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곰돌이 우산을 만난 날
비가 올 거라는 예보는 없었지만, 그날은 유난히 하늘이 흐렸어. 엄마는 태연이 손을 잡고 동네 문방구로 향했지. 태연이는 유치원에서 우산을 잃어버린 뒤로 비 오는 날마다 투명 비닐 우산을 썼는데, 너무 흔해서 늘 친구들과 헷갈렸어.
문방구 한켠, 알록달록한 우산들이 바구니에 꽂혀 있었어. 그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건 노란빛 곰돌이 우산이었어. 귀엽게 웃고 있는 곰돌이 얼굴이 손잡이 끝에 달려 있었고, 우산을 펴면 곰돌이 귀가 툭 튀어나와 진짜 곰돌이처럼 보였지.
“이거 살래요!” 태연이가 외쳤어.
엄마는 웃으며 계산을 했고, 태연이는 곰돌이 우산을 손에 들고 뛰어다니며 좋아했어. 그날 저녁, 태연이는 곰돌이 우산을 자기 침대 옆에 세워두고, “내 친구 곰돌이 우산아, 잘자!” 하고 인사했어.
2장. 비 오는 밤의 속삭임
다음날 밤,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 태연이는 잠결에 ‘툭, 툭’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떴지. 희미한 가로등 불빛 사이로 비가 조용히 내리고 있었어.
“비 오네… 곰돌이 우산이 좋아하겠다.” 태연이는 혼잣말했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곰돌이 우산에서 조그마한 목소리가 들려왔어.
“태연아, 밖으로 나가볼래?”
“으앗! 누구야?”
“나야, 네 우산! 곰돌이 우산! 사실 나는 마법 우산이야. 지금이 바로 특별한 숲의 문이 열리는 시간이지!”
태연이는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곰돌이 우산이 반짝이며 말하는 걸 보고는 더 이상 놀랄 수 없었어.
“정말? 그럼… 같이 가볼까?”
태연이는 곰돌이 우산을 들고 살금살금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어. 비는 조용히 내리고 있었고, 마치 모든 소리가 멈춘 듯했지.
3장. 비 내리는 숲의 문
곰돌이 우산은 태연이 손을 잡고 공원 쪽으로 향했어. 공원 끝 작은 숲길은 평소와는 다르게 빛나고 있었어. 비가 내리는 동안에만 열리는 ‘비 내리는 숲’이었어.
“이 문은 우산을 가진 아이만 들어올 수 있어. 단, 우산을 놓으면 다시 못 나가.”
태연이는 우산을 꼭 쥐었어. 숲 안은 조용했지만 신비로운 소리들이 들렸지. 나뭇잎 사이마다 물방울이 별처럼 빛나고 있었고, 그 속에서 작은 생명들이 움직이고 있었어.
“어서 와! 곰돌이 우산을 가진 아이!”
작은 요정 하나가 태연이 앞에 나타났어. 물방울처럼 반짝이는 옷을 입고, 허리에 달린 비늘이 촉촉하게 빛났지.
“나는 물요정 리비! 비 내리는 숲에 온 걸 환영해!”
4장. 우산의 시험
리비는 태연이에게 세 가지 시련이 있다고 알려줬어.
“곰돌이 우산은 마법의 문을 여는 열쇠지만, 너도 이 숲의 친구가 될 수 있는지 시험을 봐야 해.”
첫 번째 시련은 ‘물의 거울 찾기’였어. 태연이는 숲 속 연못 근처에서 바람과 안개 속을 헤매며, 진짜 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을 찾아야 했지.
“무서워도 괜찮아. 진짜 네 마음을 보이면 거울이 널 알아봐 줄 거야.”
태연이는 자신이 소리치던 일, 친구와 싸웠던 일, 몰래 과자를 먹은 일까지 생각해냈어. 그런 마음을 하나하나 말로 꺼내자, 연못 위로 투명한 거울이 떠올랐어.
두 번째 시련은 ‘말하지 못하는 우산들 구출하기’. 숲 어귀에 갇혀 있는 오래된 우산들이 있었어. 그들은 사람들이 잊어버리고 버려진 아이들이었지. 태연이는 그들을 모두 한 명 한 명 말없이 안아주었어. 그러자 우산들은 하나씩 반짝이며 하늘로 날아갔어.
마지막 세 번째 시련은 ‘빗속의 그림자’. 검은 그림자가 숲을 잠식하려고 했지. 태연이는 곰돌이 우산을 들고 그 앞에 섰어. 그림자는 속삭였어.
“넌 약하고 겁이 많아. 그냥 돌아가.”
하지만 태연이는 말했어.
“내가 약하다는 걸 알아. 그래도 나는 친구들이 필요하고, 이 숲을 지키고 싶어!”
곰돌이 우산이 밝게 빛나면서 태연이를 감싸줬고, 그림자는 사라졌어.
5장. 곰돌이 우산의 진짜 이름
리비는 웃으며 말했어.
“이제 넌 진짜 숲의 친구가 됐어. 이 곰돌이 우산은 원래 ‘비노’라는 이름을 가진 숲의 수호자였어.”
비노는 살며시 태연이 손에서 떠올라 작고 귀여운 곰 인형으로 변했어.
“고마워, 태연아. 덕분에 내 이름을 되찾았어.”
태연이는 깜짝 놀랐지만, 곧 웃었어.
“넌 이제 내 진짜 친구야. 비 올 때마다 함께하자!”
6장. 돌아오는 길
새벽이 가까워지고 있었어. 태연이는 비노를 꼭 안고 숲을 빠져나왔지. 문이 닫히기 전에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 숲은 조용히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
집에 도착하자 비는 그쳤고, 비노는 다시 우산으로 변해있었어. 태연이는 웃으며 침대에 누웠지.
그날 이후, 태연이는 비 오는 날이 기다려졌어. 곰돌이 우산을 펼칠 때마다 조용히 속삭였지.
“비노야, 오늘도 신비한 숲으로 가볼까?”
그리고 언젠가, 다시 비 내리는 숲의 문이 열릴 거야.
7장. 반짝이는 빗방울 아래에서
태연이는 자라면서도 곰돌이 우산을 잊지 않았어. 비 오는 날이면 꼭 챙겼고, 친구들에게 말했지.
“이 우산은 마법 우산이야. 네 마음이 진짜를 원하면, 문이 열릴지도 몰라!”
비는 언제나 내리고, 우산은 언제나 펼쳐지며, 마음을 연결해주는 다리가 되어주었어.
곰돌이 우산은 단순한 우산이 아니었어. 그것은 태연이의 용기, 따뜻함, 그리고 상상의 힘을 상징하는 특별한 친구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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