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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읽어줄 이야기

★달빛 마트료시카 태연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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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마트료시카》

제1장. 은빛 발자국

태연이는 별이 총총 뜬 밤이면 자꾸만 깨어나곤 했다. 작은 마을의 조용한 밤, 창밖으로 스며드는 달빛이 자꾸만 태연이의 마음을 간질였다. 그날도 어김없이 깨어난 태연이는 갑자기 무언가에 이끌리듯 밖으로 나갔다.

잠옷 차림 그대로 현관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선 태연이. 그런데 그곳에는 반짝이는 은빛 발자국이 이어져 있었다. 발자국은 부드럽게 흙길을 따라 이어지며 뒷산을 향하고 있었다.

“누가 이런 걸 남긴 걸까?”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태연이는 그 흔적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러자 어느새 그녀는 나무와 나무 사이로 열리는 작은 문을 발견했다. 그 문은 나무의 몸통 안에 조용히 숨겨져 있었고, 위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달빛 마트료시카 시장, 오늘 밤 단 한 번의 개장』

태연이의 눈이 반짝였다.

제2장. 열쇠 없는 문

문은 아무 손잡이도, 열쇠구멍도 없었지만 태연이가 손을 얹자 마치 숨결처럼 사르르 열렸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환하게 빛나는 은색 안개가 태연이를 감쌌다.

그 안개가 걷히자, 눈앞에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하늘은 짙은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바닥은 마치 거울처럼 반짝이는 수정길이었다. 거기에는 수많은 인형들이 활짝 웃으며 다니고 있었다. 사람처럼 걷는 곰인형, 토끼인형, 말하는 병정인형, 그리고 둥글둥글한 작은 마트료시카들이 열을 맞추어 춤을 추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달빛 마트료시카 시장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커다란 곰인형이 반갑게 인사하며 작은 달 모양 배지를 태연이에게 달아주었다. “이 배지를 차고 있는 동안은, 너도 이 세계의 손님이야.”

“근데… 마트료시카 시장이 뭐예요?”

태연이의 질문에 곰인형은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이곳은 꿈을 담은 인형들이 열리는 공간이야. 인형 안에는 모두 다른 세상이 있어. 단, 한 번 열면 절대 되돌릴 수 없지.”

제3장. 첫 번째 인형의 세계

태연이는 수많은 마트료시카 중 가장 작은 인형 하나를 골랐다. 노란 꽃무늬가 그려진 그 인형은 스스로 또르르 굴러와 태연이의 손에 안겼다.

“열어줘, 태연아.”

작은 인형이 속삭이자, 태연이는 조심스레 인형의 몸통을 돌려 열었다. 그러자 눈부신 빛과 함께 태연이의 몸이 붕 뜨는 느낌과 함께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그곳은 바다 위에 떠 있는 구름섬이었다. 섬에는 알록달록한 색깔의 돌고래와 말하는 물고기들이 살고 있었다. 태연이는 이곳에서 ‘포말’이라는 푸른 돌고래와 친구가 되었고, 함께 파도 미끄럼틀을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해가 지자, 섬에는 이상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까맣고 기다란 그림자가 천천히 섬을 뒤덮으려 했고, 포말은 다급히 말했다.

“태연아, 돌아가야 해! 이건 꿈의 끝이야!”

태연이는 아쉬움을 안고 다시 인형을 닫았다. 그녀의 눈앞엔 다시 마트료시카 시장이 펼쳐져 있었다.

제4장. 중간 인형의 비밀

다음으로 태연이는 중간 크기의 인형을 골랐다. 이번에는 분홍빛 장미가 그려진 마트료시카였다. 그 안에는 고요한 정원이 펼쳐져 있었다. 그 정원은 영원히 피어 있는 꽃들로 가득했고, 나비들이 사람처럼 이야기하며 날아다녔다.

그곳에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태연이는 그 세계에서 아주 오랜 시간 머무르며 나비들과 정원을 가꾸고, 작은 요정들과 꽃의 노래를 들었다. 하지만 태연이는 무언가 허전함을 느꼈다.

“계속 여기 있어도… 괜찮은 걸까?”

그 순간, 정원의 중심에 있던 장미꽃이 말을 걸었다.

“진짜 꿈은 멈추는 게 아니라 흐르는 거야, 태연아. 넌 아직 네 이야기를 다 보지 못했어.”

태연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형을 닫고 돌아왔다. 시장은 여전히 찬란했다. 하지만 그녀의 손엔 마지막 남은 마트료시카 하나가 들려 있었다.

제5장. 마지막 인형, 그리고 진짜 꿈

그 인형은 태연이를 닮은 모습이었다. 눈도, 머리 모양도, 미소까지도 똑같았다. 태연이는 망설였지만 인형을 열었다.

그 순간, 그녀는 깊고 조용한 공간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곳은 바로 태연이의 마음속이었다.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기억들, 슬픔, 기쁨, 외로움, 웃음이 별빛처럼 흩날리고 있었다.

그 중에는 어릴 때 잃어버린 반려견, 무서웠던 밤, 엄마 품에서 울던 기억도 있었다. 태연이는 조용히 그 모든 기억을 안아주었다.

그러자 그녀의 가슴 속에서 따뜻한 빛이 피어났고, 그 빛이 다시 마트료시카로 돌아와 시장 전체를 감쌌다.

곰인형이 다가와 말했다.

“이제 너는, 너 자신의 꿈을 꾼 거야. 달빛 마트료시카는 네 안의 세계였단다.”

제6장. 다시, 현실 속으로

눈을 떴을 때, 태연이는 다시 집 앞 마당에 서 있었다. 손에는 작고 반짝이는 인형 하나가 들려 있었다. 그것은 태연이를 꼭 닮은 마트료시카였다.

태연이는 조용히 웃었다. 그리고 그날 밤, 그림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오늘, 나는 내 안의 꿈을 하나씩 열어보았다. 달빛은 마치 마음의 열쇠 같았어.』

그날 이후로, 태연이는 가끔씩 달을 보며 속삭였다.

“또 놀러 갈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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