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오래된 시계탑
태연이는 어느 날, 할머니 집에서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었어. 그 집은 마을 외곽의 언덕 위에 있었고, 바로 옆엔 낡고 커다란 시계탑이 서 있었지. 시곗바늘은 멈춘 지 오래고, 시계탑에서는 밤마다 “딸깍… 딸깍…” 하는 이상한 소리가 들렸어.
“할머니, 저 시계탑 안엔 뭐가 있어요?”
“그건 아주 오래된 비밀이란다. 그리고… 시간은 그냥 흘러가는 게 아니야. 마음이 있는 방향으로 흐르기도 하지.”
할머니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어. 그날 밤, 태연이는 이상한 꿈을 꾸었어. 꿈속에서 시계탑 문이 열리고, 금빛 모래가 바람처럼 흘러나왔지.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면… 들어오렴…”
그 속삭임에 이끌려, 태연이는 다음날 실제로 시계탑으로 향했어.
제2장. 시간의 모래시계
시계탑 안은 생각보다 넓고 복잡했어. 빙글빙글 올라가는 계단을 따라 꼭대기로 올라가자, 커다란 수정 구슬과 마법진, 그리고 그 중앙에 반짝이는 모래시계 하나가 있었지.
그건 금빛과 은빛 모래가 동시에 흐르는 아주 아름다운 모래시계였어. 그때, 작은 시계요정 하나가 나타났어. 이름은 ‘토티’.
“어? 인간 아이? 여긴 아무나 올 수 없는 곳인데… 설마, 네가 선택된 아이야?”
“선택…?”
“시간의 모래시계를 쓸 수 있는 아이. 단, 아주 특별한 규칙이 있어.”
토티는 태연이에게 설명했어. 모래시계를 뒤집으면 시간을 되돌릴 수 있지만, 한 번 돌릴 때마다 아주 중요한 ‘하나’를 잃는다고.
“기억일 수도 있고, 감정일 수도 있어. 그러니까 정말 소중한 순간에만 써야 해.”
태연이는 신기하면서도 무서운 마음이 들었어. 하지만 왠지 그 모래시계가 자신을 부르는 것 같았어.
제3장. 처음 되돌린 시간
며칠 후, 태연이는 뒷산에서 토끼 한 마리를 발견했어. 작고 하얀 토끼였는데, 놀라 도망가다가 도랑에 빠지고 말았지.
“안 돼!”
태연이는 급히 달려갔지만 이미 토끼는 힘을 잃은 상태였어. 그때, 가슴속에서 무언가 울렁거렸고, 모래시계가 저절로 나타났어.
“지금… 되돌릴 수 있어!”
모래시계를 뒤집자, 빛이 번쩍이고 시간은 몇 분 전으로 돌아갔어. 이번엔 태연이가 더 빠르게 움직였고, 토끼를 무사히 구했지.
“살았어…!”
하지만 그날 밤, 태연이는 토끼를 구했던 기쁨이 조금 희미하게 느껴졌어. 무언가 소중한 걸 잊은 것 같았지.
제4장. 시간도 아플 때가 있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는 걸 안 이후, 태연이는 작은 실수들을 자꾸 되돌렸어. 넘어져서 무릎을 까졌을 때, 젤리를 놓쳐 땅에 떨어뜨렸을 때, 친구와 다툰 말 한마디가 마음에 걸릴 때…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고, 예전보다 웃음이 줄어들었어. 좋아하는 노래의 가사도 잘 기억나지 않고, 눈물 흘린 날의 감정도 흐릿했지.
그날 밤, 토티가 나타나 말했어.
“태연아… 시간은 그냥 돌리는 게 아니야. 아프고 슬퍼도, 그 감정들이 너를 너답게 만들어.”
“하지만… 실수한 기억은 아프고 싫어. 그냥 좋은 일만 기억하고 싶어.”
“그렇지만 나쁜 기억도 너를 자라게 해. 너무 많은 걸 되돌리면, 너는 너 자신도 잊게 돼.”
태연이는 조용히 모래시계를 바라봤어. 그 안의 모래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지.
제5장. 할머니의 시간
어느 날, 할머니가 많이 아프셨고 병원에 입원하셨어. 마을 사람들은 걱정했고, 태연이도 마음이 아팠어.
며칠 후, 할머니는 태연이 손을 꼭 잡고 말했어.
“태연아, 넌 참 따뜻한 아이구나. 어떤 일이 있어도, 울지 말고 기억해. 나도 널 사랑한 시간들을 절대 잊지 않을 거야…”
그리고 할머니는 조용히 눈을 감으셨어.
태연이는 하늘이 무너진 듯 슬펐어. 시계탑으로 달려가 모래시계를 꺼냈지.
“시간을… 돌릴래! 할머니랑 더 있고 싶어!”
하지만 토티가 나타나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어.
“이건 진짜 마지막 기회가 될 거야. 되돌리면… 할머니와 함께한 기억, 전부 사라질 수도 있어.”
태연이는 손을 떨었지만, 결국 모래시계를 뒤집었어.
제6장. 잊혀진 기억 속에서
시간은 되돌아갔고, 다시 할머니와의 며칠이 주어졌어. 태연이는 평소보다 더 많이 안아드리고, 웃고, 그림책을 함께 읽었어. 하지만 이상하게도, ‘왜 그렇게 슬펐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어.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흘러, 같은 이별이 찾아왔을 때, 태연이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어떤 깨달음을 얻었어.
“할머니는… 날 사랑해주셨어. 그건 잊지 않아.”
비록 기억의 일부는 흐릿해졌지만, 가슴 속의 따뜻함은 남아 있었어.
제7장. 모래시계를 내려놓으며
모든 일이 끝난 후, 태연이는 시계탑으로 다시 올라갔어. 이제는 모래시계를 쓰지 않기로 결심했지.
“고마웠어, 모래시계. 그리고 안녕.”
그 순간, 모래시계는 금빛으로 빛나며 천천히 공중으로 떠올랐고, 작은 조각이 되어 흩어졌어. 더 이상 시간은 되돌릴 수 없었지만, 태연이는 더 이상 두렵지 않았어.
제8장. 진짜 나의 시간
그 이후, 태연이는 실수를 하더라도 되돌리지 않았어. 넘어지면 일어났고, 울면 울고 웃고 사랑했지.
시간은 앞으로만 흐르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진짜였어.
그것이 ‘나의 시간’이라는 걸 태연이는 이제 알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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