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연이와 꿀벌의 벌침》 🌸
🐝 제1장. 달콤한 유혹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은 어느 초여름 아침, 작은 마을의 끝자락에 사는 태연이는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신발을 벗고 정원으로 달려갔어요. 정원 한쪽에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달콤한 라벤더꽃이 활짝 피어 있었죠. 부드러운 보라빛 꽃잎에 코를 대고 향을 맡는 순간, 태연이는 웃음을 터뜨렸어요.
“라벤더 향기 최고야!”
하지만 태연이가 모르는 게 있었어요. 그날따라 정원에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꿀벌들이 날아다니고 있었어요. 꿀벌들은 라벤더 꿀을 모으느라 바빴고, 태연이는 그런 꿀벌들을 그냥 예쁘다고 생각했죠.
그녀는 고개를 기웃거리며 물었어요.
“너희도 라벤더 좋아해?”
꿀벌 중 한 마리가 태연이의 팔 주변을 윙윙거리며 맴돌았어요. 태연이는 가볍게 손을 저었어요.
“쉿! 간지러워!”
그런데 그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어요. 벌이 갑자기 태연이의 팔에 내려앉았고, 태연이는 깜짝 놀라 손으로 탁 쳐버렸어요. 그리고…
“앗!”
태연이의 팔에서 뾰족한 고통이 찌릿, 하고 퍼졌어요. 그녀는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아팠고, 붉게 부어오른 자리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엄마…!”
그녀는 울음을 터뜨리며 집으로 달려갔고, 엄마는 급히 연고를 바르고 얼음찜질을 해주었어요.
“괜찮아, 태연아. 벌도 놀랐을 거야.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하지만 태연이는 고개를 저었어요.
“아니야! 나를 쏘려고 한 거야! 이제 꿀벌은 싫어!”
🐝 제2장. 말 안 통하는 친구들
그날 밤, 태연이는 팔이 욱신거려서 잠이 잘 오지 않았어요. 어둠 속에서 누워 있다 보니 점점 벌에 대한 두려움과 미움이 자라났죠. 그녀는 다짐했어요.
‘다신 벌 근처엔 안 갈 거야.’
며칠 후, 학교에서 자연수업 시간이 있었어요. 아이들은 숲 근처에서 벌집 관찰을 하며 벌의 생태에 대해 배웠죠. 선생님은 말했어요.
“벌은 우리가 먹는 과일, 꽃, 채소를 도와주는 아주 중요한 생물이란다.”
태연이는 속으로 중얼였어요.
‘중요하면 뭐해. 나를 쐈는걸.’
그 순간, 작은 벌 한 마리가 태연이의 머리 위를 맴돌았고, 그녀는 반사적으로 도망쳤어요.
“벌이다! 으아악!!”
다른 아이들이 깔깔 웃었지만, 태연이는 화가 나서 울어버렸어요.
“왜 나만 쏘냐고!!”
🐝 제3장. 꿀벌 나라로 가는 문
그날 밤, 태연이는 이상한 꿈을 꿨어요. 아니, 어쩌면 꿈이 아니었는지도 몰라요. 침대 옆 창문이 스르륵 열리고, 반짝이는 꽃가루들이 하늘에서 흩날리더니, 작고 둥글고 반짝이는 문이 방 한가운데에 생겨났어요.
문 안에서는 꿀벌 모양을 한 아주 작은 요정이 태연이를 부르고 있었어요.
“태연이, 우리 꿀벌 마을로 와줄래?”
태연이는 망설였지만 요정의 손을 잡았고, 둘은 함께 문 안으로 쏙 들어갔어요.
🐝 제4장. 벌들의 나라, 허니벨라
그곳은 허니벨라라는 이름의 마법 세계였어요. 온 하늘에 꿀방울이 떠 있고, 땅은 꽃으로 가득했어요. 꿀벌들은 사람처럼 말을 하고, 집은 육각형 벌집 모양으로 반짝이고 있었죠.
요정은 말했어요.
“우리는 꿀벌들을 돌보는 ‘꿀수호자’들이야. 오늘 너를 데려온 건 이유가 있어.”
그들은 태연이를 마을 중심으로 데려갔고, 그곳에는 다친 꿀벌 한 마리가 있었어요. 날개가 찢어지고 눈이 반쯤 감긴 그 벌을 본 태연이는 깜짝 놀랐어요.
“얘… 나를 쏜 벌이야?”
요정이 고개를 끄덕였어요.
“맞아. 너를 놀라게 하려던 건 아니었어. 네가 갑자기 손을 휘둘러서, 자신을 지키려고 그랬지. 하지만 쏘는 순간, 이 아이는 거의 죽을 뻔했어. 벌은 쏘면 목숨을 걸거든.”
태연이의 눈이 동그래졌어요.
“정말… 쏘면 죽는 거야?”
“응. 그래서 벌들은 정말 필요할 때만 침을 써. 너도 놀랐지만, 이 아이도 얼마나 아팠는지 상상할 수 있겠니?”
🐝 제5장. 마음의 꽃밭
태연이는 다친 꿀벌을 조심스럽게 손에 올려보았어요. 벌은 천천히 날개를 파르르 떨며 고개를 들었고, 아주 작은 소리로 말했어요.
“…미안해.”
그 말 한마디에 태연이는 입을 다물었어요. 그리고 눈물이 맺혔죠.
“아냐, 나도 미안해. 내가 먼저 손을 휘둘렀어…”
요정들이 웃으며 말했어요.
“서로의 마음이 통했구나. 이제 진짜 치유가 시작될 거야.”
허니벨라에는 특별한 꽃잎 회복탕이 있었어요. 태연이는 꿀수호자들과 함께 희귀 꽃잎을 모으고, 다친 꿀벌을 정성껏 돌보았어요.
며칠 동안 허니벨라에서 지내는 동안, 태연이는 꿀벌들의 삶을 하나하나 배웠어요. 어떤 벌은 꽃을 찾아 탐험하고, 어떤 벌은 아기 벌을 돌보고, 어떤 벌은 꿀을 만드는 데 집중했죠.
그리고 마침내, 다친 꿀벌은 날개를 펴고 다시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었어요.
🐝 제6장. 다시 만나는 태양빛
“이제 돌아가야 해.”
요정이 말했어요.
“하지만 한 가지 선물을 줄게. 너의 마음이 진심이었다면, 이 벌이 너의 친구로 다시 찾아올 거야.”
그 순간 태연이는 눈앞이 희미해지더니,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있었어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요.
하지만 책상 위에 조그마한 육각 벌집 조각 하나가 놓여 있었고, 그것은 허니벨라의 빛을 아주 희미하게 담고 있었어요.
🐝 제7장. 꿀벌 친구
며칠 후, 정원에 나간 태연이는 라벤더꽃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다가갔어요. 이번엔 무섭지 않았어요.
그 순간, 작은 꿀벌 하나가 그녀의 손가락에 살짝 앉았고, 마치 인사하듯 윙윙 울었어요.
“혹시… 너니?”
꿀벌은 천천히 그녀의 손등을 한 번 부드럽게 쓰다듬듯이 스치고, 다시 꽃으로 날아갔어요. 태연이는 웃었어요.
이제 더 이상 꿀벌이 무섭지 않았어요. 오히려 친구처럼 느껴졌죠.
“다음엔 네가 좋아하는 꽃도 같이 심을게.”
그녀는 그날부터 꿀벌과 함께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어요. 아이들에게도 벌의 소중함을 알려주었고, 매일 허니벨라를 떠올리며 육각 벌집 조각을 소중히 간직했어요.
이렇게 태연이의 벌침에 쏘인 날은, 단순히 아팠던 날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을 키워간 날이 되었답니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도 허니벨라 어딘가에서 꿀수호자들이 태연이를 기억하며 하늘을 날고 있을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