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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읽어줄 이야기

★갈색곰과 흰곰, 그리고 태연이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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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태연이의 산책길

태연이는 오늘도 공원 옆 숲길을 따라 걸으며 혼잣말을 했다. “오늘도 새 친구를 만나면 좋겠는데…” 햇살은 따스하고 바람은 살랑살랑 불었지만, 태연이의 마음은 약간 외로웠다. 어린이집 친구들은 다들 형제자매가 있어서 늘 함께였지만, 태연이는 외동이었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나뭇가지 사이로 반짝이는 무언가가 보였다.

“저게 뭐지?”

가까이 다가가 보니, 작은 반짝이 조약돌이었고, 그 옆엔 무언가 큼지막한 발자국이 남겨져 있었다.

“이건… 곰발자국?”

하지만 이 숲엔 곰이 살지 않는다고 어른들이 말했는데, 정말일까?


2장. 숲 속 깊은 곳

태연이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발자국을 따라가 보았다. 그러다 나뭇잎 사이에서 무언가가 스르륵 움직였다. 커다란 그림자가 두 개나 있었다.

“꺄악!”

태연이는 깜짝 놀랐지만, 그림자 속에서 나온 건 생각보다 훨씬 귀여운 존재들이었다. 하나는 포근한 갈색 털을 가진 ‘갈색곰 코코’, 다른 하나는 눈처럼 하얀 털을 가진 ‘흰곰 누누’였다.

“안녕? 넌 누구야?” 코코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태연이야… 너희는 진짜 곰이야?”

“그렇지!” 누누가 방긋 웃었다. “하지만 우리는 마법곰이야. 사람들에게는 안 보이는데, 진심으로 친구를 원할 때만 보여.”

“정말?” 태연이의 눈이 반짝였다.


3장. 비밀의 약속

코코와 누누는 태연이를 데리고 숲 속 비밀 공간으로 갔다. 그곳은 반짝이는 수정나무와 무지개 샘이 흐르는 환상적인 장소였다.

“이건 우리가 사는 세계와 너희 인간 세계 사이를 잇는 문이야,” 코코가 설명했다. “마음이 투명하고 따뜻한 아이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지.”

“태연이는 그런 아이니까,” 누누가 덧붙였다.

셋은 함께 놀았다. 물놀이, 나뭇잎 미끄럼틀, 꿀사탕 만들기. 태연이는 그 어떤 날보다 신나고 행복했다.

그리고 해가 저물 무렵, 코코와 누누는 말했다.

“태연아, 우리는 곧 겨울잠을 자러 북쪽 숲으로 떠나야 해. 그 전에 너와 약속을 하나 하고 싶어.”

“무슨 약속이야?”

“세상에 있는 갈등과 오해를 풀어주는 아이가 되어줘. 우리처럼 서로 다른 색의 곰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야.”

태연이는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4장. 색이 다른 우리

며칠 후, 어린이집에서 한 친구가 말다툼을 시작했다.

“난 까만색이 좋아! 하얀색은 재미없어!”

다른 친구는 버럭했다.

“하얀색이 더 예쁘거든!”

그 모습을 본 태연이는 가만히 둘을 바라보다가 살며시 말했다.

“갈색곰 코코랑 흰곰 누누는 색이 달라도 최고의 친구야. 색은 달라도 마음은 같을 수 있어.”

친구들은 멍하니 태연이를 바라보더니, 곧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네! 우리도 그래야겠다!”

그날 이후, 어린이집엔 ‘곰 친구 클럽’이 생겼다. 갈색 스티커와 흰색 스티커를 붙이고, 서로의 다름을 자랑처럼 이야기하는 멋진 친구들로 가득했다.


5장. 다시 만날 그날까지

겨울이 깊어지고, 눈이 내리는 어느 날, 태연이는 숲길을 다시 걸었다.

“코코야, 누누야… 잘 지내고 있어?”

바람이 속삭이듯 대답했다. “태연아, 고마워…”

눈송이 속에서 반짝이는 조약돌 하나가 굴러와 태연이의 손에 닿았다. 그건 처음 코코와 누누를 만났던 그 조약돌이었다.

그날 밤, 태연이는 꿈속에서 코코와 누누를 다시 만났다.

“우리 언제 다시 볼 수 있어?” 태연이가 물었다.

“봄이 오면, 마음이 따뜻한 아이가 또 우리를 필요로 할 때…”

그리고 눈송이처럼 부드러운 포옹을 나눈 채, 둘은 하늘로 떠올랐다.


6장. 태연이의 오늘

이제 태연이는 조용히 마음을 나누는 방법을 안다. 누구든 속상한 날엔 그 옆에서 살포시 앉아, “너의 색은 어떤 색이야?”라고 물어본다.

때로는 갈색 같은 든든함, 때로는 흰색 같은 순수함이 대답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태연이는 안다. 색이 다르다고 해서 친구가 될 수 없는 건 아니라는 걸.

태연이는 언제나 마음 속에 코코와 누누를 품고 살아간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그들을 만날 그날을 조용히 기다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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