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연이와 네 가지 바람의 약속 —
1장. 바람의 편지
태연이는 창밖을 보는 걸 좋아했어.
특히 바람 부는 날엔, 유난히 기분이 묘했지.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면, 꼭 누가 귓가에 “안녕?” 하고 인사하는 것 같았거든.
어느 날, 창틀에 작은 편지 하나가 놓여 있었어. 종이는 연한 분홍빛, 편지지 끝은 꽃잎 모양이었지.
🌸“태연이, 계절의 바람들이 너를 기다리고 있어.
너의 진짜 마음을 찾기 위한 여행이 시작돼.
첫 번째는 봄바람이야. 창밖으로 나와줘.”🌸
태연이는 코코 인형을 꼭 안고, 문을 열었어.
그 순간! 분홍빛 꽃잎이 빙글빙글 춤을 추며 그녀를 감싸 안았고, 세상이 서서히 사라졌다가 새로운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지.
2장. 봄바람의 숲
태연이가 눈을 떴을 때, 발밑엔 푸른 새싹과 노란 민들레가 펼쳐져 있었어.
그리고 눈앞엔 민트색 긴 머리를 가진 소녀가 서 있었지.
그 아이는 바람처럼 가볍고, 웃을 때마다 주변에 꽃씨가 날렸어.
“난 봄바람. 따뜻한 시작을 주는 아이야.”
태연이는 물었어.
“왜 내가 여기에 온 거야?”
봄바람은 작은 씨앗 하나를 손에 쥐여줬어.
“이건 너의 마음이야.
넌 무엇이 되고 싶니?
너는 어떤 태연이가 되고 싶어?”
태연이는 생각했어.
“난…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주는 아이가 되고 싶어.”
그 말을 들은 순간, 씨앗이 반짝이며 작게 싹을 틔웠어.
봄바람은 웃으며 말했지.
“좋아, 그 마음을 잊지 마.
이제 여름바람을 만나러 가.”
그리고 꽃잎 바람이 다시 태연이를 감쌌어.
3장. 여름바람의 바다
다음에 눈을 떴을 땐, 태연이 앞에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었어.
햇살은 눈부셨고, 파도 소리는 힘차게 울렸지.
그 해변엔 머리에 산호를 단 밝은 금발 소년이 서 있었어.
“난 여름바람. 너 안의 용기를 확인하러 왔어.”
소년은 태연이에게 작은 조각배 하나를 주며 말했어.
“이 배를 타고 무인도까지 가야 해.
길엔 폭풍도 있고, 파도도 높을 거야.
하지만 너 안엔 충분한 힘이 있어.”
태연이는 처음엔 무서웠지만, 코코 인형을 품에 안고 배에 올랐어.
폭풍이 몰아치고, 비가 퍼붓고, 방향을 잃었지만—
그때마다 마음속에서 봄바람이 준 씨앗이 반짝였어.
“난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주는 아이가 되고 싶어.”
그 말이 힘이 되었고, 결국 태연이는 무사히 무인도에 도착했지.
여름바람은 기뻐하며 외쳤어.
“너 안의 용기는 이미 자라고 있어!
다음은 가을바람이 널 기다려.”
4장. 가을바람의 기억
이제 태연이가 선 곳은 붉고 주황빛 나뭇잎이 흩날리는 숲속이었어.
그리고 커다란 나무 아래엔 고요한 눈빛의 소녀가 있었지.
“나는 가을바람.
추억과 이별을 품은 바람이야.”
소녀는 태연이에게 오래된 그림책 하나를 건넸어.
그 책을 펼치자 태연이는 과거로 들어갔지.
— 엄마와 손잡고 걷던 길
— 아빠와 함께한 첫 피크닉
— 다정했던 친구와의 이별
그리고 마지막엔… 혼자 울던 태연이의 모습이 있었어.
“왜 이걸 보여줘?”
“이건 네 마음속 가장 소중한 조각들이야.
가끔은 추억을 안고 놓아주는 용기가 필요해.”
태연이는 조용히 책을 덮으며 말했어.
“슬펐지만, 그래도 고마웠어.”
그 순간, 나뭇잎이 황금빛으로 타올랐고
가을바람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지.
“잘했어. 이젠 마지막, 겨울바람이 기다려.”
5장. 겨울바람의 눈꽃 언덕
태연이가 도착한 곳은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언덕이었어.
차갑지만 맑은 공기, 하늘에선 별처럼 눈송이가 내리고 있었지.
그리고 그 언덕 끝엔, 눈처럼 새하얀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이 서 있었어.
“난 겨울바람. 모든 것을 감싸고, 끝맺는 아이야.”
그는 조용히 물었어.
“태연아, 네가 만난 바람들은 어땠어?”
“봄바람은 시작을,
여름바람은 용기를,
가을바람은 추억을 알려줬어.”
소년은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어.
“좋아. 이제 마지막으로, 네가 진짜 원하는 ‘지금의 태연이’를 말해줘.”
태연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눈 속에 무릎 꿇고 손을 모았어.
“나는 내가 누구든지, 내 마음을 잊지 않는 아이이고 싶어.
슬퍼도, 기뻐도, 바람처럼 부드럽고 따뜻하게 살고 싶어.”
그 말이 끝나자, 태연이 주변에 눈꽃이 소용돌이처럼 감돌았고
씨앗은 마침내 피어났지. 은은한 향기가 퍼졌고,
사방이 빛으로 물들었어.
6장. 다시 돌아온 날
“태연아, 일어나렴~”
엄마의 다정한 목소리.
태연이는 침대에서 눈을 떴어.
창문 밖은 따뜻한 봄이었고,
책상 위엔 흰 눈꽃 모양의 작은 씨앗이 놓여 있었지.
“꿈이었을까…?”
하지만 그날 이후, 태연이는 바람이 부는 날이면 눈을 감았어.
그러면 네 가지 바람의 말이 속삭이는 듯했지.
“태연아, 너는 어느 계절 속에서도
너답게 피어날 수 있는 아이란다.”
그리고 태연이는 알게 되었어.
언제든 다시 바람을 따라갈 수 있다는 걸.
그 바람은, 바로 자신의 마음이
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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