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이와 마음을 비추는 미니거울
제1장. 작고 반짝이는 선물
태연이는 맑은 햇살이 드는 일요일 아침, 골목 어귀의 작은 벼룩시장을 걷고 있었다. 골목은 온통 형형색색의 물건들로 가득했고, 태연이의 눈은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였다. 그러다 문득, 허름한 천막 아래에서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다.
그곳에는 파란빛의 로브를 입은 할머니가 앉아 있었고, 앞에는 작은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태연이의 시선은 그 중 작고 둥근 미니거울에 머물렀다. 은색 프레임에는 은은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고,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은 마치 보석 같았다.
“그 거울, 너에게 맞는 물건이란다.”
“정말요? 하지만 전 돈이 없어요…”
“괜찮단다. 이건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니까. 네가 잘 쓴다면, 더 큰 보답을 받을 거야.”
할머니는 환하게 웃으며 거울을 태연이 손에 쥐여주었다. 거울은 손바닥만 한 크기였지만, 그 순간 이상하게도 무척 따뜻한 기운이 전해졌다.
제2장. 거울의 비밀
집에 돌아온 태연이는 자신의 책상 위에 거울을 올려두고 조심스레 들여다보았다. 처음엔 평범한 자기 모습이 비쳤지만, 갑자기 거울 표면이 부드럽게 물결치며 변화하기 시작했다.
“…어?”
거울 안에는 태연이의 모습이었지만, 표정이 달랐다. 실제 태연이는 웃고 있었지만, 거울 속 태연이는 살짝 울고 있었다.
‘설마… 이건 내 진짜 마음?’
그 순간 거울 안에서 작고 반짝이는 요정 같은 존재가 피어오르듯 나타났다. 머리카락은 별빛 같고, 날개는 투명한 꽃잎 같았다.
“안녕, 태연아. 난 마리핑. 이 미니거울의 수호야.”
“미니거울에… 수호요정이 있었어요?”
“이 거울은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속 감정을 비추는 거울이야. 너처럼 진심을 알고 싶은 아이만 쓸 수 있어.”
태연이는 조용히 거울을 바라보았다. 이제 거울은 누군가의 겉모습이 아닌, 마음속을 반영하는 진실의 창이었다.
제3장. 거울로 본 진심
그날 이후 태연이는 미니거울을 조심스레 휴대하기 시작했다. 거울은 함부로 꺼낼 수 없었다. 너무 자주 보면 마음이 지치고, 너무 오래 보면 스스로를 잊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친구 하늘이는 요즘 웃지 않았다. 태연이는 조심스럽게 그녀와 함께 벤치에 앉아 거울을 비추었다.
“하늘아, 나랑 거울 한번 볼래?”
“왜? 얼굴에 뭐 묻었어?”
하지만 거울 속 하늘이는 혼자 울고 있었다. 그 눈물은 말로 하지 않은 외로움, 엄마 아빠가 바빠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생긴 슬픔이었다.
“괜찮아. 너 외로운 거… 나도 조금은 알아.”
하늘이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날 처음으로, 눈가에 진짜 미소가 번졌다.
제4장. 마음을 숨긴 아이
며칠 뒤, 전학 온 지후는 항상 혼자 있었다. 말도 없고, 항상 교실 구석에 앉아있었지만 아무도 다가가지 않았다. 태연이는 조심스럽게 지후에게 다가가 거울을 건넸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거울 속에서 아주 작고 흐릿한 불빛이 보였다. 희망, 용기, 그리고 꽁꽁 숨겨진 외로움.
“지후야, 혹시 이야기하고 싶은 거… 있어?”
지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그날 처음으로 마음속 이야기를 꺼냈다. 친구들이 무서웠다는 것, 실수할까 봐 두려웠다는 것, 혼자 있는 게 오히려 편했다는 것.
태연이는 그 말들을 조용히 들어주었고, 다음 날부터 지후는 작은 목소리로 인사할 수 있게 되었다.
제5장. 거울이 사라지다
시간이 지날수록 태연이는 거울 없이도 친구들의 마음을 조금씩 느낄 수 있었다. 눈빛만 봐도, 말투만 들어도, 무슨 일이 있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거울은 빛을 내며 조용히 사라졌다. 손안에 있던 미니거울이 마치 안개처럼 흩어져버린 것이다.
놀란 태연이는 마리핑을 불렀다.
“마리핑! 거울이…!”
“이제 넌 거울 없이도 진심을 느낄 수 있어. 너는 거울의 힘을 제대로 배운 거야.”
“그럼… 이제 더는 못 보는 거야?”
“마음으로 보면, 거울은 언제나 너 안에 있어. 네가 누군가의 마음을 알고 싶을 때, 그 마음의 빛은 네 눈동자에 비춰질 거야.”
제6장. 새로운 태연이
이후 태연이는 학교의 ‘마음 상담 도우미’가 되었다. 친구들이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조용히 다가가주고, 말하지 않아도 위로해주고, 웃음으로 감싸주었다.
선생님도, 친구들도, 모두 태연이를 좋아했다. 하지만 태연이는 자신이 특별해서 그런 게 아니라,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용기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제7장. 또 다른 거울
벼룩시장. 예전 그 골목. 이번에는 태연이가 누군가에게 작은 거울을 건네주고 있었다.
“이건 네 마음을 보여줄 수 있는 거울이야. 아주 특별한 거야.”
그녀 앞에는 작은 여자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태연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마음을 비추는 거울은 또 다른 아이의 손으로 전해졌고, 또 다른 진심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