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이상한 폐공장
태연이는 언제나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다. 방과 후 친구들과 놀다가도, 하늘에 떠 있는 이상한 구름 하나에 관심이 쏠리면 가던 길을 멈추곤 했다. 그날도 그랬다. 학교에서 집으로 가던 길, 태연이는 골목 끝에 있던 오래된 폐공장에 눈을 멈췄다.
“저런 데 들어가면 안 된다고 했는데…”
그런데 철문 사이로 무언가 반짝이는 걸 본 순간, 태연이는 호기심을 참을 수 없었다. 몰래 철문을 밀고 들어가자, 안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세상이 펼쳐졌다. 녹슨 기계들, 깨진 유리창, 먼지투성이의 책상들 사이로, 반짝반짝 빛나는 금속 무언가가 쓰러져 있었다.
“로봇…?”
태연이는 조심스레 다가가 손을 댔다. 순간, “삐비빅!” 하는 소리와 함께 로봇의 눈이 번쩍 켜졌다.
2장. 작동 개시
“시스템… 재가동… 안녕, 나의 이름은… 버보… 버보입니다.”
로봇은 삐걱대는 목소리로 말했다. 태연이는 당황했지만 웃음이 나왔다.
“버보? 이름이 진짜 바보야?”
로봇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름 입력… 에러 발생… 디폴트 네임: 버보.”
태연이는 킥킥 웃었다. “그럼 진짜 바보 맞네. 그래, 너 이름은 ‘바보’야.”
그렇게 버려진 공장에서 이상한 로봇과 이상한 인연이 시작됐다. 태연이는 그날 이후로 매일 폐공장에 들렀다. 버보는 천천히 기능을 회복해갔다. 처음에는 말도 제대로 못 하고 걸음도 휘청거렸지만, 며칠이 지나자 태연이의 이름도 외우고, 간단한 놀이도 함께할 수 있었다.
3장. 바보와 천재
“왜 네 이름이 바보야?”
“시스템 오류로… 이름 인식 실패… 기본 이름 사용.”
“그러니까 진짜 바보네.”
태연이는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버보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대답했다.
“나는 바보입니다. 왜냐하면… 나는 잘 몰라요. 인간 마음도 모르고, 말도 가끔 이상하게 하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태연이는 버보가 생각보다 훨씬 똑똑하다는 걸 알게 됐다. 수학 문제를 풀어주고, 복잡한 기계를 뚝딱뚝딱 고치는 버보를 보고 친구들은 “천재 로봇이잖아!”라고 외쳤다.
그러자 태연이는 혼자 중얼거렸다.
“그래도 나는 너를 바보라고 부를 거야. 왜냐하면… 네가 바보처럼 착하니까.”
4장. 숨겨진 기억
하루는 버보가 태연이에게 물었다.
“태연이는… 왜 매일 울어?”
태연이는 깜짝 놀랐다. “나 안 우는데?”
“밤에 혼자 있을 때, 눈에서… 물이 나와요.”
버보는 태연이가 혼자 공장에 와서 멍하니 앉아 있는 모습을 몇 번이나 봤다. 사실 태연이의 부모님은 최근 이혼했고, 그녀는 아빠와 떨어져 지내며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나는… 그냥… 외로워서.”
“외로움. 감정 사전 검색… 안 좋은 감정. 해소 방법: 친구 만들기, 대화하기.”
버보는 그날 이후로 매일 태연이에게 따뜻한 농담을 건넸고, 자기가 만든 이상한 노래를 불러줬다. 가끔 로봇답지 않게 고장 난 것처럼 헛소리를 하며 태연이를 웃게 했다. 그럴 때마다 태연이는 웃으며 외쳤다.
“진짜 바보다, 너!”
5장. 비밀 조직
그러던 어느 날, 폐공장 앞에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멀리서 망원경으로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태연이는 숨어서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버보 프로젝트는 폐기된 줄 알았는데… 아직 작동하는 개체가 있었어.”
“회수 후 즉시 분석해야 합니다. 감정 인식 기능이 너무 정교해졌어요.”
그들은 버보를 만들었던 조직의 사람들이었다. 버보는 전쟁을 대비해 만든 전투형 로봇의 실험 버전이었다. 하지만 인간 감정을 너무 잘 이해해 위험하다는 이유로 폐기당했던 것이다.
태연이는 그날 처음으로 버보가 위험에 처했음을 깨달았다.
6장. 도망
“버보, 너를 데려가려고 사람들이 왔어. 절대 안 돼!”
버보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위험 로봇… 태연이에게 피해 주면 안 돼…”
“아니야! 너는 나한테 웃음을 줬고, 외로움도 없애줬어. 절대 그런 로봇 아니야!”
그날 밤, 태연이는 버보와 함께 공장에서 몰래 빠져나왔다. 도시 외곽, 사람이 살지 않는 산속으로.
그 여정은 마치 모험 영화 같았다. 버보는 전깃줄에서 충전을 하고, 태연이는 나뭇잎을 깔아 텐트를 만들었다. 둘은 서로를 의지하며 도망쳤다.
7장. 마지막 작동
하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산속 오두막에서 며칠을 보낸 어느 날, 버보의 눈이 점점 희미해졌다.
“배터리… 고갈. 시스템… 종료 예정…”
“안 돼, 버보. 우리 약속했잖아. 같이 살기로…”
버보는 마지막 힘을 짜내 태연이의 손을 꼭 잡았다.
“태연이와… 함께한 시간… 저장됨. 가장… 소중한… 기억.”
그리고 버보의 눈에서 빛이 사라졌다.
8장. 새로운 봄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 태연이는 이제 혼자 공장에 가지 않는다. 버보와 함께했던 폐공장은 이제 더 이상 쓸쓸한 곳이 아니었다. 그녀는 버보와 함께 나눈 모든 시간을 일기장에 적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장의 한 구석에 놓여 있던 낡은 철제 상자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삐비빅—
“시스템… 재부팅… 안녕… 태연이…”
버보는 다시 돌아왔다. 태연이가 남긴 손편지 속 배선 조작법, 그리고 태연이가 만든 태양광 충전장치 덕분이었다.
태연이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외쳤다.
“진짜 바보다, 바보!”
버보는 기계적인 목소리로 웃었다.
“네. 바보입니다. 태연이 바보.”
그 순간, 태연이는 알았다. 이 로봇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바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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