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작고 오래된 운동화
태연이는 햇살이 따뜻한 봄날 아침, 창밖을 내다보며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있었어. 책가방을 메고 문을 나서려던 찰나, 신발장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어. 평소에 신던 운동화 대신, 어딘가 투박하고 오래돼 보이는 낡은 운동화 한 켤레가 놓여 있었지.
“어? 이게 뭐지?”
태연이는 고개를 갸웃했어. 하얀색이었지만 여기저기 찢어진 자국이 있고, 밑창은 닳아 거의 종이처럼 얇아져 있었어. 무엇보다 한쪽 끈은 끊어져 있었고, 다른 한쪽엔 누렇게 변한 테이프가 붙어 있었지.
“태연아~ 그 운동화 말이야, 아빠 거야.”
부엌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을 끓이던 아빠가 말했어.
“이걸 왜 여기 놨어?”
태연이가 묻자 아빠는 조용히 웃었어.
“그건 아주 특별한 운동화야. 그 운동화에는 아빠의 이야기가 담겨 있거든. 오늘 밤, 잠들기 전에 들려줄게.”
태연이는 아빠의 말이 마음에 걸렸지만, 급히 새 운동화를 신고 학교로 갔어.
2장. 운동화 속의 추억
그날 밤, 태연이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조용히 아빠에게 다가갔어.
“아빠, 낮에 말했던 운동화 이야기 들려줘.”
아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찢어진 운동화를 안고 태연이 침대 곁에 앉았어.
“이 운동화는 말이지, 아빠가 너만 했을 때부터 신었던 거야.”
“진짜? 근데 너무 커!”
“그땐 발이 작았지. 커가면서 계속 깔창을 넣고, 테이프를 붙이고, 바느질을 해가며 신었단다.”
“왜 새 신발 안 샀어?”
“우리 집이 많이 어려웠거든. 새 신발을 살 형편이 안 됐지.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운동화만 신으면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았어.”
아빠는 그 시절 이야기를 조용히 풀어놓았어. 학교까지 두 시간씩 걸어다니던 이야기, 친구들과 뛰놀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섰던 이야기, 비가 와도 눈이 와도 꿋꿋이 걸었던 이야기… 운동화는 점점 낡아갔지만, 아빠는 점점 강해졌대.
3장. 잃어버릴 뻔한 꿈
“고등학생이 됐을 때, 나는 축구 선수가 되고 싶었어. 하지만 운동화를 살 수 없어 훈련을 못 나갔지. 코치는 말했어. ‘신발 없이 뛸 순 없다’고. 그 말이 그렇게 슬플 줄은 몰랐지.”
태연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어. 그 말이 마음속에 뚝, 하고 떨어졌거든.
“그래도 난 포기하지 않았어. 이 찢어진 운동화를 신고 혼자 연습했지. 새벽마다 공을 차고, 달리고, 또 달렸어. 이 운동화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아빠의 눈빛은 그때를 떠올리듯 빛났어.
“그리고 결국, 중고 장터에서 얻은 스터드화 한 켤레로 대회에 나갔고, 그때 코치님이 나를 다시 봐주셨어. 결국 학교 대표 선수가 되었지.”
“와… 멋지다.”
“하지만 그 뒤로, 다리를 다쳐서 선수의 꿈은 접었어. 그렇지만 난 이 운동화를 절대 버리지 않았단다. 왜냐하면—”
아빠는 조용히 운동화를 쓰다듬었어.
“이건 나의 꿈을 품고 달리던 시간이었으니까.”
4장. 아빠가 걸어온 길
“그 뒤로 아빠는 운동 대신 공부를 시작했지. 매일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공부했어. 대학도 늦게 갔고, 졸업도 늦었지. 하지만 후회는 없어. 왜냐하면 그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 너를 만났거든.”
태연이는 아빠를 바라봤어. 아빠의 눈 밑에는 옅은 주름이 있었고, 손등에는 굳은살이 박여 있었지. 그 모든 것이 아빠가 지나온 시간을 말해주는 것 같았어.
“이 운동화는 이제 신을 수 없지만, 난 매년 깨끗이 닦아서 보관해. 이건 내 첫 번째 친구이자, 가장 긴 여정을 함께한 동반자니까.”
아빠의 말에 태연이는 찢어진 운동화를 조심스레 안아봤어. 그 속에서 희미하게 낡은 향이 났고, 어쩐지 마음이 뭉클했지.
5장. 태연이의 마음속에 새겨진 운동화
그날 이후, 태연이는 운동화만 보면 아빠 생각이 났어. 새 신발을 고를 때마다, 찢어진 운동화의 자국 하나하나가 떠올랐고, 어떤 날은 그 운동화를 몰래 꺼내 닦아보기도 했지.
어느 날, 태연이는 학교에서 친구와 다퉜어. 마음이 무거워서 운동장에서 혼자 앉아 있었는데, 문득 아빠의 운동화가 떠올랐지. 그 속엔 포기하지 않는 마음, 끝까지 버텨낸 인내,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이 담겨 있었거든.
그날 밤, 태연이는 아빠에게 다가갔어.
“아빠, 나도 찢어진 운동화처럼, 오래 걸어도 끈질기게 달릴 수 있는 사람이 될래. 포기하지 않고, 소중한 걸 지키는 사람.”
아빠는 미소 지으며 태연이를 꼭 안아줬어.
“그래, 태연아. 어떤 운동화를 신든, 중요한 건 그 안에 담긴 마음이란다.”
그 말은 태연이의 마음속에 따뜻하게 남아, 앞으로 어떤 길을 걷든 그녀를 지켜주는 나침반이 되었단다.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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