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안개산 자락의 태연이
아주 먼 옛날, 높은 산들과 깊은 숲이 어우러진 ‘안개산’ 자락 아래 솔골마을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었어요. 그 마을엔 언제나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눈을 가진 여자아이, 태연이가 살고 있었죠. 태연이는 매일 숲을 돌아다니며 약초를 캐고, 동물들과 대화를 나누곤 했어요. 그녀에겐 특별한 능력이 있었거든요.
“태연이는 영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아이다.” 마을 어른들은 그렇게 말했어요. 사람도, 동물도, 나무도… 태연이는 그들의 ‘진심’을 들을 수 있었죠.
제2장. 전설 속 호랑이
그 마을엔 오래된 전설이 전해져 내려왔어요. 바로 곰방대를 문 호랑이의 전설이었죠.
“옛날 옛적, 안개산에 곰방대를 문 호랑이가 살았단다. 사람 말을 하고, 연기를 내뿜으며 하늘도 날아다닌다는구나. 근데 그 호랑이는 너무나도 고독해서, 자신을 이해해주는 친구를 찾기 위해 천 년을 기다리고 있단다.”
어른들은 말했어요. “그 호랑이를 만나면 절대로 따라가지 마라. 마음을 꿰뚫어보고, 그 마음이 비어 있으면… 잡아먹힌단다!”
하지만 태연이는 생각했어요.
“진짜로 그런 호랑이가 있다면, 정말 외롭겠지… 잡아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이해받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닐까?”
제3장. 운명 같은 만남
어느 날, 태연이는 산 깊은 곳에서 이상한 연기를 봤어요. 그것은 향기로운 연기였고, 고요하게 숲을 감싸고 있었어요. 태연이는 조심스럽게 그 연기를 따라갔어요.
그리고, 안개 낀 절벽 위에서… 정말로 곰방대를 문 호랑이를 만났어요!
커다란 몸, 황금빛 눈, 부드럽게 흔들리는 꼬리, 그리고 입에 문 길고 검은 곰방대. 호랑이는 연기를 내뿜으며 조용히 말했어요.
“인간 아이야… 내 연기를 따라왔구나. 너는… 내 진심을 듣는 아이구나?”
태연이는 무서워하지 않았어요.
“응. 난 네가 외로운 걸 알아. 왜 그렇게 혼자 있는 거야?”
호랑이는 잠시 말이 없더니, 깊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나는… ‘무연(無緣)’이라 불리는 존재. 누구와도 인연이 닿지 않는 호랑이야. 그래서 천 년 동안 이 산을 지키고 있어. 나의 진짜 모습은 아무도 본 적이 없지…”
제4장. 무연이의 슬픈 이야기
무연은 태연이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그는 예전엔 사람과 가장 가까운 존재였대요. 아이들을 태워주고, 숲을 지키며, 병든 이들에게 약초를 가져다주기도 했대요.
하지만 사람들은 점점 그를 무서워했고, 어떤 이들은 그를 없애려 했대요. 결국 무연은 마음을 닫고, 사람들을 멀리했죠. 그리고 그때부터 곰방대 연기를 피우며 사람들의 마음을 시험하기 시작했대요.
“내 곰방대 연기는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야. 마음이 탐욕으로 가득하면, 연기 속에서 스스로를 잃고 말지… 하지만 네 마음은…”
호랑이는 조용히 태연이를 바라봤어요.
“맑고 따뜻하구나. 나와 친구가 되어주겠니?”
제5장. 연기의 시험
하지만 마을엔 위기가 닥쳐왔어요. 갑작스레 산에서 나쁜 기운이 내려왔고, 숲이 검게 변해갔어요. 그것은 오래된 악령 ‘칠흑산귀’의 기운이었죠. 마을 사람들은 무연이 그 원인이라 믿고, 호랑이를 없애려 했어요.
태연이는 말했어요.
“무연이는 나쁜 존재가 아니에요! 우리를 도와줄 수 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믿지 않았어요.
태연이는 무연이에게 달려갔어요. 그리고 말했죠.
“부탁이야. 마을을 지켜줘. 나랑 함께 가자.”
무연은 태연이의 눈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좋아. 너 하나만큼은 내가 믿으니까.”
그리하여 둘은 ‘칠흑산귀’를 막기 위해 함께 나섰어요. 태연이는 영혼의 소리로 악령의 약점을 파악했고, 무연은 곰방대의 신비한 연기로 악령을 봉인했어요. 하늘엔 빛이 내리쬐고, 숲은 다시 초록을 되찾았어요.
제6장. 인연의 호랑이
무연은 더 이상 ‘무연’이 아니었어요. 마을 사람들도 그를 인정하고, ‘인연호랑이’라 불렀죠.
태연이는 무연에게 물었어요.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무연은 태연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어요.
“이젠 숲의 진짜 수호자로 남아야지. 그리고 가끔, 친구를 만나러 마을에도 내려가야겠어.”
태연이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 교훈
- 진짜 무서운 건 모습이 아니라 이해받지 못하는 마음이에요.
- 마음을 여는 용기와 친구가 되어주려는 다정함은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빛이 될 수 있어요.
- 누구든 외로움 속에서 인연을 기다리는 존재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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