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읽어줄 이야기

★📘《태연이와 콧털남작의 이상한 성》

newb1230 2025. 6. 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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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깃털처럼 날아온 초대장

토요일 오후, 태연이는 창밖을 내다보며 살짝 지루한 얼굴로 턱을 괴고 있었다. 평소엔 좋아하던 애니메이션도, 장난감도 오늘따라 별로 재미가 없었다. 하늘엔 솜사탕 같은 구름이 떠 있었고, 바람은 말랑한 솜털처럼 창가를 스쳐 갔다.

그때였다.
탁!
무언가 창문에 부딪혔다.

태연이는 깜짝 놀라 창문을 열었다. 바람에 실려 들어온 건 커다란 깃털 한 장.
그 깃털엔 이상하게도 금색 글씨가 반짝이며 적혀 있었다.

“태연 양께. 콧털남작의 미스터리 성으로의 특별 초대장을 수여합니다.
단, 냄새에 민감하신 분은 각별히 주의 바랍니다.”
— 콧털남작 배상

“콧털… 남작…?”

태연이는 어리둥절했지만, 신기한 건 초대장을 들고 있는 순간 눈앞이 갑자기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는 것이었다!

“꺄아아아아아아!!”

그녀는 비명도 채 지르기 전에, 공중의 거대한 풍선처럼 부푼 구름 사이로 빨려 들어갔다.


제2장. 콧털성의 향기로운(?) 첫인상

눈앞이 다시 선명해졌을 땐, 태연이는 커다란 성 앞에 서 있었다.
그 성은 아주 기묘했다. 탑이 모두 꼬불꼬불 말려 있었고, 지붕 끝마다 깃털처럼 생긴 조각들이 흔들리고 있었으며, 곳곳에 진짜 콧털 같은 것이 하늘하늘 날리고 있었다.

“으응… 왜 이렇게 냄새가… 묘하게 고소한 거 같기도 하고… 콧구멍 같기도 하고…”

“하하하하! 우리 성에 온 것을 환영하오! 태연 양!”

깜짝 놀라 돌아보니, 수염이 아니라… 콧털이 무성하게 흐드러져 나온 정장을 입은 신사가 서 있었다.
콧털은 마치 카펫처럼 바닥까지 늘어져 있었고, 걸을 때마다 그것이 뚜벅뚜벅 바닥을 쓸었다.

“난 콧털남작! 세상에서 가장 예민한 코를 가졌으며, 동시에 가장 특별한 냄새를 기억하는 자요.”

“정말… 특이한 성이에요. 이거 다… 콧털인가요?”

“이 성은 냄새로 만들어졌소. 하나하나 특별한 기억의 냄새로.”

콧털남작은 태연이를 성 안으로 안내했다. 계단은 치즈 냄새, 복도는 딸기 껌 냄새, 커다란 샹들리에는 아기 기저귀 냄새가 살짝 풍겼다.


제3장. 냄새 박물관의 비밀

태연이는 성 안 깊은 곳으로 안내되었다. 그곳엔 거대한 병들이 천장까지 쌓여 있었고, 각 병엔 라벨이 붙어 있었다.

[첫사랑의 헛기침 냄새]
[엄마 품속 땀내 냄새]
[운동회 날 도시락 냄새]
[코끼리 재채기 냄새]

“이건 전부… 냄새예요?”

“그렇소. 냄새는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기억이지. 난 그것을 모아 기록하고 있소.
그리고 오늘… 자네의 냄새도 필요하오.”

“에엑!? 제 냄새요?”

“그대의 ‘가장 진한 기억’의 냄새를 추출하려 하오.”

남작이 손뼉을 치자, 기묘한 기계가 등장했다. 삐삐삐 소리를 내며 태연이의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자네의 추억을 냄새로 분석 중이오. 첫 눈물, 첫 웃음, 첫 두려움… 음! 나왔다!”

기계가 병 하나를 내밀었다.
[곰 인형 토토와의 마지막 밤 냄새]

그 냄새를 맡자 태연이는 갑자기 울컥했다.
잃어버린 인형 토토와 함께했던 마지막 밤, 코를 파묻고 잠들던 순간의 냄새가 그대로 담겨 있었던 것이다.


제4장. 냄새 괴물과 향기의 기사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성이 위험에 처해 있소.”

콧털남작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최근 ‘냄새를 모두 없애버리려는 자’가 등장했소. 그 자는 코마비 박사. 그의 목적은 모든 감정과 기억을 지우는 것. 세상을 무색무취의 따분한 냄새 없는 공간으로 만들려는 자요.”

그때!
쾅! 쾅! 쾅!

성의 문이 부서지며 무시무시한 로봇 군단이 들어왔다.
“냄새는 불필요! 정리 정돈! 기억 삭제!”

“코마비 박사다!”
“태연 양, 도와주시오!”

“네! 제가 무슨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

태연이는 콧털남작과 함께 ‘향기의 기사’로 변신하게 되었다.
남작이 건넨 콧털모양 펜던트를 목에 거는 순간, 태연이의 손에는 마법 같은 향기 검이 생겼고, 움직임은 향기 나는 깃털처럼 부드러워졌다.

그녀는 냄새 병들을 조심스레 열어, 향기들을 무기로 바꾸었다.

후추의 소용돌이!
치즈 폭풍!
우유 거품 방어막!

향기들은 로봇들을 당황하게 했고, 점점 태연이의 향기 마법이 빛나기 시작했다.

“자아… 마지막 한 방!”
태연이는 ‘토토의 밤 냄새 병’을 열어 하늘로 던졌다.

그 순간, 성 전체에 포근한 기억의 냄새가 퍼지며 로봇들은 멈췄다.

“이건… 감정인가… 눈물인가… 따뜻해…”
“시스템 오류… 추억이… 좋다…”

로봇들은 그대로 땅에 누워 버렸다.


제5장. 콧털남작의 눈물

콧털남작은 눈가를 훔쳤다.
“태연 양… 당신은 이제 우리의 향기 수호자요. 추억을 기억하고, 감정을 지키는 사람.”

“하지만 전 그냥… 조금 냄새에 민감한 아이일 뿐인데요?”

“그 감각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물이오.”

남작은 콧털을 한 올 뽑아 태연이의 손에 건넸다.
“이건 자네만의 향기 나침반이오. 힘들 때마다 자네의 기억을 보여줄 것이오.”


제6장. 다시 현실로, 그러나 마음에 남은 향기

눈을 떠보니, 태연이는 다시 집에 있었다.
책상 위엔 조용히 놓여 있는 깃털 하나와, 그 옆에 작은 유리병.
[토토의 밤 냄새]라고 적혀 있었다.

그녀는 병을 열어 살짝 냄새를 맡았다.
아주 약한 향기였지만, 마음 깊은 곳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주는 냄새였다.

“그래… 세상엔 눈에 보이지 않아도 정말 소중한 것들이 있구나.”
태연이는 그날부터 냄새를 무시하지 않았다.

심지어 친구들이 "너 또 냄새 맡고 있어?" 라고 해도 태연이는 웃으며 대답했다.

“응. 이건 기억을 맡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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