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아지트에서 찾은 보물
태연이는 동네 골목 끝, 오래된 폐창고를 ‘비밀 아지트’라 부르며 자주 놀러갔다. 그날도 학교가 끝나자마자 책가방을 휙 내려놓고 그곳으로 달려갔다.
“오늘은 여기 창고 천장 쪽을 탐험해볼까?”
낡은 사다리를 조심스레 오르자, 오래된 상자가 눈에 띄었다. 먼지를 털어내고 상자를 열자 그 안에는 크림색 레이스 주머니에 들어 있는 작은 거울이 있었다. 둥글고 앙증맞으며, 프레임에는 세상에서 본 적 없는 고양이 무늬가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다.
“이거… 뭐지?”
태연이는 주머니에 거울을 넣고 조심스레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날 밤, 거울은 책상 위에서 스스로 반짝이기 시작했다.
제2장. 시간의 문이 열리다
태연이는 눈을 비비며 거울을 바라보았다. 거울은 부드럽게 빛나며 수면처럼 요동쳤고, 그 안에서 갑자기 무지갯빛 나비들이 튀어나왔다.
“우와…!”
그리고 다음 순간, 태연이의 방은 사라지고, 주위는 밤하늘이 빛나는 별의 숲으로 바뀌었다.
“어서 와, 거울 여행자 태연아!”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렸다. 거울에서 튀어나온 고양이 귀를 한 요정, ‘비오핑’이었다.
“이건 시간의 미니거울. 마음뿐 아니라 과거의 기억까지 볼 수 있는 특별한 거울이야. 선택받은 너만이 사용할 수 있어.”
태연이는 믿기지 않았지만, 거울 속 장면이 바뀌며 ‘과거의 자신’이 비쳤다. 그리고 아주 오래전, 초등학교 1학년 때 친구와 싸운 장면이 떠올랐다.
“잊고 있었던 일이… 왜 이제야…”
“네가 진짜로 마음에 담고 있는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아. 이 거울은 그런 진심을 보여주는 거야.”
제3장. 기억을 따라 떠나는 여행
그날부터 태연이는 매일 밤 미니거울을 열었다. 거울은 매번 다른 ‘기억’을 보여주었고, 때로는 웃고, 때로는 울고, 때로는 미안한 장면도 나왔다.
하루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함께 웃으며 밤하늘을 본 기억이 나왔다. 거울 속에서 태연이와 할머니는 별자리를 그리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할머니… 너무 그리워요.”
“그리워할수록, 기억은 더 선명해지는 거란다.”
그 목소리는 할머니의 것이었고, 태연이는 거울을 꼭 껴안고 잠이 들었다.
제4장. 거울의 균열
하지만 어느 날, 태연이가 친구와의 사소한 다툼을 거울에 비췄을 때, 거울에 작은 금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 왜 이래!”
비오핑이 나타났다.
“경고야, 태연아. 거울은 기억을 보는 도구일 뿐, 현실을 왜곡하면 부서지기 시작해. 마음속 거짓이 커질수록 거울은 스스로를 지킬 수 없어.”
태연이는 거울을 꾹 안았다. 자책하는 마음과 후회, 그리고 용기를 다시 모으기 위해 친구에게 사과하러 달려갔다.
“나… 미안해. 정말 미안해.”
친구는 놀랐지만, 곧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밤, 금이 생겼던 거울은 다시 은은한 빛으로 회복되었다.
제5장. 시간을 건너는 미션
비오핑은 태연이에게 진짜 목적을 알려주었다.
“이 미니거울은 네 과거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의 시간도 볼 수 있어. 어떤 아이들은 과거의 상처에 갇혀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어. 네가 그 기억을 이해하고, 그 아이의 마음을 열어줘야 해.”
그때부터 태연이는 거울을 통해 새로운 아이들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처음 만난 아이는 도윤. 늘 밝지만 사실은 동생에게 엄마를 뺏긴 기분으로 외로워하고 있었다. 거울은 도윤이 혼자 바다를 보며 눈물을 참던 장면을 비췄다.
태연이는 직접 도윤에게 다가가 말했다.
“네가 진짜 하고 싶은 말, 내가 들어줄게.”
제6장. 잊힌 기억의 방
태연이는 마지막으로 아주 어두운 기억 속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곳은 너무 캄캄했고, 누구의 기억인지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안쪽으로 걸어가자, 아주 익숙한 소녀가 혼자 울고 있었다.
“이건… 나야?”
그 소녀는 4살의 태연이었다. 엄마 아빠가 싸우고 있던 밤, 태연이는 작은 방에 혼자 갇혀 울고 있었다. 그 기억을 태연이는 완전히 지워버렸다고 믿고 있었지만, 거울은 진심을 숨기지 않았다.
“괜찮아… 이제는 괜찮아.”
태연이는 과거의 자신을 안아주었다. 그러자 방 안의 어둠은 사라지고, 문이 환하게 열렸다.
제7장. 거울의 마지막 임무
거울은 어느 날 스스로 닫히고 움직이지 않았다. 비오핑도 사라져 있었다.
“비오핑…? 어디 있어?”
그 순간, 거울에서 마지막으로 한 줄기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안에는 지금까지 만난 모든 아이들의 미소가 담겨 있었다.
‘태연아, 네가 보여준 진심 덕분에 많은 아이들의 시간이 앞으로 흐르게 되었어. 이제 너는 거울 없이도 시간과 마음을 잇는 아이가 되었단다.’
그렇게 미니거울은 조용히, 빛으로 사라졌다.
제8장. 거울 없는 시간 속에서
이제 태연이는 거울 없이도 친구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들의 말투, 표정, 작은 행동 속에서 감정을 느끼고, 필요한 말을 건넬 수 있었다.
“넌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친구들은 물었지만, 태연이는 그저 웃었다.
“내 마음이 들려서 그런가 봐.”
그리고 언젠가, 태연이의 책상 서랍에 작은 손거울이 다시 놓여 있었다. 익숙한 고양이 무늬. 하지만 이번엔 거울에 아무런 마법도 없었다.
“이건… 단지 나를 비추는 진짜 거울이네.”
그럼에도 태연이는 알 수 있었다. 마법은 거울에 있는 게 아니라, 기억하고 용기 낸 나 자신 안에 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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