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골목길의 울음소리
태연이는 시골마을의 끝자락, 숲과 닿아 있는 작은 집에 살고 있었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태연이는 늘 골목길을 지났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 낯선 울음소리가 골목 저편에서 들려왔다.
“야옹…”
하지만 그 소리는 고양이치고는 이상할 정도로 낮고, 컸다.
태연이는 천천히 다가가봤다.
그곳엔—
눈만 해도 태연이 얼굴만 한, 커다란 고양이가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었다.
“우와아아… 진짜… 진짜 고양이야?”
그 고양이는 초록빛 눈을 깜빡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넌… 나를 볼 수 있구나.”
놀랍게도, 고양이가 말을 했다!
제2장. 이름은 미오
거대한 고양이는 자신을 ‘미오’라고 소개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 마을 근처 숲에 살고 있었지만, 아무도 자신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넌 다르네. 네 마음에는 밤하늘처럼 깊은 호기심이 있거든.”
태연이는 기뻤다.
누군가가 자신의 마음을 그렇게 표현해준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태연이는 매일 미오를 찾아갔다.
둘은 골목길, 숲 속, 계곡가를 함께 다니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미오는 별자리 이야기, 오래된 전설, 인간과 마법이 공존하던 시대의 기억까지 들려주었다.
제3장. 사라지는 기억들
하지만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미오와 함께한 기억이 아침이 되면 희미해지는 것이었다.
처음엔 ‘꿈인가?’ 생각했지만, 가방 속에 남은 고양이털, 미오와 나눈 낙엽 편지가 그게 꿈이 아님을 증명했다.
“이곳은 곧 사라져.”
미오는 어느 날 태연이에게 말했다.
“사람들이 상상력을 잃어가고 있어. 그런 세상에선 나 같은 존재도 더는 머무를 수 없어.”
태연이는 속상했다.
“그럼… 난 널 잊게 되는 거야?”
미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제4장. 미오의 세계
그날 밤, 미오는 태연이를 등에 태우고 밤하늘을 가로질렀다.
“이건 네가 나를 완전히 기억하게 해줄 선물이야.”
미오의 세계는 구름처럼 말랑하고, 별처럼 반짝이는 공간이었다.
고양이들이 도시처럼 지어놓은 집, 젤리처럼 흔들리는 다리, 초코별이 떨어지는 호수… 모든 게 신기하고 아름다웠다.
그곳에서 태연이는 ‘기억의 나무’라는 곳에 도달했다.
“이 나무에 널 기억하고 싶다는 마음을 새겨봐.”
태연이는 손으로 나무껍질을 만지며 말했다.
“미오, 널 잊지 않을게. 내가 널 기억해줄게.”
제5장. 거대한 그림자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마을에 ‘재개발’ 소식이 퍼지며, 숲을 없애겠다는 공지가 붙었다.
공사장 기계가 들어오고, 나무들이 쓰러지자, 미오의 힘도 점점 약해졌다.
“내가 사라져도 괜찮아. 넌 이미 나를 마음속에 담았으니까.”
미오는 태연이의 눈앞에서 서서히 투명해졌다.
“하지만 너는… 상상력을 잃지 마. 그러면 언젠가 나처럼 특별한 존재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제6장. 미오가 남긴 것
미오가 사라진 다음 날, 태연이는 골목길에 홀로 앉아 있었다.
그때, 작은 상자가 눈에 띄었다.
“미오…?”
상자 안에는 부드러운 고양이털 한 움큼과, 미오의 눈동자 색과 닮은 초록색 구슬 하나가 있었다.
그 구슬을 보자, 태연이는 미오와의 기억이 하나씩 선명하게 떠올랐다.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동시에 미소도 지어졌다.
“고마워, 미오.”
제7장. 상상은 다시 시작된다
그날 이후, 태연이는 자신만의 ‘상상책’을 만들었다.
거대한 고양이 미오의 이야기, 미오의 세계에서 본 풍경들, 구름으로 만든 침대, 별빛으로 구운 쿠키…
친구들은 처음엔 “이상해!”라며 웃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책을 빌려가기 시작했다.
태연이의 상상은 또 다른 상상을 불러왔고, 결국 학교에는 ‘상상 도서관’이 생겼다.
밤이 되면, 태연이는 구슬을 꺼내 들고 창밖을 바라본다.
그 속엔 미오의 초록 눈동자가 여전히 반짝이고 있다.
에필로그. 너도 볼 수 있을까?
“야옹.”
어느 날, 작은 골목길에서 누군가가 낯선 울음소리를 들었다.
그 아이는 두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너… 진짜 고양이야?”
그리고 그 아이의 뒤에서, 어깨에 가방을 멘 태연이가 웃으며 말했다.
“그 아이는 상상 속에서만 존재해… 하지만, 상상이 사라지지 않으면—
그 고양이는 영원히 널 기다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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