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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읽어줄 이야기

★🌧️《도깨비 우산과 비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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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비 오는 날의 마법

비가 내리던 어느 늦봄의 오후, 태연이는 엄마와 함께 오래된 골목을 걷고 있었다. 도시 중심에서 조금 벗어난 이곳은 오래된 상점들과 작고 좁은 골목이 어지럽게 얽혀 있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동네였다.

“잠깐만, 저 가게 좀 봐!”
태연이가 외쳤다. 그곳은 작고 허름한 우산가게였다. 간판은 닳아 있었고, 진열대에는 알록달록한 우산들이 빽빽이 꽂혀 있었다.

비를 피하려 들어간 그 가게 안은 이상하게도 아주 조용하고, 공기마저 다르게 느껴졌다. 그리고, 구석에 놓인 낡은 검은색 우산 하나가 눈에 띄었다. 그 우산은 이상하게도 빛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우산... 나한테 말 거는 것 같아.”

태연이가 우산을 집어 드는 순간, 바람이 한 번 확 불더니, 우산 꼭대기에서 작은 파란 불빛이 뿜어져 나왔다.

“휴우우우~ 드디어 깨어났군! 넌 내 주인이냐?”

태연이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산이 말을 한 것이다!

2장. 도깨비 우산 ‘쪼록이’

우산의 이름은 ‘쪼록이’. 오래전 도깨비 장터에서 만들어진 마법 우산으로, 비 오는 날에만 살아난다고 했다. 쪼록이는 자기 소개를 하며 태연이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비를 타고 세상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도깨비 우산이야. 너 같은 아이가 날 깨운 건 참 오랜만이야.”

쪼록이는 태연이에게 마법을 하나 보여주었다. 우산을 펼치는 순간, 가게 안이 순식간에 초록빛 숲으로 바뀐 것이다! 그리고 다시 접자, 원래의 가게로 돌아왔다.

“비 오는 날, 네가 우산을 펼치면 다른 세계로 갈 수 있어. 하지만 그 세계에는 규칙이 있어. 절대로 우산을 놓고 오면 안 돼.”

태연이는 흥미진진한 마음으로 쪼록이를 꼭 쥐었다.

3장. 첫 번째 세계 – 말하는 비마을

다음 날 비가 내렸다. 태연이는 쪼록이를 펼쳤다. 그 순간, 주변이 변했다. 그녀가 있는 곳은 ‘말하는 비마을’이었다. 빗방울들이 공중에서 서로 대화를 하고, 우산을 쓴 동물들이 시장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어서 와! 새 친구다!” 하고 외친 건, 입을 가진 우산이었다. 마을의 주민은 모두 우산들이었다. 오래된 우산, 아기 우산, 종이우산까지 있었다.

이 마을은 비가 멈추면 사라지는 마을이었다. 태연이는 우산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마을 한쪽에선 수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4장. 사라지는 우산들

태연이는 작은 아기 우산 ‘부들’을 만났다. 부들은 말이 없었지만 태연이에게 꼭 달라붙어 다녔다. 그러다 우연히 마을 창고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이번엔 커다란 우산을 가져가야 해.”

그곳에는 도깨비 그림자가 있었다. 쪼록이는 설명했다.

“그 녀석은 ‘우산 도둑 도깨비’야. 사람들 기억 속에서 잊힌 우산들을 훔쳐서, 그걸로 마법을 만드는 위험한 녀석이지.”

태연이는 도깨비가 부들을 노리고 있다는 걸 알았다.

5장. 우산 경연대회

마을에서는 매년 우산 경연대회가 열린다. 가장 멋진 펼침과 빗소리를 만드는 우산이 우승자가 된다. 태연이와 쪼록이는 대회에 참가하기로 했다. 이유는 단 하나, 도깨비가 대회 때 우산을 훔치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경연대회 당일, 수많은 우산들이 춤을 추듯 펼쳐졌다. 태연이와 쪼록이는 마법의 음악을 울리며 최고의 쇼를 펼쳤다. 마을은 환호했고, 부들 또한 태연이 곁에서 활짝 펴졌다.

하지만 그 순간, 도깨비가 나타났다.

6장. 쪼록이의 희생

도깨비는 부들을 낚아채려 했고, 태연이는 그 앞을 막아섰다. 쪼록이는 스스로 우산을 크게 펼쳐 바람을 만들어 도깨비를 밀쳐냈다. 하지만 그 힘은 너무 컸고, 쪼록이는 결국 바람에 휩쓸려 저 멀리 사라졌다.

“쪼록이이이이이이이!!!”

태연이는 소리쳤지만, 쪼록이는 빗속에 멀어져만 갔다. 비마을은 다시 평화를 되찾았지만, 태연이의 손엔 빈 우산 자루만 남았다.

그날 밤, 쪼록이의 조용한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렸다.

“이건 끝이 아니라 시작이야. 우산의 진짜 주인은, 마음으로 나를 부를 수 있어.”

7장. 마법의 재회

현실로 돌아온 태연이는 매일 비가 내리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한동안 비는 내리지 않았다. 우산가게도 사라지고, 쪼록이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13일째 되던 날, 하늘이 회색으로 물들고, 드디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태연이는 남은 우산 자루를 들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쪼록이... 돌아와줘. 내 친구, 나의 도깨비 우산...”

그 순간, 손에 들고 있던 자루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쪼록이가 다시 펼쳐졌다! 더욱 강해지고, 알록달록한 색으로 변해 있었다.

“이제 넌 진짜 주인이야. 다음 세상으로 함께 갈 준비 됐니?”

태연이는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8장. 도깨비 우산의 사명

쪼록이는 말했다.

“나는 잊힌 세계를 이어주는 다리야. 도깨비 우산의 사명은, 잊힌 존재들이 다시 빛을 찾도록 돕는 거지.”

태연이는 그 이후로도 비가 내릴 때마다 쪼록이를 펼쳐 새로운 세계를 방문했다. 그림자 마을, 빗물의 도서관, 우산의 무지개 숲 등등. 각 세계에는 사연 많은 존재들이 있었고, 태연이는 그들과 친구가 되며 도와주었다.

9장. 마지막 비

어느덧 방학이 끝나고, 태연이는 학교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쪼록이를 펼쳤다. 이번엔 하늘 전체가 금빛으로 빛났고, 도깨비 장터의 입구가 열렸다.

그곳에는 처음 만났던 우산가게의 할아버지도, 웃는 우산들도 모두 모여 있었다.

“넌 우리의 새로운 전승자야. 도깨비 우산의 친구.”

태연이는 그렇게 진정한 ‘우산의 사서’가 되었다.


비 오는 날, 낯선 골목에서 만난 도깨비 우산.
그건 그냥 우산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을 잇는 다리였다.

그리고 지금도 태연이는 말한다.

“쪼록아, 오늘은 어떤 세계로 날 데려갈 거야?”


이야기 끝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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