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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읽어줄 이야기

★🌬️《연기의 숲과 태연이의 맑은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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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바람을 사랑한 아이

태연이는 바람을 참 좋아했다.
비 오는 날이면 창문을 열어 바람 냄새를 맡았고, 맑은 날에는 손을 펼쳐 바람을 잡으려 했다. 바람은 자유롭고, 부드럽고, 깨끗했다.

어느 날, 태연이는 놀이터에서 신기한 장면을 목격했다.
한 어른이 길가에서 작은 하얀 막대기를 입에 물고, 그 끝에서 연기를 뿜고 있었다. 그리고 근처에 있던 나비 한 마리가 연기 속에 날아들었다가 휘청이며 땅에 떨어졌다.

“왜 저런 연기를 마시는 거지…? 바람을 더럽히는 건데.”

그날 밤, 태연이는 생각했다.
“이상한 연기, 나쁜 연기야… 바람을 아프게 만들고, 나도 숨 쉬기 힘들게 해.”

그 순간, 창밖에서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맑은 숨을 지키는 아이야,
우리와 함께 연기의 숲을 구하러 가지 않을래?”

창문을 열자 바람이 태연이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고, 그녀는 눈을 감고 그 바람에 실려 다른 세계로 떠났다.


2장. 연기의 숲

눈을 뜬 태연이 앞에는 한때 아름다웠던 숲이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하늘이 회색이었고, 나뭇잎들은 누렇게 말라 있었으며, 곳곳에서 희뿌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여기가… 연기의 숲이야.”
그녀 옆에 떠 있는 작은 생명체가 말했다.
그는 ‘퐁퐁’이라는 이름의 바람 요정이었다. 부드러운 솜처럼 생겼고, 날개는 새털처럼 가벼웠다.

“여기는 원래 맑고 깨끗한 공기와 자연의 숨결이 흐르던 곳이야.
하지만 어느 날부터 ‘연기 괴물’이 나타나서, 숲이 숨을 쉬지 못하게 만들고 있어.”

태연이는 주먹을 꽉 쥐었다.
“내가 도울게. 바람을 아프게 만든 그 연기… 없애고 싶어.”

퐁퐁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함께 연기의 근원을 찾아 떠나자.”


3장. 니코틴 호수와 중독의 늪

첫 번째로 그들이 도착한 곳은 니코틴 호수였다.
호수는 검고 끈적였으며, 표면에는 회색 거품들이 둥둥 떠다녔다.

“여기는 ‘니코틴’이란 마법 성분이 녹아 있는 호수야.
한 번 빠지면 다시는 나올 수 없는 유혹의 힘을 갖고 있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검은 연기의 팔이 태연이를 끌어당겼다.
“괜찮아. 잠깐이면 돼. 기분이 좋아질 거야…”
어디선가 부드럽고 유혹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야… 잠깐 기분 좋자고 바람을 죽일 순 없어!”
태연이는 큰 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주머니 속에서 자신이 좋아하던 라벤더 향 손수건을 꺼내 휘둘렀다.

맑은 향이 퍼지자, 검은 연기는 힘을 잃고 사라졌고, 호수 위에 햇살 한 줄기가 비쳤다.

“향기와 맑은 숨은, 중독보다 훨씬 강하다는 걸 기억해줘.”
퐁퐁이 태연이에게 속삭였다.


4장. 재떨이 산과 그늘 속 괴물

그 다음 그들이 마주한 것은 재떨이 산이었다.
산 전체가 까맣고, 곳곳에 타다 남은 담배 꽁초들이 박혀 있었다.

산의 꼭대기에는 **담배 괴물 ‘쿨럭쿨럭’**이 살고 있었다.
그 괴물은 연기를 머금은 입으로 크게 웃으며 말했다.

“숨을 참고 있니? 하하하! 결국 너도 나처럼 되겠지.”

태연이는 숨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 눈물도 나고, 목도 따가웠다.
“나도 모르게 괴물처럼 변해버리면 어떡하지…?”

하지만 그때, 퐁퐁이 태연이의 귀에 속삭였다.

“네 안의 ‘맑은 숨’ 기억해. 그건 어떤 연기보다 순수하고 강하단다.”

태연이는 두 손으로 가슴을 꼭 누르며 속삭였다.
“나는 깨끗한 공기를 좋아해. 친구들과 웃으며 뛰놀고 싶어.”

그 말과 함께, 태연이의 가슴속에서 맑은 바람이 뿜어져 나왔고, ‘쿨럭쿨럭’은 순식간에 휘말려 하늘 저 멀리 사라졌다.

재떨이 산 위에, 처음으로 푸른 풀잎이 돋아났다.


5장. 바람의 목소리

숲은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기의 중심은 아직 남아 있었다. 퐁퐁은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가야 할 곳은 ‘첫 숨의 방’이야.
그곳엔 인간 세계에서 연기의 씨앗이 어떻게 자라는지 보여주는 기억들이 있어.”

태연이는 그 방에 들어섰다.
그곳은 마치 거울처럼, 사람들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 어떤 아저씨는 "나 스트레스 받아서…" 하며 담배를 피우고,
  • 어떤 언니는 친구들 틈에서 괜히 어른처럼 보이고 싶어 피우고 있었고,
  • 어떤 아이는 아무 이유도 모른 채, 그냥 주변을 따라하고 있었다.

태연이는 울컥했다.

“그 누구도… 진짜로 담배를 원했던 게 아니야.
그냥 외로워서, 힘들어서, 멋져 보이고 싶어서였어.”

그녀의 눈에서 조용히 맑은 눈물 한 방울이 떨어지자,
그 눈물은 방 안 가득 퍼지며 모든 거울을 투명한 공기로 바꾸었다.


6장. 맑은 숨의 여왕

연기의 숲은 회복되었다.
바람은 다시 노래했고, 나무들은 푸르렀으며, 퐁퐁을 포함한 바람 요정들은 춤을 추며 기뻐했다.

“태연이, 넌 이제 ‘맑은 숨의 여왕’이야.
네가 지켜준 이 숲은, 사람들의 마음에도 연결돼 있어.”

그리고 퐁퐁은 마지막 선물을 주었다.
작은, 반짝이는 바람구슬이었다.

“이걸 가슴에 품고 있으면, 항상 네 마음속 바람을 느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누군가 연기에 물들려고 할 때, 너는 그 아이의 마음속 맑은 숨을 되살릴 수 있을 거야.”

태연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는 이제 말할 수 있어요.
담배는 싫어요.
그리고 숨을 쉬는 게 좋아요. 바람을, 꽃을, 하늘을 느끼는 게 좋아요.”


7장. 현실 속으로

태연이는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손에는 여전히 작은 바람구슬이 들려 있었다.
창밖엔 저녁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있었다.

며칠 뒤, 학교에서 누군가 조심스레 말했다.

“우리 삼촌이 담배를 너무 많이 피워… 옆에 있으면 머리 아파.”

태연이는 조용히 바람구슬을 꺼내 보여주었다.
그리고 말했다.

“이건 맑은 숨을 지키는 약속이야. 우리, 바람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되자.”

그 순간, 바람이 아이들 사이로 불었고, 모두가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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