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이는 매운 걸 좋아하는 열 살 소녀야. 물론, 너무 매운 건 무섭지만, 매콤하고 달달한 떡볶이는 세상에서 제일 좋아했지. 학교 끝나고 집에 가는 길, 골목 입구에 있는 분식집 ‘뿌리분식’ 앞을 지나갈 때마다 군침이 돌았어.
“엄마, 오늘 떡볶이 먹으면 안 돼요?”
태연이는 거의 매일같이 엄마에게 물었고, 엄마는 종종 웃으며 대답했지.
“태연아, 떡볶이는 간식으로 가끔 먹어야 더 맛있는 법이란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태연이는 아파트 우편함에 꽂혀 있는 반짝이는 종이 한 장을 발견했어. 종이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지.
🍲《제7회 매운 요리 대회: 마법 떡볶이의 전설을 찾을 자 누구냐!》
장소: 매콤마을 광장
시간: 다음 주 토요일 오후 2시
대상: 누구든 참여 가능! 단, 마법의 혀를 견딜 수 있어야 함
특별상: 매운맛의 정령이 준다는 전설의 '불꽃 고추장'
태연이는 눈이 번쩍 뜨였어. “마법의 떡볶이? 불꽃 고추장?”
집에 오자마자 엄마에게 종이를 보여주며 두 손을 꼭 모았지.
“엄마, 나 나가도 돼요? 나 진짜 떡볶이 잘 만들고 싶어요!”
엄마는 살짝 놀란 듯하다가 웃으며 말했어.
“그래, 네가 진심이라면 준비해보자!”
그날부터 태연이는 엄마와 함께 떡볶이를 연구했어.
쌀떡 vs 밀떡, 어묵은 넓적한 게 나은가, 통통한 게 나은가, 양파는 볶아야 할까, 생으로 넣을까, 양념장은 언제 넣어야 가장 깊은 맛이 날까…
태연이는 매일 저녁, 미각과 후각을 총동원해 떡볶이를 연구했어.
방학도 아니었는데, 진짜 요리사가 된 것처럼 일기장엔 떡볶이 실험 노트가 빼곡했지.
그리고 드디어 대회 날이 다가왔어.
매콤마을 광장은 벌써부터 사람들이 가득했어. 분홍 두건을 쓴 할머니, 고추모양 앞치마를 입은 중학생, 심지어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요정처럼 생긴 요리사도 있었지.
대회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참가자들은 각자 준비해온 재료로 요리를 시작했어.
태연이는 작은 냄비와 주황색 손잡이 국자, 엄마가 싸준 야채들과 떡, 그리고 손수 만든 ‘태연이표 비밀 양념장’을 꺼냈지.
“제발… 내 떡볶이가 마법처럼 맛있어졌으면 좋겠어.”
태연이는 손에 땀을 쥐고, 중불에 떡을 넣고, 양념을 살살 풀어가며 집중했어. 그때 갑자기, 솥 안에서 작은 ‘뿌직!’ 소리가 나더니 붉은 연기 한 줄기가 피어올랐어. 그리고…
“헉! 누가 날 불렀지?”
깜짝 놀란 태연이 앞에 붉은 머리를 한 작은 요정이 나타났어. 눈은 고추처럼 빨갛고, 손에는 꼬치 어묵이 들려 있었지.
“넌… 누구야?”
태연이가 물었어.
“나는 매운맛의 정령, 피핑고추야! 네 양념장이 정령의 레시피에 거의 가까워져서 깨어난 거야! 네 안엔 떡볶이에 대한 진심이 있구나!”
태연이는 말을 잇지 못했어.
“그럼… 혹시 진짜 마법의 떡볶이를 만들 수 있어?”
피핑고추는 고개를 끄덕였지.
“하지만 마지막 한 가지가 부족해. 네 마음 속 가장 따뜻한 기억을 담아야 해.”
태연이는 눈을 감았어. 그리고 떠올렸지.
비 오는 날, 엄마와 우산을 나눠 쓰고 떡볶이를 먹던 기억.
친구와 나눠 먹으며 웃던 그 따끈한 순간들.
매운 걸 잘 못 먹는 동생에게 떡을 골라주던 기억까지…
“이걸 어떻게 넣어야 하지?”
태연이가 묻자, 피핑고추가 손가락으로 심장을 톡 쳤어.
“이미 넣었어. 너는 이미 그런 떡볶이를 만들 줄 아는 아이야.”
그 순간, 냄비 안의 떡볶이가 붉게 빛나며 익기 시작했어.
향기는 진하고 부드러우며, 코끝을 간질이는 매콤함이 느껴졌지.
심사위원이 다가와 한 젓가락을 떼어 입에 넣었어.
“음… 이건… 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시장에서 먹던 그 떡볶이 맛이야…!”
다른 참가자들의 요리도 훌륭했지만, 태연이의 떡볶이는 맛에 ‘마음’이 담긴 유일한 요리였지.
드디어 결과 발표.
“제7회 매운 요리 대회, 대망의 우승자는… 태! 연! 이!”
사람들이 박수를 치는 순간, 하늘에서 붉은빛의 마법 병이 내려왔어.
그것이 바로 전설의 ‘불꽃 고추장’.
피핑고추가 웃으며 말했지.
“이 고추장은 단 한 방울로 온 마음을 울리는 떡볶이를 만들 수 있어. 너는 자격이 있어.”
그 후, 태연이는 마을에서 작은 떡볶이 가게를 열었어.
이름은 ‘태연이네 매콤한 마음’.
떡볶이 국물은 맵지만 따뜻했고, 누구든 한 입 먹으면 웃음이 나는 마법 같은 맛이었지.
가끔 피핑고추가 놀러 와 어묵을 먹으며 이렇게 말하곤 했어.
“네 떡볶이는 언제나 최고야. 왜냐하면 너는 매운맛에 마음을 더할 줄 아니까!”
태연이는 웃으며 대답했어.
“다음엔 치즈 넣은 매운 떡볶이도 연구 중이야!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고!”
그리고 오늘도 태연이는 누군가를 위해 국자를 들고, 정성껏 떡을 볶았단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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