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이와 검정 마스크의 비밀
제1장. 낯선 선물
태연이는 평소처럼 동그란 눈으로 아침 햇살을 맞이했다. 오늘은 학교 소풍이 있는 날. 그녀는 설레는 마음으로 배낭을 챙기고, 알록달록한 물통과 간식을 넣었다. 그런데 현관 문 앞에 놓인 검정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리본도 없고, 이름표도 없고, 그저 조용히 놓여 있었다.
"이게 뭐지…?"
태연이는 조심스레 상자를 열어보았다. 그 안에는 깔끔하게 접힌 검정색 마스크가 들어 있었다. 무늬도 장식도 없고, 그냥 새까맣기만 한 평범한 마스크였다. 하지만 태연이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건 단순한 마스크가 아닌 것 같았다.
엄마는 그 마스크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친구들도 아무도 가져온 기억이 없었다. 이상하게도, 태연이만이 그것을 볼 수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제2장. 마스크를 쓴 순간
소풍 날, 태연이는 검정 마스크를 조심스럽게 착용했다. 거울을 보니 눈만 똘망하게 드러나 있었다. ‘좀 멋져 보일 수도 있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자, 그녀는 웃음이 났다.
그런데 버스를 타자마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친구들의 목소리가 점점 더 선명하게 들렸고, 심지어 말하지 않은 속마음도 희미하게 전달되기 시작했다.
"재미없겠다…" 수빈이는 웃고 있었지만 마음은 무표정했다.
"태연이, 멋있어 보이네…" 하늘이는 아무 말도 안 했지만 눈빛이 반짝였다.
태연이는 깜짝 놀랐다. 이 마스크는 마음을 읽을 수 있게 해주는 마법이 있었다!
제3장. 마스크의 규칙
다음 날, 태연이는 다시 마스크를 썼다. 교실에 들어서자 친구들의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누가 긴장하고 있고, 누가 속상한지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마스크에는 규칙이 있었다. 너무 오래 쓰고 있으면 점점 주변이 어두워지고, 사람들의 감정이 태연이 마음속으로 흘러들어와 혼란을 주었다.
마르셀이라는 수수께끼의 인물이 다시 등장했다. 지난번 패션안경을 준 그였다. 이번엔 하늘에서 날개를 펼치고 내려왔다.
“태연이, 그 마스크는 감정의 파동을 흡수해 너를 지켜주는 대신, 너의 마음도 지치게 하지. 조심해야 해. 너무 깊이 감정을 느끼면, 너의 감정이 사라질 수도 있어.”
“그럼… 마스크를 쓰지 말아야 하나요?”
“아니, 네가 원하는 대로 써도 돼. 단, 언제 벗어야 할지를 스스로 배워야 해.”
제4장. 감정의 숲
어느 날 태연이는 특별활동으로 ‘감정의 숲’이라는 체험 캠프에 참가하게 되었다. 선생님은 마치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여긴, 마음이 눈에 보이는 신비한 숲이야. 오늘 하루, 너희는 감정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법을 배울 거야."
마스크를 쓴 태연이는 숲에 발을 들이자마자 친구들의 감정이 색으로 변해보였다. 유나의 감정은 회색 안개, 도윤이는 초록빛 불꽃, 선생님의 감정은 파란 물결.
그리고 숲 가장자리, 커다란 그림자 하나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건 감정을 잊은 아이, ‘하람’이었다.
“모든 게 시끄러워… 다들 날 오해해… 그냥 아무것도 느끼고 싶지 않아.”
태연이는 마스크를 벗고 하람의 손을 잡았다. 그 순간 그녀는 하람의 감정을 직접 느꼈다. 무서움, 외로움, 분노, 그리고 아주 깊은 슬픔.
태연이는 조용히 말했다.
“괜찮아. 너처럼 느끼지 않으려 애쓰던 나도 있었거든. 근데 누군가 손잡아 주면… 마음도 조금은 따뜻해져.”
제5장. 마스크 없이 걷는 법
이후로 태연이는 가끔만 마스크를 썼다. 중요한 순간에만, 누군가의 진심이 필요한 날에만.
그리고 어느 날, 친구들 앞에서 그 마스크를 조용히 벗었다.
“이건 내 마음을 지켜주는 마법 마스크였어. 하지만 이제는… 너희가 있어서, 필요 없어졌어.”
친구들은 태연이를 꼭 안아주었다. 그 순간 마스크는 반짝이며 부드럽게 사라졌다. 마치, 태연이의 내면에 그대로 흡수된 것처럼.
제6장. 검정 마스크의 정체
집에 돌아온 태연이는 마지막으로 마르셀을 만났다. 그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 마스크는 너의 마음이 만든 거야. 세상이 복잡하고 힘들 때,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너의 감정이 만들어낸 ‘검정색 감정 방패’였지. 네가 그것을 이해하고 스스로 벗어났을 때, 너는 진짜 어른이 되는 길에 한 걸음 다가간 거란다.”
제7장. 진심을 읽는 아이
태연이는 이제 누군가가 조용히 힘들어하고 있으면 먼저 다가간다. 말을 걸어주고, 눈을 맞추고, 꼭 안아준다.
마스크는 사라졌지만, 태연이의 마음속엔 여전히 검정 마스크가 있었다. 그것은 누군가의 감정을 감싸 안고,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능력이었다.
태연이는 마음을 읽는 아이에서, 마음을 이해하는 아이가 되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