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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읽어줄 이야기

★❄️《한여름의 눈꽃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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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연이의 여름 눈 이야기 —


1장. 여름 속의 이상한 바람

태연이는 땀이 송골송골 맺힌 이마를 손등으로 닦으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하… 너무 더워…”

한여름의 태양은 모든 것을 태울 듯이 내리쬐었고, 바닥은 달궈진 후라이팬처럼 뜨거웠다. 에어컨 바람도 시원하지 않은 듯 느껴지는 그런 날이었다.

“엄마, 우리 여름 방학 여행은 언제 가요?”

“태연아, 이번엔 엄마 아빠가 바빠서… 미안해.”

여름 방학을 기대했지만, 어디에도 가지 못한 태연이는 답답한 마음에 마당으로 나갔다. 그때였다.
바람 한 줄기가 태연이의 앞머리를 스치더니, 갑자기 세상이 잠깐 조용해졌다.

그리고—
“어…?”

손바닥 위에 작은 하얀 무언가가 떨어졌다. 눈송이였다.

“설마, 이게 눈…?”

태연이는 두 눈을 의심했다. 눈송이는 사르르 녹았지만, 곧이어 더 많은 눈이 태연이 주위로 내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한여름 대낮에, 태양이 여전히 찬란히 빛나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눈보라처럼 피어오른 하얀 안개 속에서, 문 하나가 열렸다.


2장. 눈꽃 마을의 초대장

눈송이 문 너머에는 전혀 다른 세상이 있었다.
사방은 순백색으로 빛났고, 눈송이 나무들과 얼음 호수가 반짝였다.

“여긴… 어디지?”

그때, 눈사람 모양의 귀여운 생명체가 폴짝 튀어나왔다.

“짜잔! 나는 눈팅이! 여긴 ‘눈꽃 마을’이야! 한여름에 눈을 바라는 아이들의 마음이 모일 때만 열리는 마법의 세계!”

“내가 그걸 바랐다고…?”

“네 마음은 이미 눈꽃 마을을 향하고 있었어! 그래서 문이 열린 거야!”

태연이는 믿을 수 없었지만 눈팅이의 손을 잡고 얼음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발은 미끄러지지 않았고, 찬 기운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3장. 눈사람들의 축제

계단 끝에는 눈사람들이 가득한 광장이 있었다.
“환영해, 태연아!”
“어서 와, 여름의 아이!”

그들은 눈을 머리에 인 채 춤을 추고 있었고, 태연이에게 하얀 꽃목걸이를 걸어주었다.
“오늘은 ‘한여름 눈꽃 축제’야! 네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단다!”

눈팅이는 태연이를 마법 썰매에 태우고 얼음 산을 활강했다.
펑펑 내리는 눈 사이를 뚫고 내려가자 얼음 미끄럼틀, 눈꽃 폭죽, 눈송이 샤워 등이 펼쳐졌다.

태연이는 마음껏 웃고 소리쳤다.
“너무너무 신난다!”


4장. 얼음 미궁과 눈의 목걸이

눈팅이는 태연이를 눈꽃 마을 중심에 있는 얼음 미궁으로 데려갔다.
“이곳에는 오직 진심 어린 아이만이 찾을 수 있는 ‘눈의 목걸이’가 있어.”

“그건 왜 필요한데?”

“그 목걸이를 얻게 되면, 네 마음속에 언제든 눈꽃 마을을 불러올 수 있어. 현실에서도 잠깐씩 이 시원한 기운을 느낄 수 있지!”

태연이는 미궁에 들어가게 된다.
안에는 거울처럼 빛나는 얼음 벽, 깊은 눈구덩이, 얼음 정령들이 있었고, 각 방마다 퀴즈나 선택을 요구했다.

“너는 혼자 있을 때도 웃을 수 있니?”
“무더위 속에서도 시원함을 찾을 수 있니?”
“언제나 진심으로 눈을 원했니?”

태연이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외롭고 심심했지만, 그게 눈이 내리면 괜찮아질 것 같았어요. 그냥 시원해서가 아니라, 뭔가 특별한 기분이 들어서요.”

마지막 문이 열렸고, 그 안에는 눈처럼 투명하게 빛나는 목걸이가 있었다.
“이제 넌 눈꽃 마을의 친구야.”


5장. 한여름의 하늘에 내린 함박눈

축제의 마지막 밤, 눈꽃 마을에서는 가장 큰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눈팅이와 눈사람 친구들이 태연이와 함께 하늘을 올려다봤다.

“이건 마법 중의 마법이야. 너처럼 한여름에 눈을 진심으로 기다린 아이가 있을 때만 볼 수 있어.”

눈송이 하나하나가 꽃잎처럼 피어났고, 그 안에서 반짝이는 빛이 흩어졌다.
하늘에서는 북극곰 열기구가 떠다니고, 얼음 새들이 노래를 불렀다.

태연이는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다시 여길 떠나면, 난 이곳을 기억할 수 있을까?”

눈팅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진심으로 기억하고 싶다면, 여긴 언제든 네 마음속에 있어.”

“그럼… 다시 만날 수 있겠네?”

“언제든지!”


6장. 여름의 끝에서

눈송이 문이 다시 열리고, 태연이는 현실로 돌아왔다.
불타는 여름 태양은 여전히 뜨거웠지만, 손목에는 시원한 냉기와 함께 눈의 목걸이가 반짝이고 있었다.

“엄마! 나 눈을 보고 왔어요!”

“에어컨 바람 때문에 그런 꿈 꾼 거 아니니?”

태연이는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 정말 다녀왔어요. 여름에도 눈은 올 수 있어요. 마음속으로.”

그날 이후, 태연이는 한여름에도 창밖을 보며 눈을 기다렸다.
그리고 아주 가끔, 하늘에서 느릿하게 내려오는 눈송이를 본 것 같은 날이면—살며시 목걸이를 꺼내보았다.

“눈팅이, 또 만나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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