투표함을 통해 친구들이 불편한 점을 말할 수 있었어요.

점점 학교는 달라졌어요. 쉬는 시간은 2분 더 길어졌고, 청소당번표는 무작위로 바뀌었어요. 왕따 문제가 생기면 먼저 알아채고 중재하는 ‘도움 친구’도 생겼고요. 가장 큰 변화는 모두가 더 자주 웃게 된 거예요.

어느 날, 옆 학교에서도 어린이 대통령 제도를 만들고 싶다며 태연이에게 물어보러 왔어요. 태연이는 말했어요.

“대통령은 모든 걸 다 아는 사람이 아니에요. 모든 걸 잘하려는 사람도 아니에요. 대신, 모를 땐 물어보고, 틀렸을 땐 고치고, 무엇보다 잘 듣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


1년이 지나고, 새로 어린이 대통령 선거가 다가왔어요. 태연이는 물러나야 했지만, 후배들에게 편지를 남겼어요.

“말이 느리면 괜찮아요. 잘난 말보다 따뜻한 귀가 더 중요해요. 세상을 바꾸는 건, 가장 큰 목소리가 아니라, 가장 많이 듣는 마음이에요.”

그날, 태연이는 평범한 교복을 입고 다시 한 명의 학생으로 돌아갔지만, 친구들의 눈엔 여전히 대통령처럼 보였어요.
그녀가 만든 변화는, 마음 속에서 오래도록 따뜻하게 계속됐으니까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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