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엄마의 국물
비 오는 저녁, 태연이는 엄마가 끓여준 따끈한 미역줄기국을 한 숟갈 떠먹었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미역줄기의 맛이 입안에 퍼졌고, 이상하게도 온몸에 힘이 솟는 기분이 들었다.
“엄마, 이 국… 무슨 마법이 들어간 거야?”
엄마는 웃으며 말했다.
“그건 바로 미역줄기의 힘이지. 몸에 좋은 영양이 가득 들어 있거든.”
그날 밤, 태연이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바닷속으로 가라앉았고, 반짝이는 해초숲 사이로 커다란 문 하나가 나타났다.
문 위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미역줄기의 비밀을 간직한 자만이 들어올 수 있음’
태연이는 숨을 들이쉬고 문을 열었다.
제2장. 미역 마을
문을 지나자 그곳엔 마법 같은 해저 세계가 펼쳐졌다. 온통 녹빛으로 반짝이는 바다 속, 조용히 물결치는 해초들 사이에 ‘미역 마을’이라는 곳이 있었다.
작고 말랑한 해초 생물들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고, 파란 조개가 불을 밝혔으며, 해파리들이 하늘을 유영하고 있었다.
태연이 앞에, 꼬리가 길고 머리에 미역잎을 얹은 ‘해초 요정’이 나타났다.
“어서 와, 태연아! 넌 ‘미역줄기의 기운’을 가진 특별한 인간이야!”
“내가요?”
“그래! 너는 이 마을을 도울 수 있는 유일한 존재야. 우리 마을에 위기가 닥쳤거든…”
제3장. 검은 수조의 등장
미역 마을을 위협하는 건 ‘검은 수조’였다. 커다란 검은 수조는 깊은 바닷속 쓰레기장에서 태어난 괴물로, 미역이 자라지 못하게 바다 밑을 검게 뒤덮고 있었다.
“미역줄기는 우리 해양 생물의 약이야. 영양분을 나누고, 병을 치유하고, 해저 생태계를 맑게 유지하지. 그런데 수조가 미역줄기를 모두 시들게 하고 있어.”
태연이는 용기를 내어 물었다.
“내가… 어떻게 도울 수 있죠?”
“미역줄기와 마음을 연결할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이야. 미역의 진심을 듣고, 뿌리부터 정화해줘야 해.”
그 말을 들은 태연이는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그녀는 미역이 깔린 들판에 무릎을 꿇고 손을 얹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앞에 하나의 문장이 떠올랐다.
"우리, 버려지지 않길 바랐어요."
제4장. 버려진 기억
미역줄기의 마음 속엔 슬픔이 가득했다. 마트에서 골라지지 못한 채 버려진 미역, 냉장고 속에서 잊힌 미역, 너무 질기다고 외면당한 미역줄기들…
그들의 기억은 바닷속에 슬픔의 그림자를 남기고 있었고, 그 어둠 속에서 검은 수조가 태어난 것이었다.
태연이는 말없이 미역들을 안아주었다.
“이젠 괜찮아. 난 너희를 기억할게.”
그 순간, 그녀의 손에서 따뜻한 빛이 퍼져나갔다.
미역줄기들이 살아나기 시작했고, 들판은 다시 초록빛으로 물들었다.
제5장. 미역줄기의 효능
미역 마을의 도서관에서 태연이는 ‘미역줄기의 힘’에 대해 알게 되었다.
- 풍부한 알긴산은 장을 깨끗하게 해주고,
- 식이섬유는 몸속을 청소해주며,
- 요오드는 머리를 맑게 해준다.
- 칼슘은 뼈를 튼튼하게, 철분은 피를 건강하게 해준다.
“우린 단순한 해초가 아니야. 세상 사람들에게 필요한, 생명의 선물이야.”
태연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지었다.
“이제부터, 나는 미역줄기의 친구야!”
제6장. 수조의 심장
검은 수조는 미역의 회복을 눈치채고 미역 마을로 직접 다가왔다. 짙은 먹물 구름과 함께 나타난 수조는 바다를 더럽히며 소리쳤다.
“넌 인간이잖아! 왜 나를 없애려 해?”
태연이는 물러서지 않았다.
“넌 상처받은 미역의 그림자야.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 상처에 갇히지 않아!”
수조는 분노하며 소용돌이를 만들었지만, 태연이는 해초 요정들과 함께 ‘미역 정화의 노래’를 불렀다.
그 노래는 미역줄기의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기억을 녹였고, 점점 수조의 몸은 작아졌다.
“그만… 나도… 미역이었어…”
수조는 조용히 미소지으며 물거품이 되었다.
제7장. 태연이, 바다의 친구가 되다
위기가 끝난 뒤, 미역 마을은 축제 준비에 한창이었다. 해초 빛깔의 등불이 켜지고, 미역줄기로 만든 리본이 물살에 흔들렸다.
“태연아, 너는 이제 ‘미역 마법사’가 되었어.”
해초 요정은 태연이의 손목에 반짝이는 미역팔찌를 채워주었다.
“이건…?”
“언제든 우리가 널 기억한다는 표시야.”
태연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약속했다.
“나도 매일 미역줄기 먹을게! 그리고 친구들에게도 알려줄 거야. 너희의 이야기를.”
그 순간, 바닷속 문이 다시 열렸고, 태연이는 눈을 떴다.
현실의 식탁 앞, 엄마가 다시 국을 데워오고 있었다.
“태연아, 오늘도 미역줄기국 어때?”
태연이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최고야! 바다의 선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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