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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읽어줄 이야기

★태연이와 검정 마스크의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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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장롱 속의 작은 상자

태연이는 비 오는 오후, 오랜만에 할머니 댁 장롱을 정리하고 있었다. 장롱 깊숙한 곳에서 작은 보석함처럼 생긴 상자가 하나 나왔다. 덮개에는 낡은 리본이 매어 있었고, 먼지가 얇게 덮여 있었다.

호기심이 생긴 태연이는 조심스레 뚜껑을 열었다. 그 안에는 아주 특별한 물건이 들어 있었다.

검정색 마스크.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마스크가 아니었다. 보들보들한 천은 마치 손끝에서 온기를 전하듯 부드러웠고, 중앙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금빛 실이 스며 있었다. 태연이는 그것을 꺼내 얼굴에 대보았다. 얼굴을 딱 맞게 감싸며, 마치 맞춤처럼 편안했다.

그 순간, 주변의 공기가 조용해지고, 무언가 마음 깊은 곳에서 울림이 전해졌다.


제2장. 할머니의 비밀

“그 마스크… 어디서 찾았니?”

할머니는 놀란 눈으로 태연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이야기해주었다.

“그건… 네 증조할머니가 젊었을 때 쓰던 거야. 전쟁과 병이 많던 시절,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힘이 있었지. 마스크를 쓰면 누군가가 숨기고 있는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단다.”

“진심이요?”

“그래. 눈빛이나 말투가 아니라, 마음속 깊은 곳의 울림 같은 것.”

그날 밤, 태연이는 마스크를 손에 쥔 채 오래도록 잠들지 못했다.


제3장. 마음을 읽는 눈

다음 날 학교, 태연이는 검정 마스크를 조심스럽게 썼다. 교실에 들어서자 익숙했던 풍경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친구들이 웃고 떠들지만, 태연이 눈에는 흐릿한 색깔 같은 것이 감지되었다.

지훈이는 활짝 웃고 있었지만 그 주변은 탁한 회색빛이었다. 미소 뒤에 슬픔이 숨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지훈아, 괜찮아?"

“어? 나? 괜찮은데…”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훈이 눈가가 붉어졌다.

“사실… 어제 강아지가 아팠어…”

태연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지훈의 어깨를 토닥였다. 마스크는 사람들의 감정을 읽게 해주었고, 태연이는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정말 이해하게 되었다.


제4장. 감정을 껴안을 용기

며칠 뒤, 태연이는 반 친구 수아가 혼자 복도에 앉아 있는 걸 발견했다. 수아 주변에는 어두운 색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수아야, 왜 거기 있어?"

“몰라… 그냥 나랑 있으면 다들 불편해하는 것 같아서…”

태연이는 마스크를 벗었다. 그리고 조용히 수아 옆에 앉았다.

"내가 지금 마스크 벗은 이유, 알아?"

"왜?"

"진심은 눈으로만 보면 안 되니까. 네가 얼마나 소중한 친구인지, 난 알아."

그 말에 수아는 울음을 터뜨렸다. 태연이는 수아의 등을 조용히 쓰다듬으며 함께 그 복도에서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제5장. 위기의 운동회

학교 운동회 날, 갑작스레 천둥이 치기 시작했고 몇몇 친구들이 무서워서 울기 시작했다. 심지어 어떤 아이는 혼자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태연이는 조용히 마스크를 썼다. 그리고 두려움에 빠진 친구들을 하나하나 찾아갔다. 그녀의 눈에는 그들이 무서워하고 있지만, 도움을 바라는 감정이 또렷이 보였다.

한 아이에게는 손을 내밀고, 또 한 아이에게는 따뜻한 말을 건네며, 태연이는 모두의 마음을 껴안았다.

마지막으로 화장실 안에 있던 아이는 속삭이듯 말했다.

“…고마워, 태연아. 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준 줄 알았는데.”

태연이는 마스크를 벗으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제6장. 검정 마스크의 마지막 임무

며칠 후, 마스크는 점점 색이 옅어지기 시작했다. 검정색이 회색으로, 회색이 투명함으로.

“이제, 너는 네 마음으로 세상을 읽을 수 있구나.”
낮잠에서 깬 태연이 앞에 마법같이 등장한 마르셀이 말했다.

“이 마스크는 진심을 꿰뚫는 도구였지만, 진심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너에게 생기면… 더 이상 필요 없어지지.”

“그럼… 이제 마스크는 사라져요?”

“응. 하지만 네 안에는 영원히 남아. 너의 용기, 너의 따뜻함, 그리고 네가 보여준 모든 진심은 이제 네 목소리와 눈빛 안에 들어 있으니까.”


제7장. 마음을 담는 말

그날 이후, 태연이는 어떤 마스크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친구들은 모두 알았다. 태연이가 마음으로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것을.

슬퍼하는 친구에게는 한마디 따뜻한 말, 기뻐하는 친구에게는 함께 웃어주는 눈빛, 외로운 친구에게는 다정한 손길.

검정 마스크는 이제 전설이 되었고, 태연이는 그 전설을 마음속에 품은 아이가 되었다.

누군가 말하지 못할 고민을 안고 있을 때, 조용히 다가오는 태연이를 보며 친구들은 모두 생각했다.

‘태연이는… 마스크가 없어도 내 마음을 읽어줘.’

그리고 그것은, 진심을 전하는 가장 멋진 마법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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