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읽어줄 이야기

★태연이와 마법 컵라면 왕국

newb1230 2025. 6. 3.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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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편의점에서 생긴 이상한 일

태연이는 오늘도 평소처럼 학교가 끝나고 할머니 댁으로 가는 길에 작은 편의점에 들렀어. 이 편의점은 다른 데보다 조금 낡았지만, 언제나 따뜻한 인심과 정겨운 냄새가 가득한 곳이었지. 특히 그곳엔 태연이가 제일 좋아하는 컵라면 코너가 있었어. 다양한 맛과 모양의 컵라면들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었고, 그 중에서도 태연이는 ‘치즈폭탄 매콤라면’을 제일 좋아했지.

그런데 그날, 평소에 본 적 없는 진열대가 눈에 들어왔어. 컵라면 하나가 금빛 포장을 입고 ‘태연이만을 위한 한정판’이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어.

“어… 내 이름이 왜 여기에…?”

태연이는 호기심에 그 컵라면을 집었어. 겉면에는 ‘3분 후, 너의 세계가 달라진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손으로 만지는 순간 컵라면이 부드럽게 빛났지.

제2장: 3분의 마법

편의점 구석에 있는 온수기를 사용해 컵라면에 물을 부은 태연이는 벤치에 앉아 시계를 바라봤어. 1분, 2분… 그리고 3분째가 되자 컵라면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더니 그 안에서 작은 소용돌이가 생겨났어.

“어… 뭐야, 이거…?”

그 순간, 컵라면이 눈부신 빛을 내더니 태연이의 몸을 감싸며 공중으로 떠올랐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녀는 전혀 다른 세상, 라면 냄새가 가득한 곳에 떨어졌지.

그곳은 ‘라면 왕국’. 면발 길게 이어진 도로, 국물 폭포, 김치 산, 나무젓가락 모양의 다리들이 펼쳐져 있었어. 그리고 곧 태연이는 수많은 컵라면 요정들과 마주쳤어.

제3장: 라면 요정 라라와의 만남

“어서 와, 태연 공주님!”

작고 귀여운 컵라면 모양 요정이 공중에서 날아와 그녀 앞에 섰어. 그 요정은 이름이 ‘라라핑’이었고, 이 세계의 안내자였지.

“공주님이라니? 난 그냥 태연인데…”

“아니에요. 당신은 이 라면 왕국을 구할 단 하나의 ‘국물의 계승자’예요. 마법 컵라면을 열었다는 건, 당신이 선택받았다는 뜻이죠!”

태연이는 당황했지만 라라핑은 진지했어. 라면 왕국에는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고 했지. 맛의 균형이 깨지고, 국물이 흐려지며, 면발들이 서로를 꼬이게 만드는 ‘불맛 괴물’이 등장한 거야.

“우린 더 이상 제대로 끓을 수가 없어요. 뜨거운 마음도, 짭짤한 우정도, 사르르한 치즈마저 잃어가고 있어요.”

제4장: 국물의 심장을 찾아서

태연이는 용기를 내어 라면 왕국을 구하기로 결심했어. 첫 번째 장소는 ‘면발의 숲’. 거기선 길게 늘어진 나무 면발들이 하늘을 가렸고, 그 안에 길을 막는 ‘심술면 도깨비’가 있었어.

“맛없는 국물엔 내가 어울리지! 하하!”

도깨비는 늘어진 면발로 태연이를 감싸려 했지만, 태연이는 용기를 내어 자신의 컵라면 기억을 떠올렸어. “나는 할머니랑 함께 먹던 따뜻한 라면 국물이 좋아! 그 맛을 잊지 않아!”

그 순간, 태연이의 손끝에서 따뜻한 김이 피어오르더니 도깨비는 “앗 뜨거!” 하며 사라졌지. 그 자리엔 ‘첫 번째 맛의 조각: 정성’이 남아 있었어.

제5장: 달걀의 바다, 김치의 성

두 번째 여정은 ‘달걀의 바다’. 그곳엔 부드럽게 익은 노른자가 둥둥 떠다니고, 짠맛 해류가 흐르고 있었지. 하지만 바다 한가운데엔 ‘탄맛의 괴수’가 있었어. 조리시간을 지키지 않아 태어난 괴물이었지.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난 그냥 좀 오래 끓였을 뿐인데!!”

태연이는 괴수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했어. “모든 라면은 각각의 시간이 있어. 기다림도 맛의 일부야.”

그 말에 괴수는 서서히 녹아내렸고, 두 번째 맛의 조각 ‘인내’가 떠올랐지.

이후 태연이는 ‘김치의 성’에 도착했어. 그곳에는 시큼하고 화난 ‘김치대왕’이 있었어.

“왜 우리 김치만 따로 넣는 거냐! 따뜻한 물과 함께 먹고 싶은 우리 마음은 모르느냐!”

태연이는 김치대왕의 손을 꼭 잡고 말했어. “당신의 맛은 특별해. 따로 넣는 게 아니라, 더 아끼는 거야.”

그 말에 대왕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세 번째 맛의 조각 ‘이해’를 내주었어.

제6장: 불맛 괴물과의 결전

모든 조각을 모은 태연이는 ‘국물의 심장’으로 향했어. 그곳에는 붉고 진한 국물이 끓고 있었고, 중앙에는 불꽃처럼 타오르는 괴물이 있었어. 그것이 바로 ‘불맛 괴물’.

“너 따위가 이 세계를 구하겠다고? 맛은 강해야 해! 자극이 없으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지!”

태연이는 조용히 국물에 손을 담갔어. “강한 맛도 좋지만, 결국 우리가 기억하는 건 따뜻한 순간이야. 친구와 나눠 먹는 컵라면 한 입, 그게 진짜 맛이야.”

그녀가 모은 세 가지 조각—정성, 인내, 이해—는 국물 속에서 빛났고, 이내 괴물을 감싸며 사르르 녹아내리게 했지.

“으아아… 이 부드러운 맛은 뭐야… 내 혀가… 녹는다…”

제7장: 다시 돌아온 편의점

모든 것이 끝나자, 라면 왕국은 다시 제 맛을 되찾았고, 요정들은 태연이에게 마지막 선물을 건넸어.

“이 컵라면은 평생 식지 않을 거야. 힘들 때 한 입 먹으면 네가 배운 모든 맛이 떠오를 거야.”

태연이는 눈을 감았고, 다시 편의점 벤치 위로 돌아왔어. 그녀의 손엔 작지만 따뜻한, 마법 같은 컵라면이 놓여 있었지.

그날 이후, 태연이는 컵라면을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추억의 시간’이라 부르게 되었어. 그리고 가끔 힘들 때면, 그 컵라면을 꺼내 한 입 먹으며 속삭였지.

“정성, 인내, 이해… 이게 진짜 맛의 비밀이야.”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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