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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읽어줄 이야기

★💧《콧물 흘리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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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보다 진심이었던, 마음이 흘러내린 날의 이야기 —


1장. 이상한 전학생

학교에 갓 도착한 태연이는 뭔가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복도를 가득 채운 웅성거림, 쿡쿡 웃는 아이들, 그리고 살짝 울상이 된 선생님의 표정.

"얘들아, 오늘은 우리 반에 새로운 친구가 왔단다.
모두 잘 부탁해주길 바래."

아이들의 시선이 교탁 앞으로 향했다.

거기엔 머리가 잔뜩 부스스하고, 양쪽 코에서 긴 콧물이 실처럼 흘러내리는
작고 어벙한 얼굴의 아이가 서 있었다.

"…저는… 저는… 어… 정이유… 입니닷…"

콧물이 입술까지 흘러 내려왔다.
교실엔 순간 정적이 흐른 뒤—푸흐흐, 피식, 킥킥, 웃음이 터졌다.

"콧물맨이다!"

"코에 줄 달았나 봐!"

아이들의 놀림은 계속됐다.
이유는 얼굴을 더 붉히며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그 아이를 유일하게 빤히 바라보던 눈이 있었다.
바로 태연이였다.


2장. 반짝이는 눈물

점심시간, 태연이는 일부러 혼자 구석에 앉은 이유에게 다가갔다.

"같이 먹을래?"

"…진짜…?"

이유는 코를 훌쩍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눈물과 콧물이 섞인 얼굴을 보고 몇몇 아이들이 또 웃기 시작했다.

"태연이도 콧물맨이랑 친구야?"

"너도 콧물 친구 해~"

태연이는 웃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손수건을 꺼내 이유의 코를 닦아주며 말했다.

"나도 어릴 때 콧물 많이 흘렸어.
콧물 나오는 건 슬퍼서 그런 거 아니고,
몸이 속상해서 그러는 거야."

이유는 놀란 눈으로 태연이를 쳐다보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고마워… 나, 오늘 태연이랑 얘기해서 처음 웃었어."

그 순간이었다.
햇살이 교실 창을 통해 스며들고, 이유의 눈에 작은 별빛 같은 눈물이 반짝 떠올랐다.


3장. 콧물 마법

그날 이후 태연이는 이유와 붙어 다녔다.
점점 이유의 콧물도 줄어들었고, 웃는 시간도 많아졌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유가 감정을 크게 느낄 때마다, 코끝에서 반짝이는 알록달록한 콧물이 흘러내리는 것이었다!

"…이건 무슨 슬라임이야?!"

어느 날 미술 시간, 이유가 그림을 그리고 나서 감동의 눈물을 훔칠 때
그 콧물이 종이에 떨어졌고—순간, 그 부분이 무지개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우와…!"

모두가 놀랐다.
콧물은 종이 위에서 작고 아름다운 별처럼 반짝였다.

이후 이유는 교내 '특별한 콧물 아티스트'로 불리게 되었고,
콧물로 만든 무지개 그림 전시회도 열렸다!

태연이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봐? 너의 콧물은 그냥 흐르는 게 아니야.
마음에서 나온 빛이었어."


4장. 콧물의 비밀

하지만 이유는 혼자만의 비밀을 품고 있었다.
사실 그는 지구의 아이가 아니었다.

밤이 되자, 태연이의 방 창가에 이유가 찾아왔다.

"태연아… 나, 사실은 별나라에서 왔어."

"…정말?! 그럼 콧물도 별나라 거야?!"

이유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천천히 이야기했다.

"별나라에선 감정을 먹고 자라는 식물이 있어.
그 식물이 자라야 별이 빛날 수 있거든.
근데 최근, 아이들이 감정을 숨기기 시작하면서
식물들이 시들기 시작했어."

"그래서 너를 보낸 거야?"

"응. 나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아이.
하지만 지구에 오니 모두가 나를 웃었어.
콧물을 부끄러워했지."

태연이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

"너는 그 콧물 덕분에 나를 웃게 했어.
그리고 친구들을 따뜻하게 만들었어."

그 말에 이유는 흐느끼며 말했다.

"그럼… 나, 조금만 더 지구에 있어도 돼?"

"당연하지. 내 친구니까."


5장. 콧물의 정원

학교 앞 운동장 한켠,
작은 정원이 생겼다.
아이들이 매일 감정을 담아 꽃을 가꾸는 정원.

이유는 그 중심에서, 매일 콧물로 물을 주었다.
슬플 땐 푸른 콧물, 기쁠 땐 노란 콧물, 감동일 땐 반짝이는 은빛 콧물.

그 모든 감정의 물방울이 모여, 세상에 단 하나뿐인
"마음의 꽃"들이 피어났다.

아이들도 조금씩 감정을 말하기 시작했다.

"오늘 기분이 나빠…"

"난 엄마한테 혼났어…"

그럴 때마다 이유는 코를 훌쩍이며 다가가 작은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기분, 내가 알아."

태연이는 그 모든 걸 옆에서 지켜보며 속으로 다짐했다.

'이유는 내 친구야. 그리고 그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마음을 가진 별이야.'


6장. 다시, 별나라로

하지만 모든 여행에는 끝이 있다.

별나라는 더 이상 식물들이 버틸 수 없게 되었다.
이유는 돌아가야 했다.

"…그래도 괜찮아. 너는 이미 많은 걸 해줬어."

태연이는 떠나는 날, 눈물을 참지 못했다.

"나… 너 없이 못 살 것 같아…"

이유는 태연이 손을 꼭 잡았다.

"내 콧물, 기억해줘.
그건 슬픔의 상징이 아니라, 마음의 흔적이니까."

그리고 그날 밤, 반짝이는 별똥별 하나가 하늘을 가로질렀다.
그 별은 이상하게도, 눈물방울처럼 길고 투명했다.

"잘 가… 콧물별…"


7장. 다시 만나는 날까지

세월이 흐르고, 태연이는 자라났다.
작가가 된 그녀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가장 아름다운 감정은 눈물이 아니라,
그 감정을 담은 콧물이야."

아이들은 웃었고,
그 말 뒤에는 그림책 한 권이 놓였다.

그 제목은—《콧물 흘리는 아이》.

마지막 장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너의 감정이 흘러도 괜찮아.
그건, 네가 살아 있다는 증거니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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