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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읽어줄 이야기

★📖 종이 토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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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오래된 상자

태연이는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날, 할머니 댁 다락방을 정리하러 올라갔어. 그곳은 먼지와 햇살로 가득했지. 종이박스, 책 더미, 오래된 인형들과 함께 구석에서 눈에 띄는 낡은 상자가 있었어. 태연이는 상자의 뚜껑을 조심히 열었지.

그 안에는 하얗고 반짝이는 종이로 만든 토끼탈이 들어 있었어. 귀는 길고, 종이지만 아주 단단해 보였어. 탈 안쪽에는 누렇게 바랜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어.

“진심을 감추되, 거짓은 말지어다.”

태연이는 살며시 그 탈을 들어 얼굴에 써봤어. 그 순간, 다락방이 흔들리더니 바닥이 사라지고 태연이는 휙—하고 어딘가로 떨어졌어!

제2장. 탈의 나라

눈을 떠보니 태연이는 이상한 세계에 있었어. 초록빛 안개가 깔린 숲, 하늘은 라벤더색이고, 새들은 반짝이는 색연필처럼 보였지. 그리고 무엇보다도—사람마다 탈을 쓰고 있었어. 토끼, 여우, 사자, 심지어 수박탈을 쓴 사람도 있었지.

“어? 너, 진짜 얼굴이잖아?”
한 고슴도치탈을 쓴 아이가 놀라며 다가왔어. “여기선 누구나 탈을 써야 해! 안 그러면… 감정이 다 드러나거든!”

그때, 무리를 이끄는 여왕 고양이가 나타났어. 하얀 고양이탈을 쓰고 왕관을 얹은 모습이었지.

“외부인, 종이 토끼탈의 주인이군. 감정이 깊고 진실된 자만이 그 탈을 깨울 수 있다. 하지만 네가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너도 탈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

태연이는 고개를 끄덕였어. 하지만 마음 한편엔 의문이 가득했지. 왜 사람들은 얼굴을 가리고 살아가는 걸까?

제3장. 웃는 탈과 우는 탈

태연이는 탈의 마을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어. 웃는 얼굴탈을 쓴 사람이 사실은 슬픈 감정을 감추고 있었고, 화난 얼굴탈을 쓴 사람은 사실 모두가 잘 지내길 바라는 착한 마음씨였지. 태연이는 점점 이 세계의 이상함을 느꼈어.

“왜 다들 자신의 얼굴을 숨기는 거지?”
태연이는 종이 토끼탈을 벗고 그대로 나서 보았어. 놀란 사람들이 웅성거렸고, 갑자기 검은 그림자 같은 존재가 나타나 태연이에게 다가왔어.

“진짜 얼굴… 금지야.”

그 존재는 탈 수색자였어. 진짜 감정을 드러낸 자를 붙잡는 무서운 존재였지. 다행히 태연이는 기민하게 도망쳤고, 깊은 숲 속 부서진 마스크의 탑으로 숨었어.

제4장. 부서진 마스크의 탑

탑 안에는 탈을 벗은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었어. 그들은 자신을 “진짜 얼굴들”이라 불렀고, 종이 토끼탈의 전설을 이야기해줬어.

“예전엔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아름다운 일이었지. 하지만 욕심 많은 왕이 진심을 감추기 위해 ‘탈의 법’을 만들었어. 그리고 종이 토끼탈은 유일하게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탈이야.”

태연이는 결심했어. 이 탈을 통해 사람들에게 진짜 마음을 전해야겠다고.

제5장. 마음의 경기장

진짜 얼굴들은 ‘마음의 경기장’이라는 곳에 태연이를 보내기로 했어. 그곳에서 토끼탈의 진실된 힘을 보여줄 수 있다면, 사람들의 마음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몰랐거든.

경기장은 대리 감정 배틀을 벌이는 장소였어. 탈을 통해 기쁨, 분노, 슬픔, 놀람 등의 감정을 싸우는 곳이었지. 태연이는 다양한 상대와 맞붙으며 마음을 전했어.

슬픔을 이겨낸 웃음, 분노를 껴안은 이해, 외로움을 뚫고 나오는 용기… 사람들은 점점 태연이의 감정에 감동했고, 토끼탈은 점점 더 반짝였어.

제6장. 여왕 고양이의 눈물

결승전, 태연이는 여왕 고양이와 맞붙었어. 여왕은 처음엔 웃고 있었지만, 점점 그 웃음이 가면이라는 걸 알아챘지.

“내 웃음은 가짜야. 나는… 늘 외로웠어.”

태연이는 손을 내밀었어. “진짜 웃음은 함께하는 순간에 생겨요.”

그 순간, 여왕의 탈이 사르르 흩어졌고, 그 아래서 진짜 눈물을 흘리는 고양이 얼굴이 보였어.

사람들은 놀랐지만, 동시에 박수를 보냈어. 여왕도, 태연이도, 모두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었어. 처음으로 탈을 벗은 사람들의 웃음이 경기장을 가득 채웠지.

제7장. 돌아가는 길

모든 사람이 탈을 벗고 진짜 감정을 나누게 되었어. 태연이의 종이 토끼탈은 점점 빛나더니, 마지막으로 말했어.

“진심을 감추되, 거짓은 말지어다.”

그 말은 이제 의미가 바뀌었어. 감정을 숨길 수도 있지만, 거짓으로 감추면 안 된다는 뜻이었지.

태연이는 다락방으로 돌아왔어. 손엔 이제 반짝이는 종이 조각 하나가 있었어. 가슴은 따뜻하고, 마음은 더 단단해진 것 같았지.

그리고 다락방 창가에선 한 마리 종이 토끼가 점프하듯 날아가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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