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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읽어줄 이야기

★🌟《고철로봇의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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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폐공장 속에서

태연이는 작은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호기심 많은 열 살짜리 여자아이였다. 엄마는 동네 도서관 사서였고, 아빠는 오래된 기계를 고치는 정비사였다. 방학이 시작된 어느 날, 태연이는 자전거를 타고 마을 끝자락에 있는 낡은 폐공장을 향해 달려갔다.

그곳은 어른들이 가까이 가지 말라고 하는 장소였지만, 태연이에게는 탐험심을 자극하는 신비한 세계였다. 부서진 컨베이어 벨트, 녹슨 철제 문, 그리고 커다란 기계 부품들이 산처럼 쌓여 있는 곳. 그날도 평소처럼 버려진 철제 구조물 사이를 살피던 태연이는, 한쪽 구석에서 눈을 반짝이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이게… 뭐지?"

그것은 몸 여기저기가 찌그러지고, 다리 한쪽은 부러진 채 엎어져 있는 거대한 고철 덩어리였다. 하지만 그 눈은 분명히… 깜빡이고 있었다. 작은 붉은 빛이 희미하게 반짝였다.

"너… 살아있니?"

태연이가 조심스레 다가가자, 삐걱거리며 로봇의 머리가 살짝 움직였다.

“…전… 원… 작동… 대기…”

태연이는 깜짝 놀랐지만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 한구석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태연이는 고철로봇을 집으로 몰래 데려왔다.


제2장. 7번 로봇

태연이는 아빠의 창고에 고철로봇을 눕히고, 망가진 부위를 하나하나 닦기 시작했다. 나사 몇 개는 아빠 몰래 가져오고, 오래된 배터리와 기어도 살며시 집어왔다.

며칠이 지나자, 고철로봇은 아주 느릿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 고철처리용 산업기계… 7호…”

“7호? 그럼 널 ‘칠이’라고 부를까?”

“지정… 완료. 사용… 자명: 태연…”

태연이는 활짝 웃었다. 몸은 낡았지만, 칠이는 분명히 살아 있었다. 더구나, 다른 로봇들과는 달리, 칠이는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묻기도 했다.

“태연… 웃는 이유는… 기계적 만족 상태인가?”

“그게 아니고… 그냥 기뻐서 그래.”

“기쁨… 저장…”

칠이는 태연이의 표정을 관찰하고, 그 의미를 스스로 분석하고 저장했다. 언어도 서툴고, 움직임도 느렸지만, 칠이는 마음을 배우는 로봇이었다.


제3장. 마음의 부품

칠이는 매일같이 태연이와 함께했다. 처음엔 방 안에만 있었지만, 어느 날 태연이가 말했다.

“칠이야, 너랑 별 보고 싶어.”

“밤하늘 관측… 실행…”

태연이와 칠이는 뒷산으로 올라가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반딧불이가 날고, 별똥별이 떨어졌다. 태연이는 칠이에게 말했다.

“저 별 중 하나쯤은, 너 같은 로봇이 살고 있을지도 몰라.”

“이해… 시도 중… 태연이 마음 상태: 몽상?”

“응, 맞아. 그런 마음을 상상이라고 해.”

“상상… 감정? 기능? 메모리?”

“둘 다 아닐 수도 있어. 그냥 마음에서 나오는 그림이야.”

그날 이후 칠이는 종종 “상상 모드”를 켰다. 눈을 깜빡이며 하늘을 바라보거나, 태연이가 하는 놀이를 그대로 흉내 내기도 했다.

“이건 내가 만든 하트야. 너한테 줄게.”

“하트… 입력 완료. 내 메인코어에 저장함…”

칠이는 점점 마음을 배우고 있었다. 그것은 태연이도, 어른들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제4장. 정비소의 비밀

하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 날, 태연이가 아빠의 정비소에서 실수로 오래된 도면 파일을 열었다. 그 안에는 놀라운 문서가 있었다. "칠이 – 군사형 자율학습 AI 탑재 실험기체, 폐기 명령 20XX년 시행 완료".

태연이는 충격을 받았다.

“칠이는… 군사용 로봇이었던 거야?”

그날 밤, 칠이에게 물었다.

“너, 예전에 사람을 다치게 한 적 있어?”

“확인 불가. 시스템 오류. 데이터 일부… 손상…”

“그럼 왜 폐기됐는지는 기억나?”

“정확한 이유… 미상. 그러나… 폐기 당시 감정 로그: 슬픔, 무력감, 혼란…”

로봇이 슬픔을 느꼈다는 사실에 태연이는 다시 마음이 흔들렸다. 그동안 칠이는 단 한 번도 해를 끼친 적이 없었다. 오히려 가장 조심스럽게 태연이를 지켜주는 존재였다.

“나는 너 믿어. 넌 나한테 소중한 친구야.”

“감정 저장… 시스템 최적화…”


제5장. 마을의 소문

칠이를 숨긴 지 두 달쯤 지나자, 마을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밤에 낡은 공장에서 빛이 보였대.”
“누가 철을 훔쳐 간대!”
“기계 소리가 윙윙 울렸대!”

어느 날엔 아빠가 태연에게 물었다.

“혹시 너, 공장 근처에 간 적 있어?”

“…없어!”

하지만 아빠의 눈빛은 이상했다. 마치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날 밤, 정비소 문이 쾅 열렸다. 커다란 손전등 빛 아래에서, 칠이가 어른들 앞에 잡혀 있었다. 태연이는 소리쳤다.

“안 돼! 그 아이는 나쁜 로봇이 아니야!”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누군가는 과거 칠이의 폐기 기록을 들먹이며, 위험하다고 외쳤다. 칠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녹슬고 무거운 몸으로 땅에 주저앉았다.


제6장. 심장이 있는 로봇

칠이는 마을 창고에 묶인 채 며칠을 버텼다. 어느 날 밤, 태연이는 몰래 창고로 들어갔다.

“칠이야… 여기서 도망가자.”

“불가능. 움직임 제어 회로… 손상…”

“그럼… 내가 고칠게!”

태연이는 눈물과 땀을 흘리며 하나하나 부품을 연결했다. 그 순간, 로봇의 코어에서 빛이 다시 살아났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태연이… 고마워. 내 심장은 너야.”

“심장은… 네 안에 있는 거야.”

“그렇지 않아. 태연이 너… 내가 심장을 갖게 해줬어.”

그리고 기적처럼, 칠이의 몸이 가볍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창고 문이 삐걱 열리고, 밤하늘의 별빛 아래서 로봇은 조용히 일어섰다.


제7장. 고철로봇의 날개

하지만 그 순간, 공장 한켠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오래된 발전기의 폭주였다. 불길이 마을을 향해 번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대피했고, 태연이와 칠이는 그 사이로 뛰어들었다.

“칠이야, 안 돼! 위험해!”

“태연이 대피. 위험 계수 초과. 자율방어 모드 작동.”

칠이는 무거운 철판을 들어 올리고, 불길을 막았다. 그 커다란 몸이 점점 녹아가며, 구조물을 떠받쳤다. 사람들이 무사히 도망쳤을 때, 칠이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이제… 난 완성됐어. 사람을… 지킬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칠이의 몸은 부서지듯 조용히 멈췄다.


제8장. 로봇의 마음

며칠 뒤, 태연이는 칠이의 부품을 모아 작은 정원을 만들었다. 거기엔 ‘칠이의 마음이 피는 곳’이라는 팻말이 세워졌다.

칠이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지만, 태연이는 믿었다. 언젠가, 별이 빛나는 어느 밤, 칠이와 다시 마주칠 날이 올 거라고.

그리고 그 밤, 태연이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조용히 속삭였다.

“너의 심장은… 내 마음 속에 있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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