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1. 초록의 반찬
태연이는 시금치를 정말정말 싫어했다. 식탁 위에 초록색 나물이 올라오기만 해도 입을 꾹 다물고는 고개를 젓곤 했다. “태연아, 시금치 먹어야 건강하지,” 엄마는 말했지만, 태연이는 도무지 시금치의 쓴맛을 견딜 수 없었다. “으… 풀맛이야. 그게 왜 맛있어야 해?” 매번 밥상 앞에서 벌어지는 이 싸움은, 오늘도 여전했다.
그날은 특히 더웠고, 엄마는 시금치를 데쳐서 들기름에 조물조물 무쳐놓았다. 반찬그릇에 담긴 시금치 무침을 본 태연이는 입을 삐죽 내밀며 고개를 홱 돌렸다.
“시금치는 태양이 준 선물이야. 초록의 기운이 너한테 힘을 줄 수 있다고.” 엄마는 조심스레 말했지만, 태연이는 ‘힘 안 줘도 괜찮은데…’ 하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챕터 2. 시금치 씨앗을 삼킨 토끼
그날 오후, 태연이는 혼자 뒷산에 놀러 갔다. 풀밭에 앉아 쉬던 중, 뭔가 이상한 것을 보게 되었다. 분명히 토끼인데, 초록색 털을 가진 토끼가 시금치 밭 근처에서 폴짝폴짝 뛰고 있었다. 그리고 토끼의 머리에는… 시금치 잎사귀가 왕관처럼 피어 있었다!
“어… 토끼가 왜 저래?” 태연이는 조심조심 다가갔다. 그 순간, 초록 토끼는 태연이를 보고 깡총 뛰더니 도망가 버렸다. 태연이는 그 뒤를 따라 산 속으로 달렸다. 그렇게 나무 사이를 헤치고 들어가다 보니, 앞이 번쩍하고 빛나더니 이상한 숲 속에 들어서게 되었다.
챕터 3. 시금치 숲으로
여기는 어디지? 태연이는 눈을 비볐다. 이 숲은 무언가 달랐다. 나무들은 시금치처럼 넓은 잎을 가졌고, 땅 위에는 시금치처럼 생긴 풀들이 솜털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공기마저 신선하고, 뺨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숲 안에는 초록색 동물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모두 시금치로 꾸며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여긴 시금치 숲이야.” 누군가 뒤에서 말했다. 놀란 태연이가 돌아보니, 아까 봤던 초록 토끼가 말하고 있었다!
“깜짝이야! 너… 말도 할 줄 알아?”
“나는 루카, 시금치 수호 토끼야.”
“시금치 수호…?”
“응. 이 숲은 시금치의 기운이 가득한 마법의 숲이야. 그런데 지금 큰일이 났어.”
챕터 4. 초록 기운이 사라지고 있어
루카는 태연이를 깊은 숲 속으로 데려갔다. 그곳에는 거대한 시금치 수정이 있었는데, 초록빛이 흐릿해지고 있었다.
“여기 시금치의 중심 수정이야. 이 수정이 있어야 숲이 살아있는데, 지금 빛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
“왜요?”
“아이들이 시금치를 먹지 않아서. 세상 아이들이 시금치를 싫어하게 되면서, 숲의 마법이 약해졌거든.”
태연이는 미안해졌다. 자기도 시금치를 싫어했으니까. 하지만 설마 진짜로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
“우리가 뭘 하면 도와줄 수 있어요?” 태연이가 물었다.
루카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시금치를 진짜로 맛있게 먹는 경험을 하면, 수정이 다시 빛나기 시작할 거야. 네가 그걸 해줄 수 있어.”
챕터 5. 시금치 마법 요리 대회
시금치 숲에서는 특별한 요리 대회가 열렸다. ‘시금치를 사랑하게 만드는 요리’가 주제였다. 루카는 요정들을 불러 태연이에게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줬다.
첫 번째는 시금치 핫케이크. “우와, 이게 시금치로 만든 거라고?”
두 번째는 시금치 카레. “카레에 넣으니까 하나도 안 써!”
세 번째는 시금치 바나나 스무디. “이건 그냥 과일 주스 같아!”
태연이는 하나하나 맛보면서 점점 시금치에 대한 마음이 달라졌다. “시금치가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니… 전 몰랐어요.”
그 순간, 시금치 수정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챕터 6. 태연이의 약속
“와! 다시 빛나요!”
루카가 웃으며 말했다. “그건 네 마음이 바뀌었기 때문이야. 시금치를 받아들이고, 즐겁게 먹었으니까. 이 숲은 너 같은 아이들이 마음을 열 때 살아나.”
태연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집에 가면 친구들에게도 알려줄래요. 시금치가 얼마나 재밌고 맛있는지!”
루카는 작은 상자를 꺼내 태연이에게 주었다. 그 안에는 반짝이는 시금치 브로치가 들어 있었다. “이건 네가 시금치의 마법을 잊지 않게 해줄 거야.”
챕터 7. 다시 일상으로
태연이가 눈을 떴을 때, 자신은 다시 뒷산 풀밭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손에는 시금치 브로치가 들려 있었고, 바람에는 익숙한 초록향이 스며들어 있었다.
그날 저녁, 태연이는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오늘은 시금치로 뭐 만들어요? 나 요리 도와줄래!”
엄마는 깜짝 놀라면서도 웃으며 시금치를 꺼냈다. 태연이는 손수 시금치를 씻고, 달걀을 풀어 시금치 오믈렛을 만들었다. 첫 입을 먹자, 입안에 퍼지는 부드럽고 고소한 맛에 행복한 미소가 지어졌다.
챕터 8. 시금치를 좋아하는 아이
그 후로 태연이는 시금치를 매일매일 먹었다. 때론 스무디로, 때론 오븐에 구운 시금치칩으로, 때론 치즈와 함께 구운 시금치파이로. 친구들에게도 시금치의 마법을 이야기해주었고, 친구들 역시 시금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유치원에서는 ‘초록별 상’을 받은 태연이. 교실 앞에는 “시금치의 마법을 전하는 태연이!”라고 쓰인 포스터도 붙었다.
그리고 밤마다 꿈속에서 다시 만나는 루카. 루카는 웃으며 말하곤 했다. “초록 기운은 널 통해 퍼지고 있어. 시금치 숲이 다시 푸르게 살아났어.”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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