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골목길에서 만난 이상한 가게
태연이는 평범한 초등학교 4학년 소녀였다. 유난히 호기심이 많았고, 질문이 끊이지 않는 아이였다. "왜 구름은 하늘에 떠 있어?", "고양이는 왜 가끔 허공을 보고 울지?", "우주의 끝은 뭘까?" 같은 질문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엄마 입에서 한숨을 나오게 했다.
어느 날 방학 첫날, 태연이는 동네 골목길을 걷다가 낯선 가게 하나를 발견했다. 가게의 간판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호기심 상점 – 잊힌 질문을 찾습니다》
유리창 너머로는 오래된 모자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가게 안은 뿌연 먼지와 햇살로 가득했다. 문을 밀자 “딩-동” 소리와 함께 종이 울렸고, 안에서 작은 노인이 나왔다.
“너… 질문이 많은 아이로구나.”
태연이는 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은 웃으며 진열대에서 작은 모자 하나를 꺼냈다. 그건 짙은 남색에 황금빛 깃털이 달린, 조금은 구식 같은 모자였다.
“이건 호기심 모자야. 이걸 쓰면 네 질문에 대한 진짜 대답을 찾을 수 있지. 하지만 조심해야 해. 진짜 대답은 때론 예상과 다르니까.”
호기심이 가득한 태연이는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모자를 썼다. 그 순간, 세상이 돌기 시작했다.
제2장. 질문의 나라로의 여행
태연이가 눈을 뜬 곳은 이상한 공간이었다. 바닥은 말랑말랑한 책장 같았고, 하늘에는 물음표 모양의 별들이 떠 있었다. 주변에는 걸어다니는 연필, 날아다니는 도형들, 그리고 목소리로만 말하는 사전들이 있었다.
“여긴 어딘가요?” 태연이가 묻자, 어디선가 귀여운 고양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긴 질문나라야. 너처럼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만 올 수 있는 곳이지. 나는 너의 가이드, 리리야.”
눈을 돌리자 파스텔빛 털을 가진 고양이 한 마리가 하늘에서 우아하게 내려오고 있었다.
“네가 가진 질문들은 저마다 길을 만들지. 그 길을 따라가면 대답을 찾게 돼.”
리리는 하늘에 작은 열쇠를 띄우더니, 손짓으로 황금문을 열었다.
제3장. 왜?라는 성
첫 번째 여정은 왜?라는 성이었다. 그곳은 세상의 모든 "왜?"라는 질문들이 모여 있는 장소였다. 성 안에는 궁금증을 푸는 기계들과 고대의 현자들, 기억을 수집하는 새들이 가득했다.
태연이는 “왜 우리는 자꾸 실수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수많은 기계들이 윙윙거리기 시작했고, 거대한 스크린에 어린 시절의 태연이가 나왔다.
넘어지고, 울고, 혼나던 장면들이 지나가더니, 화면 속 태연이가 다시 도전하는 모습이 비췄다.
“실수는 배우기 위한 연습이야. 넘어졌다는 건 시도했다는 증거니까.”
리리는 그 대답을 ‘대답 카드’로 태연이의 손에 쥐어주었다.
제4장. 만약의 숲
다음 장소는 만약의 숲이었다. 이곳은 “만약에…”로 시작하는 모든 상상이 현실이 되는 신비한 곳이었다.
“만약에 내가 새가 된다면?” 태연이가 외치자 그녀의 팔에 날개가 자라나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만약에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면?” 하고 외치자 시계탑이 살아나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문이 열렸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만약’은 현실을 흐리게 했다. 태연이는 점점 방향을 잃고 숲에서 헤매기 시작했다.
그때, 리리가 태연이의 어깨를 톡 치며 말했다.
“호기심은 상상을 만들지만, 상상 속에 갇히면 현실을 잃어버릴 수 있어. ‘만약’은 ‘지금’에 다리를 놓을 때 가장 멋진 힘을 가지는 거야.”
태연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숲을 빠져나왔다.
제5장. 마음의 거울
세 번째 여정은 마음의 거울 방이었다. 이곳은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들, 숨겨진 두려움과 바람이 거울에 비치는 공간이었다.
태연이는 거울 앞에 섰다. 처음엔 웃는 얼굴이 보였지만, 이내 슬프고, 화나고, 불안한 표정들이 나타났다.
거울 속에서 물음표들이 태연이를 감싸며 말했다.
“넌 항상 괜찮은 척하지? 사실은 외롭고 무서운 순간도 많은데…”
태연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맞아. 나, 가끔 너무 복잡한 생각을 해. 어른들 앞에선 괜히 웃고, 혼자선 울고…”
거울 속 모습이 천천히 웃었다.
“진짜 대답은 마음 안에 있어. 다른 사람들한테 묻기 전에, 먼저 나에게 물어봐.”
제6장. 호기심의 시험
마지막 여정은 호기심의 시험장이었다. 여긴 지금까지 모은 질문과 대답으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야 하는 곳이다.
수많은 문들이 있었다. “과학자의 길”, “예술가의 길”, “탐험가의 길”, “작가의 길”… 태연이는 하나를 고르지 못하고 망설였다.
“나는 아직 몰라.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는데…”
그때, 리리는 말없이 태연이의 모자를 살짝 돌려주었다. 그러자 모자의 깃털에서 작은 별빛들이 흘러나와 태연이 주위를 감쌌다.
“호기심은 꼭 정답을 찾기 위한 게 아니야. 지금은 ‘모른다’고 말하는 것도 괜찮아. 계속 묻고, 계속 배우면 돼.”
태연이는 모든 문이 아니라, 자신이 만든 길 위를 걷기로 했다. 길엔 아직 아무것도 없었지만, 걸을수록 하나하나 생겨났다.
제7장. 다시 현실로
태연이는 눈을 떴다. 다시 현실의 골목길, 호기심 상점이었다. 노인은 여전히 카운터에 앉아 있었고, 태연이의 모자는 원래대로 돌아가 있었다.
“답을 찾았니?” 노인이 물었다.
태연이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요, 하지만 계속 질문할 거예요. 그리고… 제가 뭘 좋아하는지도 조금은 알 것 같아요.”
노인은 웃으며 말했다.
“그게 진짜 대답이란다.”
태연이는 모자를 벗고 가게를 나왔다. 하지만 마음속엔 여전히 반짝이는 물음표와 대답 카드들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태연이는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이 묻고, 더 많이 웃었다.
제8장. 태연이의 질문 일기
그날 밤, 태연이는 일기장을 꺼내 조용히 적었다.
오늘, 난 이상한 가게에서 이상한 모자를 썼고, 이상한 나라에 다녀왔다.
하지만 이상한 건 아무것도 아니었어.
왜냐하면…
모든 질문은 나를 조금 더 알게 해줬거든.나중에 어른이 되어도, 나는 계속 질문할 거야.
그리고 나만의 대답을 찾을 거야.
그 아래엔 태연이가 만든 첫 번째 질문이 적혀 있었다.
“내일은 어떤 걸 궁금해할까?”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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